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사람들은 막연히 잘 살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장백산-1 2021. 2. 23. 15:38

"사람들은 막연히 잘 살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 법륜스님 즉문즉설 -

▒ 질문) 스님 법문에서 "사람들은 막연히 잘 살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내년에 결혼을 생각 중인데, 저도 막연히 "행복하게 잘 살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게 좋을지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답) 우리 사회에 부부갈등도 많고 이혼도 많은데, 이것은 모두 결혼을 해서 생기는 문제들이고, 자식이 말 안 듣고 말썽부리고 그래서 괴로워하는 부모도 많은데, 이것도 결혼을 해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세상을 보면, 내가 결혼을 하면 우리 부부는 영원히 잘 살 것이고, 아이를 낳으면 내 자식은 이쁘고 공부도 잘하고 말도 잘 듣고 앞으로 잘 될 거다. 모두들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이를 낳을 때 내가 장애를 가진 자식을 낳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살다가 나중에 교통사고로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건 상상도 못 하고,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해서 학교를 못 다닐 거다, 이런 거 상상도 안 됩니다. 그러나 실제 현실적으로는 그런저런 일들이 일어납니다. 전 세계에 전문가가 그리 많아도, 코로나가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예측을 못 했지만, 이런 일이 생기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사업도 하지 말고, 결혼도 하지 말고, 애도 낳지 말고.. 그러라는 말이 아니고 중요한 것은 결혼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이혼이 중요한 게 아니고, 애 키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일을 겪더라도 마음이 잠시 흔들릴 수는 있지만, 어떤 일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수행(修行)이라 하는데, 이런 수행(修行) 준비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수행(修行) 준비가 되면 결혼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 갈등이 생겨도 괜찮고 이혼해도 괜찮고..뭐 이혼하더라도 본전이잖아요. 결혼 안 한 사람하고 같잖아요. 그러니 이혼 그게 무슨 큰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일부러 장애가 있는 아이들 있는 시설을 찾아가서 봉사하는 사람도 있는데 내 아이가 장애아이면 멀리 장애아 수용시설까지 갈 것 없이 집에서 내 아이에게 봉사하면 되고, 아이가 학교에 적응 못 하고 말썽피우면 그런 애들만 모아 돌보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남의 아이에게도 봉사하는데 왜 내 아이에게는 봉사하지 못 합니까? 그렇게 못 하는 것은 욕심(慾心) 때문입니다.

남자나 여자나 배우자를 고를 때도, 학벌도 좋고, 직업도 좋고, 얼굴도 잘 생기고, 돈도 많고 해야 합니다. 그런데 배우자는 나만 쳐다봐야 해~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습니다. 그런 남자는 결혼을 해도 다른 여자들이 쳐다봐요. 여자도 아주 미인이고 똑똑하고 그러면 다른 남자들이 관심을 가져요. 그런 남여 배우자는 만나기도 어렵고 만나더라도 잠시 행복하지만 늘 신경쓰이고, 불안하고, 바람피웠다고 죽느니 사느니 그러는데, 내가 볼 때는 이미 그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그런 배우자를 만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남녀가 서로 배우자를 선택을 했으면 그 결과를 감수해야 합니다. 후회하거나 상대를 비난하거나 할 게 아니라, 자기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농사를 지으면 홍수피해가 올 수도 있고, 가뭄이나 태풍피해가 올 수도 있어요. 조심하면 피해를 조금 줄일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피할 수는 없어요. 뭐든지 "나만 열심히 하면 잘 될 거다" 라는 생각 그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세상은 그렇지 않아요.

그러니까 수행(修行)이란 어떤 일이 벌어져도 능히 적응하고 이겨내는 것이 수행(修行)이고, 원하는 일은 다 이루어지고, 원하지 않는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건 종교(宗敎)입니다. 종교(宗敎)를 믿는 사람들은 다 그런 이유 때문에 종교(宗敎)를 믿는 겁니다. "그렇게 좀 해 주세요~ 내 힘으론 안 되는데, 당신은 모르는 것도 없고 못하는 것도 없으니까 나를 위해서 좀 해 주세요~ 그렇게만 해 주면 돈도 많이 내고, 절도 하고, 매일 새벽마다 싹싹 빌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이게 종교(宗敎)입니다.

