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다 내려놓으면 어떻게 세상을 살라는 말인가?

모든 걸 다 내려놓으면 어떻게 세상을 살라는 말인가?

 

" '방하착(放下着)'을 계속 강조하다보니 많은 분들께서 그렇게 모든 걸 다 내려놓으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 궁금해 하셨습니다. 그래서 모든 걸 다 내려놓고도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이치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자 합니다."

방하착(放下着), 방하착(放下着) 하니 많은 분들이 의심을 가집니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나면 그러면 어떻게 하지. 아무것도 하지말고 그저 돌처럼 바위처럼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 하고 말입니다.

 

방하착(着)이란 집착심(執着心)을 내려놓으라는 것이지 아무것도 하지말고 그저 멍 하니 바보처럼 세상을 소극적으로 살라는 말이 아닙니다. 집착심(執着心), 즉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말이 방하착(着)입니다.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응당 마음을 내어 사용하되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 마음을 내라는 말입니다. 누구나 마땅히 적극적으로 세상을 살아갸야 할 일입니다.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해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하게 살아가야 할 일입니다. 다만 일으켜서 사용하는 마음을 어느 한 쪽에 머물러 집착심(執着心)을 일으켜선 안된다는 말입니다.

 

게으르게 사는 것은 복을 까먹는 일일 뿐입니다. 적극적으로 복을 짓고 순간 순간 늘 정신이 활짝 깨어있어야 합니다. 밝은 깨침의 마음으로 늘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돈을 벌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돈을 벌되 돈에 대한 '집착심'으로 벌지 말라는 것입니다돈 자체에 마음이 머물면, 즉 돈 자체에 집착하는 마음이 일어나면, 돈을 많이 벌 때는 즐거울 수 있지만 돈을 적게 벌게 되면 괴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돈 자체에 대해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집착심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돈을 적게 벌어도 여여하며, 돈을 많이 벌어도 다른 이를 위해 보시를 할 때 아깝다는 마음 없이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돈에 대해 집착심이 없으니 돈에 머물지 않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가 되는 것입니다.

 

사랑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사랑을 해야지 사랑이 아닌 '집착'이 되어선 안된다는 말입니다. 어떤 사람을 위해 사랑을 하게 되면 사랑이 떠나가더라도 그 사람이 잘 되면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사랑이 아닌 '집착'이라면 나와 함께 해서 괴롭더라도 붙잡고 싶어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갔다는 이유로 그를 증오하고 괴롭히며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 오늘날의 현실을 가만히 살펴봅니다.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집착'일 뿐입니다. '내 여자' '내 남자'라고 하는 또 다른 아상(我相)일 뿐입니다. 상대방이 '내것'이라는 생각 나 좋은 대로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만들어낸 '아집(我執)'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맑고 순수하게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사랑함이 없이 사랑하라는 도리인 것입니다.

이렇듯 집착심(執着心)을 놓아버리는 일,  방하착(放下着)이야말로 끊임없이 계속되는 욕망의 사슬을 끊어버릴 수 있습니다. 괴로움의 연장선인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방하착(放下着)'은 순간 순간 올라오는 대상 경계를 그저 주인공, 불성, 한마음, 본래면목, 진짜 나라고 하는 그 지고함 속에 넣고 녹이는 것입니다. 내 안에서 녹이는 것입니다. 일체의 모든 경계를 이렇듯 내 안에 밝은 자리에 내려놓고 가는 것입니다. 방하착.. 놓고 가는 사람들은 아름답습니다. 언제나 떳떳하고 당당합니다. 그 어디에도 걸림이 없으며, 어디에도 집착함이 없기에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항상 여여합니다. 함이 없이 늘 묵묵히 일을 해 나갑니다. 이렇듯 함이 없이 해야합니다. 일을 하며 '내가 한다'는 생각이 끼어들면 위험합니다. 그렇기에 그 마음 '내가 한다'고 하는 아상(我相), 아집(我執)을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가는 것입니다.

방하착(放下着)엔 내가 한다는 마음이 없기에 설령 괴로운 경계가 닥치더라도 괴로워하는 주체가 없기에 하나도 괴로울 게 없습니다. 내가 괴로워야 하는데 아상(我相)을 놓았기에 괴롭지 않은 것입니다. 아니 괴로울 것이 없는 것입니다. 다만 '괴로움'이란 현상만 있을 뿐  내가 괴롭다는 느낌에서 자유(自由)로울 수 있게 됩니다. 나를 내려놓고 나면 이렇게 자유(自由)롭습니다.

글쓴이 : 법상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