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 류시화
겨울숲에서 노려보는 여우의 눈처럼
잎 뒤에 숨은 붉은 열매처럼
지금 여기서
나를 응시하고 있는 무엇이 있다
내 삶을 지켜보고 있는 무엇이 있다
서서히 얼어붙는 수면에 시선을 박은 채
돌 틈에 숨어서 내다보는 물고기의 눈처럼
고개를 이리저리 갸우뚱거리는 건방진 새처럼
무엇인가가 있다
눈을 깜빡이지 않는 그것 눈밖에 없는 그것이
밤에 별들 사이에서, 내가 좋아하는 큰곰별자리의
두 눈에 박혀 나를 조용히 내려다 본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때론 그것은 내 안에 들어와서
내 눈을 통해 바깥 세상을 내다보기도 하고
내 눈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내 삶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고 있을까?
지금 여기 겨울숲에서 노려보는 여우의 눈처럼
잎 지고 난 붉은 열매처럼 차가운 공기를 떨게 하면서
나를 응시하고 있는 것이 있다
내 삶을 떨리게 하는 무엇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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