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은 없다. 대박은 환상일 뿐이다.
인과(因果)의 이치를 믿는 수행자는 마음에 투자를 해야한다
얼마 전 한 거사님으로부터 다급한 내용의 메일 한 통이 날아왔다. 더 이상 삶의 희망이 없다고 목숨을 끊으시겠다며, 죽고 나면 영혼을 위해, 또 남아있는 자식들을 위해 기도를 부탁드린다는 아주 짤막하지만 절박한 글이었다. 그 후에 여러번 더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그 내막을 알게 되었는데, 보살님께서 거사님 몰래 주식에 빠져 5억 이상 빚을 지고, 집까지 잡혀 놓고는 도망쳐 버렸고, 거사님과 아이들은 급기야 길거리로 나앉게 될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런 경우는 이 분뿐만이 아니다. 요즘 들어 주식투자니 로또복권이니 제테크니 하는 것들로 인해 패가망신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대박의 환상에 사로잡혀 어리석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주위에 친근한 동료 몇몇이 주식으로 대박을 터트려 외제차를 사고, 더 큰 집을 사고, 수억을 벌었다는 이야기들이 나돌면 설마 설마 하던 이들까지 너나할것 없이 모두 헛된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러나 한 번 조심스레 돌이켜 생각해 보자. 세상엔 주식 투자하여 득을 본 사람보다 손해를 본 사람이 더 많다. 득을 본 사람 또한 결국 손실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왜 모르고 있는가. 대박이라니, 그런 일이 어디 있겠나. 인과의 법칙 속에서 대박이란 없다.
대박을 터트린 사람의 마음은 또 다른 대박을 바라게 마련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듯 우리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기 때문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자. 나라도 한 백만원으로 몇 천만원 벌었다면 거기서 안주한 채 그 돈만 유용하게 쓰고 말겠는가. 그 벌어들인 돈으로 재투자를 하니 그게 문제의 시작이다. 도박이 그렇다. 잃으면 다시 따기 위해 자꾸 더 하고, 돈을 빌려서라도 이길 듯 하면 자꾸 더 하고, 많이 따고 나면 재미가 붙어 더 따려고 애를 쓰게 마련이다.
복의 그릇이 작은 이가 많은 복을 받게 되면 그 넘치는 복 만큼 탐욕심과 어리석음을 키우게 되고 만다. 결국 탐심과 치심은 재투자를 부추겨 더 큰 탐심과 치심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뜻대로 안 되니 진심이 들끓을 것이고, 결국에는 삼독심(三毒心)의 결과 생각지 못했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렇게 어리석음은 더 큰 어리석음을 낳고 그렇게 돌고 돌아 결국에는 마음도 물질도 모두 가난해지고 만다.
자신의 복의 그릇을 잘 살필 줄 알아야 한다. 설사 대박을 터트렸다 하더라도 그것은 내 안의 복을 미리 다 끌어다 쓴 것에 불과하다. 복을 미리 받아 다 써 버렸으니 앞으로는 궁핍해지는 길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무슨 조사에서도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 상당수가 결국엔 가난하게 살더라는 보고서를 본 적이 있다.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이치가 이렇듯 철두철미하다.
모름지기 인과의 이치를 믿는 수행자는 한푼이라도 요행을 바라선 안된다. 요행은 없다. 하물며 대박이라니, 요행이나 대박은 우리의 정신을 좀먹고 영혼을 퇴락하게 만들 뿐이다. 수행자는 참된 투자를 해야 한다. 밝은 한마음의 주식에 수행으로써 투자를 해야 하고, 힘들어 하는 일체 중생이란 주식에 보시로써 투자를 해야 한다.
법상 스님 <법보신문/2004-02-04/7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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