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진짜 나'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 - 릴라님
내가 그동안 살아온 날들을 돌아봅니다. 살아온 날들 거기에는 온갖 이야깃거리들이 있습니다.
어느 때는 초라한 모습이기도 했고 어떤 때는 상처받은 어린애 이기도 했습니다. 칭얼대는
아기처럼 사람들에게 나를 알아달라고 온갖 가지 표현을 다 해보았지만 사람들은 나를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나는 외로왔습니다.
그러나 또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부정할 수도 없습니다. 너무나 외로웠던 그 순간에도 투명망토
처럼 나를 꼭 안아주고 아낌없이 보듬어 준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세상에서 버림받고 캄캄한 동굴에 갇혀있는 아이처럼 나는 혼자 울고 있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파서 눈물을 흘리지 못할 만큼 힘들었지만,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너무나 힘들었던 그 순간에도 나를 떠나지 않고 묵묵히 나와 함께 힘든 이 모든 경험을
한 '이것'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살아온 날들이 슬프고 불행하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봄날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처럼 내
인생에도 가장 빛나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기쁨이 흘러넘쳐 온 하늘에 꽃을 뿌린 것 같은 희열을
느끼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 어둠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환희를 느낄 때도 있었
습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터질 것같은 환희를 느끼던 그 찰나지간에도
그 기쁨과 희열이 영원하기를 바라지 않았고, 그 기쁨과 희열이 떠나가는 것을 결코 아쉬워하지 않은
채 묵묵히 이 그 기쁨과 희열을 비춰준 '이것'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때론 차가운 바다에 몸을 던지듯 치기 어린 시간도 보냈고, 때론 덩그러니 내던져진 무료한 시간
앞에서 어찌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곁에 있던 사람들이 떠나가고, 나만의
텅 빈 공간에 예기치 않게 손님이 찾아와 잠시 둥지를 틀기도 했지만, 그 모든 순간순간에 나 혼자가
아니고 '이것'과 함께했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는 '이것'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것'만큼 나를 속속들이 아는 것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이것'은 때론 부끄럽고, 창피하며, 오만하고, 어린애 같으며, 욕심 많고, 편협한 나를 속속들이 알
고있지만, '이것'은 이런 나의 모습에 조금도 불평불만이 없습니다. '이것'은 그런 나의 전부를 몽땅
허용하지만 나를 질책하지 않으며, 그런 나의 전부를 함께 경험하지만 이런 경험들에 미련을 갖지
않습니다.
이제 와서야 이 낯선 '이것'이 결코 낯선 것이 아니었음을 알겠습니다. 이 낯선 '이것'이 늘 나와 함께
하면서 자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이것'을 몰라보았음을 알겠습니다. 황금보다 더한
침묵이 '이것'의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뽐내고 있었음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매 순간 자기변명하기
에 바빠 '이것'의 거대한 침묵의 진가를 보지 못하게 했음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나는 언제나 나인 적이 없었지만 '이것'은 언제나 '이것'이었습니다. 내가 나라고 여겼던 것들은 늘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기에 바빴지만, '이것'은 다양한 나의 모습에 녹아들어 언제나 변함없는 그 자체를
잃어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나인가를 묻지않을 수 없게 됩니다. 무엇이 '진정한 나' '진짜 나'이어야 하는가?
나의 전 생애에 걸쳐 모든 것들 이전의 자리에서, 모든 것들과 '하나'가 되어 늘 한결같이 비추던
'이것'이 진정한 나, 진짜 내가 아닌가? '진정한 나' '진짜 나'라면 이 '진짜 나'는 나의 모든 경험
이전이어야 하고, 나의 모든 경험을 떠나지 않아야 하지 않는가? 진정한 나라면 내가 무슨 경험을
하든 아무 어떤 불평도 없어야 하고 아무 편견이 없어야 하지 않은가?
이제서야 무엇이 '진짜 나'인지 바로 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서야 나를 채찍질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제서야 나를 탓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제서야 나를 못살게 굴 필요가 없어졌습
니다. 진정한 나는 이 모든 언어의 사슬에 묶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진정한 나는 나라는 이름
안에 넣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겠습니다.
인생의 고비마다 헐떡거리고 이리저리 방황하고 노심초사했던 조연(助演)의 나를 이제는 떠나보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좀 편안하게 쉬라고, 그동안 수고했다고 조연(助演) 역할을 했던 나를
달래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제 진실한 '이것'이 남은 인생의 주연(主演)으로 살아가게끔 길을 터 주라고 조연(助演)의 나에게
말해야 하겠습니다. 더 이상 숨지 말고 온 세상을 활보하라고 '이것'에 모든 문을 열어주어야겠습니다.
'이것'이 진정 원래대로 복원된 삶임을 이제는 부정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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