그러나 수행(修行)은 나쁜 일이 안 일어나면 안 일어나는 대로 좋고, 나쁜 일이 일어나면 일어나는 대로 좋고,  세상은 원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고, 세계를 전체적으로 보면 지역에 따라서 태풍이 부는 데도 있고, 싸이클론이 부는 데도 있고, 허리케인이 부는 데도 있고, 장마도 있고, 한 사람이 보기엔 큰 일 같지만 지구 전체로 보면 그런 게 세상이니까 그런 일이 생기면 거기에 대응해서 대처할 건 대처하고 극복할 건 극복하고, 적응할 건 적응하고, 도망갈 건 도망가고, 그렇게 내 삶을 살아간다. 이게 수행자(修行者)의 자세입니다. 그래서 수행(修行)의 원칙에서는 결혼을 하라든지 하지 말라든지, 애를 낳으라든지 낳지 말라든지, 직장을 다니라든지 말라든지, 이런 말은 전혀 없어요. 자신이 무엇을 하든 자기 자유(自由)입니다. 무엇을 하든 적응할 건 적응하고, 극복할 건 극복하고, 피할 건 피하고 하면서 나의 삶을 자유와 행복으로 나아가도록 한다는 이것이 수행(修行)입니다. 지금 질문하는 사람이 수행자(修行者)라면 아무런 걱정도 없지요.

연애는 좋아하는 감정만 있으면 되지만 결혼은 달라요. 결혼은 좋아하는 감정이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옛날부터 결혼 많이 해 왔어요. 결혼한 당사자는 같이 사는 룸메이트입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남녀가 한 방에서 살다보면 그동안 살아온 생활습관, 성격, 취미, 이런 게 서로 달라서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방 온도부터 약간 더 추위를 타는 사람, 열 많은 사람은 방의 온도 가지고도 갈등이 생기고 그래서 결혼은 서로 다른 상대방을 이해하고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혼생활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가능한 한 서로 맞추어 간다는 이런 관점으로 살면 어떤 사람하고 살아도 아무 문제 없어요.

그러나 "내 방식 대로" 의 고집을 피우면 천하에 어떤 사람하고도 같이 살기 어렵다. 결혼을 하든 안 하든 결혼에 대해서는 이런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이혼도, 윤리적 관점으론 "결혼했으면 끝까지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수행(修行)적 관점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끝까지 살든 안 살든, 그걸 중요시 하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적응할 건 적응하고, 극복할 건 극복하고, 피할 건 피하고 하면서 나를 자유(自由)와 행복(幸福)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수행(修行)다 라는 이런 관점을 가지고 결혼하시기 바랍니다.

누가 제게 와서 "우리 결혼합니다" 해도 "축하한다"고 안 해요. 혹시 누가 나한테서 결혼 축하합니다 그런 말을 들었다면, 그날은 내가 정신이 없어서 그런 말을 했을 것입니다. 책에다가 뭐 "결혼 축하합니다".라는 쪽지를 가지고 와서 그렇게 써 달라고 하면 써 줍니다. 결혼이 축하할 일인지 아닌지 나는 몰라요. 결혼이 괴로움의 원인이 될지 행복의 원인이 될지 나는 모름니다. 그리고 누가 "어디 가겠다"고 인사 할 때도 마찬가지에요. 어디 가다가 죽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축하한다고 해요. 그러면 죽는 걸 축하한다는 말이 되잖아요. 그래서 가면 "잘 가시오", 오면 "잘 오시오" 이러지 뭐 그렇게 "좋다" 이런 것은.. 짧게 봐서 이 순간, 입에 들어갈 때 "야~ 맛있다!" 이거지 임에 들어가는 그게 건강에 좋을지 나쁠지는 좀 두고 봐야 안다 이 말입니다. 이런 관점으로 인생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아무 계획도 세우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계획도 세워보고, 애도 써보고, 추진도 해보고 하세요. 그러나 그렇게 해보다가 "괴롭다" 하면 그건 욕심 때문입니다. 열심히 하는 거 하고 괴로운 거하고는 별개문제입니다. "결혼해서 괴롭다" 하지만 결혼하고 괴로움은 별개문제입니다. 괴로움 거기에 욕심이 개입됐다, 괴로움 거기에 이치를 모르는 무지가 개입됐다. 괴로움 거기에 자기주장을 고집하는 성냄이 개입됐다. 이렇게는 말할 수 있지만 결혼하고 안 하고, 애 낳고 안 낳고, 직장 다니고 안다니고 그런 거하고 괴로움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자, 그런 마음으로 한번 잘 살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