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여사 특검 궁지 몰렸었나… 무리수 넘어 ‘정치적 자해’ 대체 왜
‘명태균 구속기소’도 영향 미친 듯, 참모도 사전에 몰랐던 계엄령 선포
치밀함 없어… ‘즉흥적 결정’ 가능성, 충암파 김용현 임명 등 ‘장기 계획’ 해석도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일밤 ‘심야 비상계엄 선포’는 설득력 있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아 무리수를 넘은 ‘정치적 자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침묵하며 계엄 선포 배경에 대한 각종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김건희여사특검법 재의결 등에 대한 압박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주목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4일 오전 1시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뒤 약 3시간 30분 뒤인 새벽 4시 27분에 비상계엄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이를 해제해야 한다는 헌법 77조에 따른 것이다.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이 계엄설을 제기했을 당시 이 점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예측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작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계엄을 강행한 이유에 대해 한 여권 관계자는 “야당의 탄핵, 입법, 예산 농단에 더이상 안 되겠다 싶어서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 마비를 막기 위해 ‘헌법의 수호자’로서 불가피한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국무회의 등 적법 절차를 갖췄고 계엄군에겐 공포탄만 지급됐다며 “오죽하면 그랬겠나”라고도 했다.
그러나 ‘헌법의 수호자’로서 계엄 선포를 했다는 설명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김여사특검법 재의결을 앞두고 여당의 이탈표를 우려해 전체 판을 뒤흔들기 위한 정치적 무리수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의 ‘키맨’인 명태균씨가 전날 구속기소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용산의 한 참모는 “어차피 죽을 거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끌려 내려오지 말자, 판을 뒤집자는 발상 아니었겠나”라며 “김여사특검법이 통과되면 끝장이라는 위기 의식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내각 탄핵 등으로 사실상 ‘식물 정부’가 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것이다.
정진석 비서실장 등 주요 참모들도 생중계 직전까지 계엄령 선포 계획을 몰랐다고 알려지면서 결정이 치밀한 계획 끝에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즉흥적 결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계엄 건의가 가능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전날 오후 울산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했다가 급거 상경한 점, 조지호 경찰청장이 오후 6시 20분쯤 대통령실로부터 ‘별도 명령이 있을 때까지 대기하라’는 연락을 받은 점 등이 근거로 꼽힌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지난 8월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에 임명하면서 장기간 준비해 왔다는 해석도 있다.
이민영·곽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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