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코로나19와 자본주의

장백산-1 2020. 3. 28. 21:02

코로나19와 자본주의


코로나19보다 앞서 인류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끼친 바이러스는 자본주의(資本主義)다. 코로나19와 자본주의 특징의 유사성은 놀랍도록 닮았다. 이 둘은 무엇보다도 무차별(無差別)하다. 지역, 인종, 성별, 나이를 따지지 않는 무차별적이다. 더구나 저항력이 약한 사람들, 경쟁에 낙오된 사람들, 낮고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을 더욱 짓누른다. 틈새 사이로 공략하면서 오랫동안 축적한 사회시스템의 허점을 잘 이용한다. 양자는 오랫동안 잠복해 있었다. 전자는 동물의 몸에 진화하지 않은 채로 숨죽이며 있었지만, 지금은 인간이라는 숙주를 만나 전세계로 확산 중이다. 후자는 일찍이 인간의 마음을 숙주로 하고 있었지만, 근대과학과 공업경제 발전에 힘입어 오늘날 전 세계 거의 모든 지역을 장악했다. 


코로나19와 저본주의는 돌연변이, 즉 변종(變種)을 양산한다. 코로나19는 벌써 새로운 변이(變移)가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빠르다. 인간계로 진격하면서 자신들의 숙주인 인간이 처한 조건에 따라 변화한다. 자본주의는 아예 인간의 삶의 형태를 극도로 변형시켰다. 국가를 볼모로 삼는 국가자본주의라든가, 아예 전 세계에 대놓고 신자유주의라는 자신만의 리그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중심부니 주변부니 하는 분열된 체제를 만드는가 하면, 최근에는 IT혁명을 통해 잘만하면 일확천금의 꿈을 실현시키는 신세계를 구축했다.  


양자 모두는 인간에게 고통을 준다. 코로나19를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목이 아프고 열이 나며  온 몸이 누군가와 씨름을 하듯이 힘들다고 한다. 인간에게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免疫力)이 없기 때문에 균형이 깨진 몸은 새로운 적(코로나19)을 상대로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자본주의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준다. 전 세계 상위 1%가 나머지 99%의 재산을 넘어섰다고 한다. 있는 자들은 천문학적인 돈으로 행복할지는 몰라도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성에 맞지 않는 일로 심신이 피로하고, 직장에서도 노동효율성이라는 명목 아래 언제든 해고당할 불안에 떨고 있다. 바이러스가 인격(人格)을 따지지 않듯이, 피도 눈물도 없이 몰인정한 것이 자본(資本)이다. 


물론 이 둘이 확산되는 배경은 인간이다. 인간은 나름대로 스스로에게 적합한 환경을 구축해왔다. 의학의 발전으로 수명도 늘이고, 여러 병의 원인도 규명하여 신약도 개발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이미 그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코로나백신 개발에 투자하지 않았다. 부랴부랴 백신을 만든다 하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인간도 자본주의라는 항원(抗原)에 대한 항체(抗體)로서 공산주의니 사회주의를 만들었지만 공산주의 사회주의는 거의 자본주의에 정복당한 상태다. 자본주의 총아인 기업(企業)은 이익을 찾아 지구 곳곳에 자본의 깃발을 꽂고 있다. 


안타깝지만 이대로 가면, 지구의 미래는 없다. 그래도 코로나19가 대한민국에 주는 하나의 희망(希望)은 촛불시민혁명이라는 광장의 힘으로, 열린 민주주의의 꽃을 피운 대한민국 정부와 시민들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법이 세계 모범이 되는 성숙한 대응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지구환경 문제를 필두로 지구에 수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지구환경 문제에서 인간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영화 ‘컨택트’처럼 첫 만남이기 때문에 코로나19와 인간 간에 대화의 방식은 다르겠지만, 인류에게 공존(共存)의 대화를 청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공존(共存)의 대화는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이자 처방전일 가능성이 크다. ‘멈춰라!’라는 경고이다. 생산과 유통과 소비의 무한질주는 결코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인간의 욕망은 불꽃과 같아 지구의 모든 자원을 하나도 남김없이 불태워버릴 것이다. 아니 인간의 생명은 물론 모든 생명체의 존재마저도 소멸시킬 것이다.


그러니 일단 '멈춰라'. 마스크를 쓰고 침묵을 지켜라. 인간 사이에 서로의 존재를 어떤 차별 분별도 없이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 거리를 두어라. 그리고 조고각하(照顧脚下), 즉 발밑을 보라. 인류는 지금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향해 달려가는지 성찰의 시간을 가져라, 라고. 이미 한계상황(限界狀況)에 처한 인류에게 자연계(自然界)가 다양한 방식의 경고의 메세지를 보냈지만, 본체만체한 것에 자연계(自然界)가 분노하여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전파력(傳播力)을 가진 코로나19를 메신저로 특파한 것은 아닐까. 아마도 코로나19라는 이 메시지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면, 다음에는 자연(自然)의 더 큰 경고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역행보살(逆行菩薩)로서의 코로나19의 경고 메시지를 인류가 진지하게 해독(解讀)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영상 원광대 원불교학과교수 wonyosa@naver.com


[1530호 / 2020년 3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