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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장백산-1 2021. 2. 25. 21:05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전설리 기자, 입력 2021.02.25. 17:33 수정 2021.02.25. 18:21

 

 

고기(肉類)를 끊은 뒤 새 세상이 열렸다

 

채식 그 이상의 채식.. 비건으로 살아가기

 

 

로마 시대의 검투사, 올림픽 육상종목에서 9개의 금메달을 딴 ‘총알 탄 사나이’ 칼 루이스, 지구상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파트리크 바부미안, 포뮬러 원 월드 챔피언 루이스 해밀턴, 세계적인 울트라 마라톤 챔피언 스콧 주렉… , 이들 5 사람의 공통점은 각 분야에서 최고의 신체 기량을 뽐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5명은 모두 채식을 했거나 한다는 사실이다.

 

이들 5명은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 성룡이 공동 제작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The game changers)’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The game changers)’는 이들 다섯 사람의 사례와 함께 과학적인 증명과 함께 실험에 근거해 인류(人類)가 언제부턴가 믿어온 ‘동물성 단백질=힘 · 건강’이라는 통상적인 생각을 뒤집는다. 인간이 육류(肉類) 섭취를 하기 위해 가동하는 대규모 공장식 축산업이 인간을 포함해서 지구상의 모든 종(種)의 삶의 터전인 지구(地球)의 생태계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낱낱이 고발한다.

 

흔히들 ‘비건=채식주의자’라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비건은 채식을 위주로 하는 단순한 식습관(食習慣)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비건은 동물보호, 환경 보호, 윤리적 소비를 아우르는 하나의 이념(理念)이라는 게 더 적절한 해석이다. ‘비건이즘’이란 단어가 쓰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건이즘은 동물의 생명권(生命權)을 옹호하고 종(種) 차별에 반대하는 사상과 철학이다. 비거니즘은 동물을 착취해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과 모든 서비스를 거부한다. ‘비건이즘’이란 이념(理念)과 인간의 육체적인 건강(健康)과 정신적인 건강(健康)을 이유로 최근 채식, 비건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인간이라는 종(種)의 시작부터, 즉 인류(人類)의 탄생부터 인류(人類)는 단백질 부족에 시달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人類)는 처음엔 사냥을 하고 물고기를 잡았고, 다음엔 가축을 길렀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공장식(工場式) 축산업이 탄생했다. 공장식(工場式) 축산업 덕분에 인류(人類)는 동물성 단백질을 싼 값에 손쉽게 섭취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대량 사육이라는 공장식(工場式) 축산업에서 동물들은 잔인하게 학대당하고 죽어간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윤을 남기는 게 목적인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동물 한 마리를 키워서 제품을 생산하는 데 드는 시간은 짧을수록, 비용은 적을수록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일컬어 ‘현대판 홀로코스트’라고 비건들은 비판한다. 《사피엔스》의 작가 유발 하라리는 “공장식(工場式) 축산업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범죄 중 하나”라고 했다.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동물은 인간의 식욕과 아름다움을 충족하기 위한 수단일까, 아니면 이제부터라도 보호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일가. 그렇다면 함께 살아가야 할 그 대상은 어디까지인가.

 

인간은 엄마 자궁에서 나와 탯줄이 끊기는 그 순간부터 어느 정도의 나이 약 3~4세가 되면 나(우리)와 남(他者)을 분별(分別)하고 구분(區分)하기 시작한다. 나와 남 사이에 온갖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을 하는 일과 울타리를 치는 일은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 비건은 나라는 존재의 경계(境界)를 우주의 크기로 넓힌 사람들이다. 비건은 우주삼라만상만물, 즉 동물과 식물, 무생물과 생물, 자연, 환경까지 포용한다. 비건이 묻는다. 당신에게 타자(他者)는 어디서부터냐고.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