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덜 깬 아침의 잠꼬대 - - 몽지&릴라
바로 지금 당장 여기서 너무나 자명해서 어떠한 확인이나 증명도 필요가 없는 사실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머리를 굴리는가? 쯧쯧쯧, 그렇다면 화살은 이미 벌써 대마도를 지나갔다.
아마 당신은 지금 이 글을 보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을 보고 있다는 그 사실을 되돌려보아라. 억지로
말로 설명을 하자면 ‘보고 - 있음’을 자각해 보라는 말이다. 이 ‘보고 - 있음’, 이 ‘듣고 - 있음’, 이
냄새맡고 - 있음, 이 맛보고 - 있음, 이 ‘느끼고 - 있음’, 이 ‘알고 - 있음’, 이 ‘살아 - 있음’…. 이 영원
하고 무한한 불생불멸의 ‘있음’을 맛보고 자각하라. 이 ‘있음’을 맛보려는 그대와 그대가 맛보려 하는
이 ‘있음’은 불이(不二), 즉 분리된 둘이 아니다. 이 ‘있음’이 주체로서의 그대 자신으로, 또한 그 주체가
마주하고 있는 하나의 객체로 스스로를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그 둘은 모두 이 ‘있음’을 기반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 ‘있음’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의 감각이다. 이 ‘있음’이 바로 ‘여기 이 자리’라는 느낌이다. 모든 것의
기반이 되는 이 ‘있음’ 이야말로 시간을 벗어나 있고, 공간에 구속되어 있지 않다. 불생불멸하고 시공간을
초월해 있는 이것이 언제나 어느 때나 지금 이 순간이요, 어디서나 여기 이 자리라는 느낌, 결코 변하지
않는 ‘나 - 있음’의 감각이다. 이 단순한 감각, 이 당연한 감각, 이 자연스러운 감각이 바로 ‘이것’이다.
알겠는가? 알아도 ‘이것’이고 몰라도 결국 ‘이것’ 뿐이다. ‘이것’은 알고 모름과 상관이 없다. ‘이것’은
어떤 특별한 경험과도 무관하다. 모든 경험이 ‘이것’이므로, ‘이것’을 달리 경험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것'을 경험하고자 하는 그러한 무의미한 노력을 그치기만 하면 '이것'은 저절로 분명해질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을 잡는 손 그 손이 그 손 자체를 잡을 수는 없다. 모든 대상들을 놓아버리는 손 그 손이
그 손 자체를 놓아버릴 수도 없다. 대상을 잡거나 놓아버릴 수 있지만, 대상을 잡고 놓는 손 그 자체를
다시 잡거나 놓아버리는 일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손이 먼저 있어야 잡는 것이 가능하고 손이 먼저 있어야
놓아버린다는 분별이 가능하다.
어떤 경험 대상들을 지각하고 인식하기 이전에 이미 ‘이것’이 있다. 어떤 경험 대상들을 지각하고 인식할
때도 ‘이것’이 있다. 어떤 경험 대상들이 더 이상 지각되고 인식되지 않는다 해도 ‘이것’은 변함없이 그대로
있다. 경험 대상들은 나타났다 사라지지만 그 경험 대상들의 출몰에 대한 지각과 인식 그 자체, ‘이것’은
변함없이 그대로 있다.
'이것'이야말로 더 이상 확인과 증명이 필요없는 자명한 사실이다. 이 사실이 의심스러운가? 그렇다면 그
의심은 어디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돌아보라. 그 의심이 일어나는 그 자리가 그 의심에 대한 가장 명확한
해답이 있는 자리,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텅~빈 바탕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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