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통 깨부수기 - - 몽지와 릴라
선사들은 본래마음을 깨닫지 못한 사람들에게 '반드시 칠통을 부수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칠통은 옻을 담는 통이다.
옻은 가구나 나무그릇에 윤을 내기 위한 원료로 옻나무에서 채취한 진액이다. 옺나무에서 옻을 처음 채취했을 때는
회색이지만 가구나 그릇등 물건에 옺을 칠했을 때는 검붉은 색으로 변한다.
그래서 옻을 오랫동안 담았던 통일수록 까매서 마치 빛이 없는 어둠속 세상과 같다.
칠통은 본래마음에 밝지 않아 분별심(分別心)에 사로잡힌 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방편의 말이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엣 경험하는 세상에 밝지 않으면 칠통같이 캄캄한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눈앞에 드러나는 세상 모든 것들들이 따로따로 있는 것으로 안다면 눈앞이 캄캄한 것이다.
하늘이 따로 있고, 땅이 따로 있고, 사람이 따로 있고, 느낌 감정 생각 욕망 욕구 인식이 따로따로 있는 것으로 안다면
무명에 휩싸여 있기 때문에 하늘, 땅, 사람, 느낌 감정 생각 욕망 욕구 인식, 이것들이 실재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여기 눈앞에서 사람들이 지나간다. 멀리서 새소리가 들린다. 탁상시계의 째깍거림, 손가락의 움직임, 들숨날숨,
몸의 감각들이 드러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따로따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대상들은 마음에서
감각적으로 드러난 것들을 모양 따라 이름 붙이고 개념화하여 따로 존재한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지금 여기 눈앞에서 일어나는 감각적인 인연들과 살아오면서 형성되고 축적된 개념들이 순식간에 일어나 그것들을
독립적으로 분리된 존재로 분별하고 있는 것이다. 감각과 개념과 이름 붙이는 일이 일어나는 본래자리에는 그런 저런
것들이 없다.
무엇이라고 할 수 없는 곳에서 일어난 의식(意識, 생각, 분별심)에 사로잡히면 그 의식(意識, 생각, 분별심)이 다양한
존재들로 나타나게 되고, 그런 의식이 일어나더라도 이것의 본성, 무엇이라고 할 수 없는 곳에 밝으면 있는 그대로
아무런 존재도 없고 아무 일도 없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것들, 우주삼라만상만물, 정신적인 모든 현상 물리적인 모든 현상, 모든 것들이 이렇게 존재화 되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분별심(생각, 의식)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모든 것은 실제는 아무것도 아닌 경험이다. 감각도 일어나고 생각도 일어나고 감정도 일어나고
의도도 일어나고 분별심도 일어나지만 그것들은 모두 본래 투명한 환상과 같은 것들이다. 이런 사실에 어두우면 이 세계는
실재하는 것으로 착각된다. 그러나 이 세계는 실재하는 세계가 객관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분별심에 사로잡히니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지금 여기서 이 세상 여러 가지 것들이 따로따로 분리되고 분별되어 있다고 보이는가? 하늘이 따로 있고, 땅이 따로 있고,
사람들이 따로 있고, 나무와 새가 따로 있고, 지나가는 자동차, 도로, 걸어가는 사람들, 물든 단풍잎, 그것들을 바라보는
내가 따로 있는가? 그렇게 보인다면 칠통처럼 어두운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현상들이 이 마음의 일임을 밝게 본다면 칠통도 없고 어둠도 없다.
칠통 깨부수기는 미래에 일어나지 않는다. 밝음은 바로 지금 이순간의 일이다.
지금 일어나는 생각이나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바로 볼 수 있다면 이것이 칠통 깨부수기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어둠 속에서 환상을 진실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칠통 속에 갇히는 일도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일이며 칠통을 깨부수어 이 세계의 실상이 드러나는 것도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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