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와 기러기 - - 원빈 스님
수행을 하는 스님이 입을 조심하여 차분하고 슬기롭게 말하며
그의 입이 경전이라는 방편이 가리키는 의미를 바르게 설명하면
그가 하는 말은 감로수처럼 달콤하리라.
-법구경 363게송-
거북이와 기러기 두 마리가 죽고 못사는 죽마고우였다고 합니다.
기러기는 자신이 하늘에서 본 세상을 거북이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죠.
'거북이가 하늘을 날 수 있을까요?' 기러기들은 이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는 쉬운 법을 찾아냈습니다.
"거북아, 너 하늘을 날면서 멋진 세상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니?"
"응? 보고 싶지! 그런데 그게 불가능하지 않아?"
"아냐! 네가 입만 다물고 있으면 가능해! 해볼래?"
"응!"
기러기들이 고안해 낸 거북이가 하늘을 날아갈 수 있는 방법은 이러합니다. 기러기 두마리가 막대기
양쪽을 입에 물고 날면 그 막대의 중앙을 거북이가 입으로 꽉 물고 있는거죠. 거북이의 아구힘은 워낙
힘이 세니 그냥 입만 다물고 있으면 정말 별일없이 멋진 세상을 볼 수 있었겠죠.
그렇게 기러기와 거북이의 비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상대로 별탈없이 세상을 날면서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았죠.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잠복해 있습니다. 그것은 거북이가 '수다쟁이'라는 것이죠.
기러기와 거북이가 하늘을 날아가는 진기한 광경을 목격한 여자 아이가 소리칩니다. "엄마! 기러기가
거북이를 잡아간다!" 이 소리를 들은 거북이는 속이 부글부글 끓습니다. '나는 잡혀가는게 아니야!'
사람들이 자꾸 거북이가 잡혀간다고 말하니 거북이는 참지 못하고 외쳤죠. "나는 잡혀가는게 아니다!!"
그리고 그 즉시 거북이는 장렬하게 낙하해 죽음을 맞이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행동, 생각, 입이 통제되지 않아서 사소하게는 창피한 일을 당하기도 하고, 크게는 목숨을 잃는
일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전쟁이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죽기도 하죠. 세상에 일어나는 재앙의 대부분이
통제되지 않는 입으로 인해서 비롯됩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리더가 되고 싶다고 말하지만 스스로의 입조차 리드하지 못하는 자가 리더가 되면
그 결과는 끔찍합니다. 누군가의 리더가 되고 싶다면 먼저 자신 삶의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죠?
누구나 자신의 입이 놀리는 말에 대한 알아차림을 일상생활화 해야 합니다. 쓸데없는 말은 안하는 것이
좋습니다. 침묵(沈默)을 한채 살아가되 꼭 필요한 말만을 조금만 하고 살아야 하죠.
절집에는 묵언(默言)이라는 글씨가 여기저기 붙어 있습니다. 묵언(默言)은 무언(無言)과는 다릅니다.
무언(無言)은 무작정 어떤 상황에서도 말을 하지 않는 것이고, 묵언(默言)은 어떤 상황에서꼭 필요한
말 이외에는 말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절의 공양간(부억)에서 불이 나 연기가 나는데도 불이 났다고 말을 하지 않는다면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요? 되도록 침묵(沈默)하면서 살되 상황에 따라서 꼭 필요한 말은 하는 것. 이것이 감로같은 힘이
있는 말입니다.
어리석은 입은 모든 재앙의 근본입니다. 반면에 지혜로운 입은 만복의 근본입니다.
당신의 입은 통제되지 않는 어리석은 입인가요? 만복을 만들어내는 지혜로운 입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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