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6. 고집불통의 번뇌 신경회로

장백산-1 2022. 3. 27. 17:11

6. 고집불통의 번뇌 신경회로


문일수의 붓다와 뇌과학

인간이 지혜의 통찰 가능한 것은 전전두엽 덕분

사회행동신경망, 본능적 습성·감정 만드는 회로
사회행동신경망에 탐진치 물들어 있어 번뇌 발생
쉽게 조절되지 않기에 끊임없는 수행정진 필요해


인간의 마음은 탐욕(貪), 성냄(瞋), 어리석음(癡)의 삼독(三毒)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삼독(三毒)의 그 마음은 뇌신경회로의 활성으로부터 홀연히 떠오르는 창발(創發 emergence) 현상이다. 그런데 뇌신경회로는 가소성(可塑性 plasticity)이 있어서 변화(變化)될 수 있다. 원하면 뇌신경회로를 바꿀 수 있다는 뜻으로 매우 다행한 일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탐진치의 뇌신경회로를 끊임없이 만들어 키우지만, 노력하면 제거할 수도 있다. 배울 수 있기 때문에 탐진치로 오염된 마음을 수행으로 깨끗이 닦아 세상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비추어볼 수 있는 마음거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반야(般若)의 지혜를 체득하고자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그것은 너무나 힘들기 때문에 부처님은 야생 코끼리를 길들이는 방법에 비유하여 설명하셨다. 탐진치에 물든 야생 코끼리를 잘 훈련된 왕의 코끼리에 그 목을 묶어 숲속에서 노지로 끌고 나와 꼼짝 못하고 조련에 따르도록 하여 숲속의 습관(번뇌)을 제거시켜야 한다고 비유하셨다. 강력한 조치를 해야 탐진치 습관을 제거하여 왕의 수족이 되어 왕을 섬길 수 있는 훌륭한 코끼리로 길들여진다는 것이다. 그만큼 번뇌의 습관을 제거하기는 힘들다. 마음공부는 어렵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고양이나 개도 좋아하고 싫어하고 화내는 감정이 있다. 그들에게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없애라고 가르칠 수 있을까? 살모사나 악어를 잘 가르쳐 반려동물로 키울 수 있을까? 살모사나 악어는 먹고, 번식하고, 공격하는 본능만 있을 뿐, 개나 고양이가 갖는 감정도 없다. 왜 그럴까? 살모사나 악어의 뇌가 그렇기 때문이다. 살모사나 악어와 같은 파충류가 가진 뇌를 파충류뇌(reptilian brain, R-brain)라 한다[그림참조]. R-brain은 본능의 뇌이다. 파충류는 R-brain을 가졌기 때문에 본능적으로만 살아간다. 

반면에 개나 고양이 같은 하등포유동물들은 R-brain에 더하여 구(舊)포유류뇌를 가지고 있다. 구포유류뇌는 뇌척수액이 들어있는 뇌실(腦室)을 둘러싸는 부위들이기 때문에 둘레계통(변연계통 limbic system)이라고 한다. 개, 고양이, 곰 같은 털이 난 포유류 동물들은 둘레계통의 뇌까지 잘 발달되어 있다. 둘레계통은 편도체와 시상하부가 중심이 된다. 편도체는 감정중추이기 때문에 둘레계통은 감정을 관할하는 뇌이다. 그래서 개나 고양이는 본능과 감정이 있고, 뱀이나 악어와 같은 파충류에는 감정이 없고 본능만 있다. 그런데 파충류뇌와 둘레계통의 뇌는 학습을 하는 뇌가 아니다. 뱀이나 고양이를 가르칠 수 없는 이유이다.

