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지(自由意志)의 공성(空性)
오온개공(五蘊皆空)은 몸(色)도 공하고, 마음인 느낌(受), 생각(想), 의지(行), 의식(識)도 공하다는 가르침입니다. 많은 분들은 다른 것(몸,느낌,생각,의식)의 공성은 이해를 잘 하시면서도, 행온, 즉 의지, 의도인 자유의지의 공성을 설명하면 크게 당황하곤 합니다. 어떻게 자유의지를 공하다고 할 수 있느냐는 말이지요.
공(空)하다는 것은 완전히 없다는 뜻이 아니라,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고, 있으면서 없는 것도 아니고, 있는 것이 아니면서 없는 것도 아닌 것도 아니다 라는 등의 중도(中道)를 사용해 설명합니다. 즉 있는 것지 없는 것지를 확정하려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규정하더라도 그 규정은 틀렸다는 것입니다. 규정하고 확정하고 정하려는 것은 곧 허망한 의식이 하려는 것이거든요.
자유의지가 공(空)하다고 하면 사람들은 묻습니다. 나는 지금 내 자유의지로 이렇게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있는데 이것이 어찌 내 자유의지가 아니냐고 말이지요. 사실은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등의 이 모든 것이 그저 인연 따라 일어나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배가 고파야 밥을 먹는데, 배 고픈 것은 내가 내 자유의지로 할 수 있나요? 그냥 인연이 화합하면 저절로 배가 고픕니다. 오래 굶는 인연이 생기면 배가 고파오죠.
또 어제 느끼한 음식을 많이 먹고 잤으면, 오늘은 느끼하지 않은 음식을 파는 식당을 찾게 됩니다. 이처럼 겉으로 보기에 내 자유의지로 모든 것을 한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인연이 화합되면, 그 인연따라 내가 그 일을 하게 됩니다. 거기에 '나'라는 것을 개입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무아(無我). 즉 내가 없음에도 모든 것은 이렇게 아무런 문제도 없이 저절로 일어납니다.
무아라고 해서 걱정할 것은 없지요. 저 돌과 벽 같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무아인 가운데, 진공묘유, 공적영지라고 하여 신령한 알아차림이 저절로 모든 것을 알아차립니다. 그러니 신령한 알아차림에 턱 내맡기고 살아도 좋습니다. 내가 계획하는 일이 잘 될까? 안 되면 어쩌지? 온갖 근심걱정 모두 내려놓고 마음 편히 사셔도 좋습니다.
색수상행식(오온), 몸, 느낌, 생각, 의지, 의식이 자꾸만 '내 몸', '내 느낌', '내 생각', '내 자유의지', '내 의식'이라고 여기며 소유권을 주장할 뿐입니다. 그것이 공하다면,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곧장 자유롭습니다.
글쓴이 : 법상
'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에 즐거운 일 괴로운 일이 일어나도 그 파도가 그대로 바다입니다 (0) | 2024.05.29 |
---|---|
행위의 대상에 따라 보를 다르게 받는다 (0) | 2024.05.27 |
업에 따라 받는 보는 행위의 주체에 따라 다르게 받는다 (0) | 2024.05.26 |
어떤 중생도 여래의 지혜와 덕상을 구비하지 않은 중생은 없다 (0) | 2024.05.26 |
업장소멸의 효과 (0) | 2024.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