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부처
겨울로 들어서는 12월초
우이동 도선사 숲속에 웅크린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떠뜻하게 두꺼운 코트와 내복을 입은
나와 눈이 마주친다
겨울잠에 들지 못하는 개구리가
사람의 눈망울을 가진 개구리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개구리가
겹겹이 옷을 껴입고도 추위에 떨고 있는 내게
두둑한 저금통장과 집과 가족을 가지고도
사업이 더욱 더 잘되게 해달라고
100일 기도회에 참석한 내게
이 추운 겨울
동면에 들어야 할 것들은
내가 아니라 바로 너희들이라고
움찔움찔 몸을 움직이며
뼈저린 가르침을 준다
- 양해기·시인, '개구리 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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