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으로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 문제다.
생각으로 특정한 상황을 설정해서 그 특정한 상황을 추구하지만 않으면, 집착하지만 않으면,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이대로 모든 것은 완전합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삶은 지금 여기 이대로 완전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마음에 드는 무언가가 나타나고 그것을 갖고 싶어지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자식은 학교에 잘 다니고 있고,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고 있고, 행복해 보입니다. 부모 또한 큰 문제 없이 직장 생활을 하며 평화롭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부모 마음 속에서 다른 부모, 혹은 경쟁자의 자녀와 비교하다가, 내 자식을 서울에 있는 대학에 보내고 싶다는 생각과 그 생각에 대한 집착이 생깁니다. 그 생각이 점점 더 커지고, 세상의 모든 정보들도 내 자식이 좋은 대학을 가야만 성공할 것이라고 속삭이기 시작합니다.
평화롭던 가정에 갑작이 큰 문제가 생긴겁니다. 주변에 공부를 좀 한다는 자식을 둔 사람들을 사귀어 보니, 옆집 다른 아이는 몇 년을 벌써 선행학습을 끝냈다고 합니다. 내가 무능한 부모였음이 확실해졌고, 내 아이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으며, 이 아이는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실패한 삶을 살게 뻔해 보입니다.
조바심이 나기 시작하고, 내 자식을 그 때부터 학원으로 과외로 내몰면서 밤 늦게까지 공부, 공부, 또 공부를 시킵니다. 성적이 오르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고, 성적이 떨어지면 실패자의 그림자가 자신을 짓누릅니다. 공부 때문에 자식과 계속 싸우면서, 이것이 다 너를 위한 것이라고 말해보지만, 이 어리고 뭘 모르는 아이는 지혜로운 부모의 말을 듣지 않아 부모는 속상합니다.
자 그러면 뭐가 문제일까요? 갑자기 부모 마음 속에서 일어난 추구심, 집착심, 그것이 문제였을 뿐입니다. 삶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부모의 생각이 어느날 갑자기 문제를 만들어 낸 것일 뿐이지요. 생각으로 문제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문제는 없습니다.
깨달음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깨달음은 지금 나에게 없는 깨달음을 새롭게 따로 얻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문제가 사라지고, 괴로움이 사라지고, 그저 아무 일이 없어질 뿐인 것이 깨달음입니다. 말 그대로, 깨달음의 자리는 아무 일이 없는 자리일 뿐이지, 깨달음이라는 실체가 있는 무언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아무 일 없이 따뜻한 오후의 햇살을 맞으며, 차를 한 잔 마시고 있습니다. 새들은 지저귀고 있고,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와 뺨을 스쳐갑니다. 아무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일이 생각나거나, 어떤 일이 하고 싶어지거나, 특정한 생각이 일어나면서 그 생각에 끌려가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고, 무언가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올라옵니다.
바로 그 때, 아무 일 없던 평상심에 갑작스런 생각의 파문이 일어나고, 그 때부터 사람들은 분주해지고, 일이 생기고, 고민이 생기고, 풀어야 할 숙제가 생겨납니다. 이것이 곧 중생심이고, 생사심이며, 일 없던 부처에게 허망한 생각이 만들어내는 일이 생겨나는 과정입니다.
일 없는 순간은 따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지금 여기 이대로 있으면, 이미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는 아무런 일이 없습니다. 바로 지금 거기! 그 자리에 잠시 멈춰서 아무 일 없는 이 순간에 그냥 그저 있어 보세요.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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