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무게감
사람들은 대부분이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이대로의 삶에 만족하기 보다는 무언가 다른 것을 해야 하고, 보다 나은 방법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필요한 우려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다. 뭔지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야만 할 것 같고,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아야 한다고 느낀다.
이런 불필요한 우려나 느낌은 사람들 각자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어떤 할 일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꼭 이렇게 스스로 만든 의무감의 무게 속에서 짓눌린 채 살아야만 하는 걸까? 그냥 가볍게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삶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격려해 주고 토닥여 주며 용서해 주고 수용해 줄 수는 없는 것일까? 정말 내가 그리도 삶을 잘못 살고 있는 것일까? 정말 내가 그렇게도 지금 여기 잇는 이대로는 부족한 존재일까? 나는 새롭게 변화된 뒤에나 받아들여 질 만큼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는 받아들여질 만하지 못한 존재일까?
사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나름의 최선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비록 남들의 눈에는 내가 한참 부족해 보이거나 실수 투성이일 지라도 말이다. 내가 지그 이 순간 현재 하고 있는 것은 하고 있는 그대로 하도록 인정해 주고, 하지 않고 있는 것은 하지 않는 모습 그대로 하지 않도록 인정하면 어떨까? 무언가를 해야 한다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감이나 의무감을 그저 소탈하게 인정해주고 비난하지 않은 채 허용해 주는 것이다.
우리는 추가로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지금 이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이 모습 그대로 온전하다. 사실은 더 이상 무언가를 행위 할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우리의 삶을 가만히 두돌아 보라. 태어나서 지금까지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하고 또 하는 행위의 삶만을 살아왔다. 단 한 순간도 멈추어 쉴 수가 없었다. 멈추고 쉬면 남들보다 뒤쳐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끊임없이 나의 경쟁자들이 계속해서 쉬지않고 나를 쫓아오는 것만 같다.
그러나 사실 나를 쫓아오는 자는 아무도 없다. 내 스스로 그렇다고 느낄 뿐. 앞을 향해 아무리 열심히 달려간다고 할지라도 사실 우리는 언제나처럼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에서 단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다. 아무리 빨리 달리더라도, 혹은 아무리 늦는다 할지라도 우리는 언제나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제자리에 있을 뿐이다. 단지 내 허망한 의식이 남들과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함으로써 남들보다 앞에 있다고 착각하거나, 뒤쳐졌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렇기에 정작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닌, 지금 이순간 여기 이 자리에 멈춰 서서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이미 주어진 무수한 보배와 보물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를 관찰하고, 느끼고, 누리면서 만끽하는 삶,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삶이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이미 있는 것들만으로도 충분한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지금 여기 내게 있는 것 보다 더 많은 것이 필요한 게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만큼만이 필요할 뿐이다. 왜 그럴까?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라는 현재에 필요한 만큼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언제나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는 완전무결한 진실이다.
부처는 언제나 매 순간 각자에게 필요한 것들만을 보내주고 있다. 만약 조금 부족하다면 지금은 부족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달아 갈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바로 깨달아 지금 여기에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그 순간에 온전히 존재하는 삶을 산다면, 그 수업시간은 빨리 지나가게 될 것이다. 인생이라는 수업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했기 때문이며, 우주법계라는 인생학교의 교과과정을 충실히 수용하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곧장 경직되면서 방어하거나 저항하게 된다. 방어하거나 저항하지도, 거부하거나 사로잡히지도 않은 채 지금 여기에 있는 그대로를 허용해 인정하며 주어진 삶을 충분히 살아보라.
슬플 때는 슬픔을 외면하지 말고 충분히 슬퍼해 주는 것이다. 슬픔 속으로 뛰어들어 슬픈 삶을 살아주는 것이다. 슬픔이 내 존재 위를 스쳐지나가도록 그저 허용하고 바라보는 것이다. 슬픔을 문제 삼지 않고 탓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매 순간, 자신의 삶을 문제라고 생각하기 보다, 스스로 지운 짐에서 벗어나고, 잘잘못이라는 평가와 판단에서 놓여나게 되는 삶은 얼마나 자유로울까? 내 삶 위에 무엇이 오든 오는 그것을 충분히 살아내 주는 삶이야말로, 삶이라는 제법실상(諸法實相)의 진리를 터득하는 것이다.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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