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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음(고독, 孤獨)의 즐거움

장백산-1 2022. 1. 12. 22:22

혼자 있음(고독, 孤獨)의 즐거움

고독(孤獨)은 자유로워 지는 것

 

혼자서 홀로 있다함은 외로움이나 고독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외로움이나 고독이라는 느낌이 사람들의 내면을 더 생생하게 빛을 비춰 주고 이 세상 모든 것들 존재(存在)의 근원(根源)을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해준다.

 

혼자 있다함은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한없이 충만(充滿)하다. 혼자 있음을 얼핏 생각하면 헛헛하고 외로워 보일지 모르지만, 텅~빈 가운데 성성(惺惺)하게 깨어있는 내면은 마구잡이로 채워 넣는 소유(所有)라는 욕심(欲心)에 비할 수가 없다. 홀로 있을 때 우리는 참으로 이 세상 모든 것과 함께 할 수 있고, 작은 나의 틀을 벗어나 전체(全切)와 함께 하나가 될 수 있다.

 

몸뚱이만 덩그러니 혼자 있다고 해서 홀로 있는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혼자 있으려면 사람들이 탐욕을 부리는 번거로운 소유(所有)로부터도 자유(自由)로워질 수 있어야 한다.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 잔뜩 많으면 그건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소유물로부터 소유를 당하며 휘둘리고 소유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소유란 물질적인 것들이 물론 포함되지만 돈, 명예, 권력, 지위, 배경, 학벌, 사회적 영향력, 등등 까지를 말하는데, 참으로 혼자 있는 법을 배우면 이런 것들이 있건 없건, 사람들은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자 있으면서도 충만할 수 있는 법을 익히지 못했기 때문에 외부적인 소유물들이 많이 채워져야 충만하고 행복하다고 여긴다. 돈, 명예, 권력, 지위, 학벌이며 온갖 소유물들이 넘쳐나야 행복다고 여기지, 그런 것들이 없어지고 나 홀로 덩그러니 남으면 내 존재의 뿌리를 잃어버린 것 처럼 외롭다고 하소연 하고 괴롭다고 하소연 한다.

또한 거치장스러운 이러한 소유(所有)로부터 자유로워 졌다고 해도 아직은 온전한 홀로 있음을 실천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가장 중요한 홀로 있음의 실천 요소가 남았다. 그것은 바로 정신(精神)의 홀로 있음이다.

 

아무리 깊은 산 속에서 혼자 살더라도, 온갖 소유의 울타리에를 벗어나 혼자 자유롭게 살더라도,  머릿속이 탐진치 삼독심 등 온갖 분별 망상 번뇌로 또한 잡다한 지식들로 꽉 채워져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홀로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물질(物質)로부터 자유로워지듯, 정신(精神) 또한 탐진치 삼독심 등 온갖 분별 망상 번뇌, 오만 가지 생각들로부터 자유로워 져야 한다. 머릿속이 맑게 텅 비워져 있어야 그 때 우린 참으로 몸도 정신(精神/마음)도 자유롭게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이 복잡하고 번잡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래도 우린 누구나 혼자 있는 법을 배워 이따금씩이라도 실천에 옮겨야 한다. 혼자 있는 법을 배워야 이 세상에서 당당해 질 수 있고, 내면에서 충만하게 우러나오는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 주변 상황이나 조건이 좋거나 나쁘거나, 소유가 많거나 적거나, 그런 것들에 휘둘리지 않고 그저 나 혼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요즘 내가 거처하고 있는 산사의 숲도 봄이 되니 한겨울 외로운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며 홀로 우뚝 서 있던 나무들이 이제 다시금 여행을 떠나려고 재잘거리고 있다. 겨우내 홀로 매서운 추위를 견뎌냈던 나무들은 잘 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그런 혹독한 혼자 있는 시간이 지났을 때 다시 모든 것들이 함께 존재하는 풍성한 시간이 온다는 것을...

법상 스님  <법보신문, 2003-03-19/69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