삶의 향기 메일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장백산-1 2019. 11. 24. 16:06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 류시화


겨울숲에서 노려보는 여우의 눈처럼

잎 뒤에 숨은 붉은 열매처럼

지금 여기서

나를 응시하고 있는 무엇이 있다

내 삶을 지켜보고 있는 무엇이 있다


서서히 얼어붙는 수면에 시선을 박은 채

돌 틈에 숨어서 내다보는 물고기의 눈처럼

고개를 이리저리 갸우뚱거리는 건방진 새처럼

무엇인가가 있다


눈을 깜빡이지 않는 그것 눈밖에 없는 그것이

밤에 별들 사이에서, 내가 좋아하는 큰곰별자리의 

두 눈에 박혀 나를 조용히 내려다 본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때론 그것은 내 안에 들어와서

내 눈을 통해 바깥 세상을 내다보기도 하고

내 눈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내 삶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고 있을까?


지금 여기 겨울숲에서 노려보는 여우의 눈처럼

잎 지고 난 붉은 열매처럼 차가운 공기를 떨게 하면서

나를 응시하고 있는 것이 있다

내 삶을 떨리게 하는 무엇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