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장무상망(長毋相忘), "오랜 세월이 지나도 서로 잊지 말자." 라는 뜻. 이 말은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의 마지막 세한도(歲寒圖) 인장으로 찍힌 말입니다. "장무상망"은 2천년 전 한나라에서 출토된 와당(瓦當) 기와에서 발견된 글입니다.
"생자필멸(生者必滅)" 이 세상에 생겨난 것은 모두 쓰러지고 결국에는 사라져버리는 것들입니다.
추사와 그의 제자(弟子) 이상적과 나눈 그 애절한 마음을 표현한 장무상망(長毋相忘)은 이렇게 오늘도 살아서 우리를 감동시키고 있습니다.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제주도 유배중) 추사를 생각해 준 사랑하는 제자에게 추사는 세한도를 주면서 요즘 말로 영원불멸(永遠不滅)이라 하지 않고 가볍게 조용히 마음을 안으로 다스려 "장무상망"이라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그 애절함이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것입니다.
세상(世上)을 살면서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는 장무상망,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두어 명은 있어야 인생(人生)을 결코 헛되이 살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솔로몬 왕의 술회!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공수래 공수거 시인생(空手來 空手去 是人生)이라는데, 사우디 국왕이 20여 년간의 집권을 접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총리직과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을 손에 쥐고 이슬람 성직까지 장악한 힘의 메카였던 사우디 국왕도 세월 앞에서는 손을 들고 한줌의 흙으로 돌아 갔습니다.
사우디는 지금도 한국 돈으로 3경원에 해당되는 3,000여 억 배럴 이상의 석유가 묻혀 있고, 자신이 소유한 재산만 해도 18조원에 이르렀지만 결국 "폐렴 하나 이기지 못 한 채" 91세의 일기로 생을 접어야 했습니다. 이슬람 수니파의 교리에 따르면, “사치스런장례는 우상숭배다.”라고 하여 서거 당일 남자 친척들만 참석한 가운데 사우디 수도에 있는 알오드 공동묘지에 묻혔습니다. 시신은 관도이 흰 천만 둘렀으며 묘는 봉분을 하지 않고 자갈을 깔아 흔적만 남겼습니다. 비석도 없이, 세계 지도자들의 조문도 없이 평민들 곁에 그저 평범하게 묻혔습니다. 과연 공수래공수거의 무상한 삶의 모습을 실감케한 장례였습니다.
일찍이 세기의 철학자요 예술가이며, 예언가이자 종교지도자였던 솔로몬 왕은 다음과 같이 인생을 술회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가치를 다 가져본 솔로몬 왕도 그것을 무상하다고 탄식했다면 아마도 친구들과 나누는 찻잔 속의 따스한 향기가 더 소중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주름진 부모님의 얼굴도, 아이들의 해맑은 재롱도, 아내의 지친 손길도. 남편의 피곤한 어깨도,
나의 따뜻한 위로의 말 한 마디와 따스한 미소로 보듬을 수 있는 마음이 오늘을 사는 지혜가 아닐까 합니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 - - - 안개 같은 삶의 무대 위에 남아있는 사랑만이 소중한 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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