배울 수 있는 뇌는 신(新)포유류뇌(신피질 neocortex)이며 둘레계통 다음에 진화하였다. 그래서 사람을 포함한 고등동물의 뇌는 R-brain, 둘레계통, 신피질로 이루어진 삼중뇌(triune brain)라 한다. 파충류, 하등포유동물, 고등포유동물 모두 3가지 뇌를 가지고 있다. 다만 신피질(新皮質)은 사람에 가까이 올수록 잘 진화되었으며, 역으로 파충류에서는 발달이 미미하다. 삼중뇌의 맨 아래에 위치하는 뇌줄기(뇌간, brainstem)가 R-brain에 해당한다. 둘레계통은 그 위에, 신피질은 둘레계통 위에 위치한다. 뇌줄기는 본능을 관할하는 파충류뇌이기 때문에 사람에서도 본능은 뇌줄기에서 시작된다. 뇌줄기는 호흡, 맥박, 체온 등의 중추이기 때문에 생명유지에 필수적(必須的)이다. 둘레계통은 감정을, 신피질은 학습과 정보저장(기억)을 담당한다.

탐진치 삼독(三毒)은 진화적으로 오래전에 생겨난 행동속성으로 모든 동물들이 기본적으로 공유한다. 하물며 진화적으로 파충류보다도 더 하등동물인 물고기들도 가지는 행동(마음)이다. 화, 공격성, 번식, 자식보살핌(부모행동), 소속감(유대감),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인식(사회인지), 스트레스 반응 등을 사회행동(社會行動)이라 한다. 이러한 사회행동을 조절하는 뇌신경망은 물고기에서부터 사람에 이르기까지 척추동물 전반에 걸쳐 매우 잘 보존되어 있다. 이 뇌신경망을 사회행동신경망(social behavior network, SBN)이라 한다. SBN(사회행동신경망)은 뇌줄기와 둘레계통의 뇌부위들에 펼쳐져 있다(그림참조). 편도체와 시상하부는 이 사화행동신경망(SBN)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다. 실제로 실험적으로 살아있는 생쥐의 편도체를 자극하면 공격성이 나타나 막대기나 모자나 귀뚜라미 등 무엇이든 공격한다.[https://youtu.be/FlGbznBmx8M]

SBN은 본능적 습성(파충류뇌)과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과 집착의 습성(둘레계통)들을 만드는 마음신경회로이다. 그런데 개, 고양이, 뱀, 악어를 길들이기 힘들 듯이 SBN은 길들이기 힘들다. 탐진치 번뇌가 여기에 물들어 있다. 수행을 하여 번뇌의 불꽃이 꺼진 뇌를 만들고 싶지만 SBN은 도무지 고집불통이다. 뼈를 깎는 수행정진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야생 코끼리를 잘 조련된 왕의 코끼리 목에 매달아 놓고 길들여야 한다고 비유하였다.

사실 어리석음(치, 癡)은 사회행동신경망(SBN)과 그와 연결된 기본모드신경망(default mode network, DMN)에서 생겨나는 번뇌이다. SBN에서 시작하여 DMN으로 퍼진 어리석은 마음은 망상(妄想)을 통하여 시도 때도 없이 반복 활성화되어 매우 강력한 ‘치(癡) 신경회로’를 만든다. 망상(妄想)은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기본적(자동적)으로 일어나도록 진화하였다. 그래서 일체 망상을 하지 말고 항상 깨어있어 ‘지금 이 순간 · 여기 이 자리’를 알아차림 하라고 부처님은 가르치셨다. 그렇게 하면 알아차림하는 싸띠힘은 강해지고 번뇌는 사라져 반야(般若)를 체득하고 지혜의 혜안이 열린다. 그런 ‘도 닦음’이 가능한 것은 우리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덕분으로, 대뇌의 가장 앞부분을 차지하는 뇌부위로서 잘 길들여지는 온순하고 협조적인 뇌이다. 고집불통의 파충류뇌나 둘레계통의 뇌와 다르다. ‘스트레스 감소 마음챙김명상[MBSR  ; mindfullness based stress reduction]’을 8주간만 하여도 전전두엽 기능이 강화된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떤 행동은 상을, 어떤 행동은 벌을 받는지 경험한다. 그런 경험으로 학습한 ‘행동요령원칙’이 전전두엽에 쌓인다. 사람에게만 있는 반야(지혜)의 뇌이다. 근기와 노력하는 만큼 명품 전전두엽이 만들어진다. 그것은 각자의 몫이다.

문일수 동국대 의대 해부학 교수 moonis@dongguk.ac.kr

[1625호 / 2022년 3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