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의미있는 명상
사람들이 흔히들 말하고 생각하는 '나'라는 존재대해 명상을 해 보는 일은 매우 의미있는 일입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나'라는 틀, 즉 '나'라는 고정관념(固定觀念)에 갖혀서 그 울타리 안에 있는 것만을 '나'라고 여기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나'를 그르치기가 매우 쉽습니다.
오늘은 '나'에 대한 명상을 해 보기로 합니다. 물론 '나'에 대한 명상은 '너'에 대한 명상일수도 있으며, 우주 전체, 이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명상일 수도 있습니다.
'나'를 포함한 일체(一切), 만유(萬有), 만물(萬物), 만법(萬法), 정신적인 현상이건 물질적인 현상이건 이 세상 모든 것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依持)해 있다는 의미심장한 결론을 먼저 내려 두기로 합시다. 그리고 시간적인 면에서 바라본 '나'의 실상과 공간적인 면에서 바라본 '나'의 실상을 하나씩 살펴보는 것입니다.
먼저 시간적으로 '나'의 생명(生命)을 명상 해 봅시다.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그 위로 할머니 할아버지, 그 위 모든 조상님들, 그리고 또 그 위 조상님들, 이렇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인류 역사 속의 모든 사람들이 나의 부모 나의 형제 아닌 사람이 없습니다. 나로부터 20대만 거슬러 올라가면 약 209만명, 30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약 21억명이 넘는 조상들이 무한히 큰 그물의 무한한 그물코처럼 서로 연결(連結)되어 있다고 합니다. 엄격히 따져보면 이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한 명만 빠지면 '나'라는 존재는 있을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 여기 있는 나라는 존재는 시간을 거슬러 일체 모든 과거의 인연들과 서로 연결(連結)되어 있는 것입니다. 인류 역사속의 모든 사람들과 나는 결코 뗄 수 없는 상호 연관된 존재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 지금의 나라는 존재는 아버지와 어머니간의 사랑으로 우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영원한 시간의 고리 일체가 나와 통해 있고 지금 이 순간 내 속에 갈무리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 인류의 역사가 지금 이 순간 내 속에 나라는 모습으로 생동감 있게 살아 꿈틀거리고 있는 것입니다.
다음은 공간적으로 '나'의 생명(生命)을 명상해 봐도 마찬가지 입니다. 동시대에 살고 있는 전세계인들은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지금의 나를 관찰해 봅시다. 옷을 입고, 양말을 신고, 신발을 신고 다니며, 아침, 점심, 저녁으로 밥을 먹습니다. 나를 살아가도록 해주는 부수적인 그것들은 과연 본래부터 나에게 구족된 것인가요? '나'만의 독자적인 능력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인가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입고있는 옷이 나에게 오기까지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피땀이 담겨있습니다. 옷 제조 공장이 돌아가려고 해도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매달려야 하는가요. 유통과정에서의 도매상, 소매상, 옷가게 주인 등등...그리고 내가 먹는 밥은 어떠합니까. 단지 내가 내돈 내고 사서 먹으니 내것이고 나의 노력으로 얻은 밥이니 내가 고생해서 내가 먹는 거지라는 생각은 너무나 편협한 생각입니다.
내가 한끼 밥을 먹기 위해서는 농부들이 피땀을 흘리고, 농부가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비료 만드는 사람, 삽 만드는 사람, 괭이 만드는 사람, 곡식이 잘 자랄 수 있는 모든 조건, 즉, 땅, 씨앗, 물, 태양, 바람 등등의 많은 것이 연관되어 있지 않고서는 전혀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태양이 없다고 생각해보세요. 태양이 없으면 과연 우리는 얼마만큼의 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요. 아마도 얼마안가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폐허가 되고 말 것입니다. 물이 없어도 마찬가지 겠지요.
사람들은 그저 내가 내 힘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주위의 모든 조건들과 상호 긴밀한 연관관계 속에서 살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모든 존재의 무한한 은혜에 의해 살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신라 시대 의상스님의 법성게(法性偈)에 나오는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은 바로 모든 존재간에 긴밀한 상호 연관관계의 사실을 읊은 구절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한 티끌 속에 온 우주를 머금었다'는 뜻으로 화엄(華嚴)의 법계연기(法界緣起)의 세계를 표현한 구절입니다.
결론적으로 시간적, 공간적으로 볼 때 '나'라는 존재는 일체(一切), 만유, 만생, 생각이 있는 존재, 생각이 없는 존재, 자연만물, 정신적인 현상이건 물질적인 현상이건 이 세상 모든 것들과 함께 연관되고 연결되어서 공생(共生)으로 함께 돌아가는 존재입니다. 나 혼자서는 결코 살아갈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사소하게 보이는 세균, 박테리아, 바이러스 같은 미물(微物)도 또한 곤충, 짐승, 물, 태양, 흙 등과도 나는 연관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렇듯 시간적, 공간적으로 일체 모든 존재는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인연생(因緣生) 인연멸(因緣滅)하는 존재들입니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세요. 모두가 나의 다른 모습들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나와 서로서로 인연(因緣)을 주고 받는 참으로 아름다운 도반들이며 부처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들에게 매순간 매일 감사의 예를 올려야 할 일입니다.
2000.02.10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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