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텅~빈 바탕, 눈앞, 지금 이 순간 이 자리라는 진실

장백산-1 2020. 1. 29. 14:35

텅~빈 바탕, 눈앞, 지금 이 순간 이 자리라는 진실  - - 법상 스님


무수히 많고 무수히 겹쳐진 인연(因緣)들 중에 하나의 인연(因緣)이 탁 틀어져 버리면 여러분들이 여기 이 법회에 오고 싶었지만 갑자기 가족 중에 누가 아프다든지 그러면 이곳에 못 오잖아요. 내가 내 마음대로 오고 싶으면 올 수 있어 라고 생각하지만, 내 뜻대로 오고 싶다고 해서 이 법회에 올 수 있을까요?


온 우주만물이 나를 도와주지 않으면, 인연법(因緣法), 연기법(緣起法)이 나를 도와주지 않으면 그래서 무수히 많은 중중무진(重重無盡)의 인연(因緣) 중에 한개의 인연(因緣)만 틀어져도 나는 여기에 오지를 못하게 됩니다. 여기에 올 수 있는 것은 내가 내 맘대로 오고 싶어서 그냥 왔다고 생각하지요. 내 의지대로 왔다고 생각하잖아요. 내 의지대로 왔어. 내 인생 내 의지대로 살지. 이러잖아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온개공(五蘊皆空 : 色 受 想 行 識은 空하다), 즉 몸, 느낌, 생각, 의지, 의식 이것들은 내가 아닙니다. 내 의지대로 다했어. 이렇게 말을 하지만 내 의지대로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내 의지대로 했다고 잘못 생각하는 겁니다. 연기법(緣起法)으로써 연기법(緣起法)이 몸, 느낌, 생각, 의지, 의식 이것들을 가능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하려고 한다고 그렇게 되고 저렇게 하려고 한다고 저렇게 되는 게 아니라 무수히 많은 인연(因緣) 따라 무수히 많은 연기(緣起) 따라 매순간순간 삶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바뀔 수 있는 인연(因緣)에 이렇게 놓여 있는 겁니다.


무수한 인연 따라 무수한 연기 따라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텅~빈 바탕자리, 눈앞에서는 모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예요. 눈앞에서 사건(事件)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즉 연기법(緣起法)을 법(法)이라고, 다르마(Dharma)라고, 진리(眞理)라고 부르잖아요. 그 무수한 연기법, 인연법, 진리가 내 눈앞에 있는 이 현실세계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내 눈앞에 있는 이 현실세계 그건 내 뜻대로 내가 한 게 아니에요. 그래서 내가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사는게  아닙니다. 이 연기법 전체가, 연기법은 중중무진으로 온 우주 전체가 연결되어 있는 거잖아요. 그 무한(無限)한 연결성(連結性) 그 자체가 진리(眞理)로서 내 눈앞에 있는 이 현실세계를 가져다 준 것입니다. 그래서 연기법(緣起法)이 100% 구현된 상태, 그 상태가 바로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눈앞, 텅~빈 바탕, 텅~비어 있는 허공(虛空) 입니다.


연기법(緣起法), 인연법(因緣法), 진리(眞理)가 100% 완전히 드러나 있는 상태, 그게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서의 나의 삶, 나의 인생, 나의 세상, 나의 현주소입니다. 그래서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서는 연기법(緣起法), 인연법(因緣法), 진리(眞理)라는 방편(方便)의 말도 거추장스러운 거예요.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 그냥 이러할 뿐이에요. 그냥 눈앞에 있는 이대로일 뿐입니다. 이것을 여여(如如)하다고도 말합니다. 태어나서 여러분들 스스로 생생하게 증명하는 거잖아요. 그냥 지금 여기 이대로일 뿐이라는 것.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밖에 달리 살아본 적이 없잖아요. 과거나 미래로 생각이 왔다 갔다 할 수는 있지만, 나라는 존재는 늘 눈앞, 텅~빈 바탕,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펼쳐지는 이 삶, 이 인생, 이 현실세상을 살아왔거든요. 눈앞의 이 삶을 살았습니다. 생각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냥 언제나 텅~빈 바탕, 눈앞,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일 수밖에 없어요.


아파트값이 35억으로 올라갔다가 25억으로 떨어졌다. 35억으로 올라가는 동안은 즐거웠다가 25억으로 떨어질 때는 괴롭다. 내 마음은 35억 25억으로 왔다 갔다 왔다 갔다 하면서 천당과 지옥을 살겠지만 사실은 눈앞에는 늘 텅~빈 상태로 그냥 이랬을 뿐이지요. 아파트 값이 올라갔다 떨어졌다 이건 내 생각일 뿐이지요. 생각으로 괜히 지옥 갔다 극락 갔다 왔다 갔다 하는 것이지 언제나 눈앞에는 아무 일도 없는 이 심심함, 이 진실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텅~빈 바탕, 눈앞, 지금 이 순간 이 자리라는 이 진실, 이게 전부 다 마음에 안 들어요. 왜? 텅~빈 바탕, 눈앞, 지금 이 순간 이 자리라는 이 진실을 나의 분별을 하는 생각으로 재단하니까 판단하니까요. 난 좀 더 건강했으면 좋겠어. 남들은 보니까 아주 건강한데 나는 왜 여기도 이프고 저기도 아프지.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픈 게 정상일까요? 완벽하게 건강한 게 정상일까요?


- 정리 by 하이얀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