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듣는 놈은 누구인가?
습관적으로 우리는 어떤 소리를 들을 때, '내가 그 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합니다. 소리를 듣는 내가 있어서, 내 귀로 내 바깥의 소리를 듣는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소리를 듣는 것이 진짜 '내가' 확실할까요? 만약 '내가' 소리를 듣는 것이 정말 맞다면, 소리가 들릴 때, 내 마음대로 그 소리를 안 들을 수도 있어야 합니다. '내 것'이니까 내 맘대로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소리를 '내가' 듣는 것이면, 소리가 들려올 때, 내 맘대로 소리를 안 들을 수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소리가 들리면, 우리는 듣기 싫어도 저절로 소리를 듣게 됩니다. '내가' 듣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소리를 듣는 주체인 '나'를 내세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무아(無我)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소리를 듣는 것이 내가 아니라면 무엇이 소리를 듣는 것일까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소리가 들려오면, 자연스럽게 저절로 듣는 작용을 하는 무언가가 확실히 있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소리를 듣는 '그 놈', '소리를 듣는 작용' 그것이 바로 자성, 불성, 부처, 본래면목으로 부를는 방편입니다.
들을 뿐! 해석이나 분별하지 않는다면, 듣는 작용은 청정합니다. 오염됨이 없습니다. 듣자마자 어떤 소리라고 해석하지 않고, 의미를 부여해서 취사간택하지 않으면, 자성, 불성, 부처, 본래면목이 듣는 겁니다.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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