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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작아지는 즐거움, 아상타파(我相打破)

장백산-1 2021. 9. 7. 15:09

내가 작아지는 즐거움, 아상타파(我相打破)  - - 법상스님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의 벽두에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새해에 이룰 원(願)을 세운다. 즉 발원(發願)을 한다. 매년 신도님들의 새해 발원(發願)들을 보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한다. 공통점은 대부분의 발원(發願)들이 아상(我相)을 강화하고 확장하려는 것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아상(我相)을 강화하고 확장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큰 목적이고 원동력이 되곤 한다.

 

진짜 내가 아닌 가짜 나, 겉껍데기의 나인 내 돈, 내 재산, 내 집, 내 명예, 내 권력, 내 영향력, 내 학벌, 내 인기, 내 사람 등등의 아상을 강화하고 확장해서 늘려나가는 것이야말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어찌보면 사람들의 삶이란 끊임없이 아상을 강화하고 확장해서 늘려나가는 작업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처한 환경에서 자기를 드러내어 과시하고 싶고, 자기라는 상, 아상을 확장, 강화, 확대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자기라는 상, 아상인 많은 돈을 벌거나, 유명세를 타거나, 명예나 지위가 높아지거나 하는 것 등을 통해 자기가 ‘더 높아진 것’ 같은 착각(錯覺)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착각(錯覺)을 것이 바로 가짜 나인 아상(我相)의 확장이요 이기주의(利己主義)의 확대다.

 

그러나 가짜나, 껍데기 나인 아상(我相)의 속성이 무한정 확장될 수 없는 것이며, 언젠가는 반드시 축소되고 소멸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에 아무리 확장되고 강화되던 아상(我相)도 때가 되면 축소되고 소멸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정년퇴직을 하게 되거나, 사업이 망했다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거나, 몸에 큰 병이 왔다거나, 솟구치던 인기가 시들어 갈 때, 그 때 그런 사람들은 엄청난 아상(我相)의 축소와 소멸과 함께 좌절과 실패, 절망, 고통을 경험한다.

 

세상에서는 가장 큰 고통으로 여기는 아상의 축소, 소멸을 아이러니하게도 불교에서는 오히려 가장 큰 즐거움, 가장 큰 수행의 목적으로 여긴다. 세상에서는 아상의 축소와 소멸를 고통스러워하지만, 진리(眞理)에서는 아상(我相)의 축소와 소멸이 가장 즐겁다. 어쩌면 수행자에게는 아상(我相)의 확장과 강화가 곧 절망이요 반대로 아상이 꺾이고 좌절될 때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기회이자 영적 성장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이치를 눈여겨 보라. 그동안 아상을 확장시키려고, 성공하려고, 진급하려고, 돈 많이 벌려고, 앞도 뒤도 안 돌아보고 정신없이 질주하던 삶에 제동을 걸고 멈춰 서서 내가 살아온 길을 돌이켜 보라. 내가 성공이라고 생각하던 바로 그 길이 바로 허망한 아상 확대의 길은 아니었던가.

 

아상의 강화나 확대를 경계하고 아상의 축소나 소멸을 즐거워하라. 가진 돈이 적어 가난한가? 사화적 영향력이 축소되었는가? 직장을 잃었는가? 명예가 실추되었는가? 사업에 실패했는가? 세상에서는 괴로운 일처럼 보이는 그것들이 진리의 차원에서 본다면 모든 수행자가 기뻐한 아상 축소의 즐거운 일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아상(我相)이 축소되고 소멸될 때 괴로워하고, 아상(我相)이 확장되고 강화될 때 즐거워하면서 그같은 양 극단에 좌지우지되면서 휘둘리는 삶을 살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아상(我相)의 축소나 소멸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아상(我相)의 확장에도 집착하지 않음으로써 아상(我相)의 강화 확장과 축소 소멸에 걸리지 않는 여여하고 평화로운 삶을 영위해 간다. 아상(我相)이 확대되면 거기에 걸리지 않으면서 그 확대된 것을 이웃과 나누며 살면 되고, 아상이 축소된다면 그것을 자연스러운 비움으로 받아들이고, 금강경에서 강조하는 아상타파(我相打破)라는 가르침을 실천하는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렇게만 된다면 즐거운 일도 괴로운 일도 모두 아상타파(我相打破)의 차원에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는 법계가 내려준 최상의 조건이다. 결국 내 삶에 등장하는 모든 경계가 다 수행의 재료이며, 아상타파(我相打破)의 공부 아닌 것이 없다. 새해 아침, 아상의 확장을 위한 소망이 아닌 아상에서 놓여나는 아상타파(我相打破)라는 대원(大願)을 세우자.


법보신문 1031호 [2010년 01월 12일 1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