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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계엄을 '쿠데타'로 규정한 세계, 한국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장백산-1 2024. 12. 10. 16:26

 

尹 계엄을 '쿠데타'로 규정한 세계, 한국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한정연 기자입력 2024. 12. 10. 13:15수정 2024. 12. 10. 14:13

 

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다시 열린 탄핵의 문 4편

2차대전 후 친위쿠데타 성공률  45건 중 42건 90% 훌쩍 넘어 이미 외신은 내란이 아닌 쿠데타로 규정해
여당과 정부 태평한 계엄 대응에  외신들 분노 점층적으로 고조돼  한국 사회 시스템 작동 불신 때문
가봉 · 터키 쿠데타 수습 과정 문제로  국가신용등급 줄줄이 하향 조정

 

# 한국민은 2024년 12월 3일 밤 우리나라에서 생긴 일이 얼마나 심각한지 아직 잘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세계에서 벌어진 친위 쿠데타의 성공률은 93%에 달한다. 권력자가 직접 군대를 움직이는 특징 때문이다. 주요 외신들은 12·3 계엄 사태를 이미 군사반란인 친위 쿠데타(self coup)로 규정했다.

# 외신들은 우리나라가 실패한 쿠데타를 대통령의 사퇴나 탄핵으로 쉽게 정리하지 못하자 점차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의문을 표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가 한국을 의심의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하루빨리 이 혼란을 적법한 절차대로 해결해야 하는 이유다.

계엄군 소속 장갑차가 지난 4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진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태풍의 눈은 조용한 법이라지만, 외부와의 온도 차가 너무 크다. 세계 주요 언론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이미 내란(insurrection)이 아닌 쿠데타(coup‧군사반란)로 규정했지만, 우리나라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표결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태풍의 눈에 근접할수록 정적은 깊어진다. 정부 인사들은 여전히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9일 이임사에서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6일 "계엄이 다 풀렸는데 왜 파업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대통령이 지금 탄핵당하면 수출이나 기업, 노동자 등에게 마이너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신의 판단 기준은 명확하다. 12·3 비상계엄 당시 우리나라가 전시·사변 상태가 아니었고,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도 아니었으며, 입법부 활동을 보장해야 하는데도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봉쇄했고,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려 했기 때문에 쿠데타라는 얘기다. 헌법과 법률에 기반하지 않은 군사행동은 그 주최가 대통령이든 누구든 상관 없이 쿠데타다.

 

내란이 민간인들이 주도한 폭동 및 무력 찬탈 시도라면, 쿠데타는 군사집단으로 국가를 찬탈하려한 군사반란이다. 우리나라 형법은 내란의 우두머리에게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중 하나를 선고할 수 있지만, 군형법상 군사반란 수괴에게는 사형만 선고할 수 있다.

 

외신들의 당혹감과 분노가 하루가 지날때마다 점층적으로 고조된 이유는 이번 친위 쿠데타가 성공해 자유진영의 대표적 국가인 한국을 잃을 수 있었다는 데 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친위 쿠데타 성공 확률은 무려 93.3%에 달했다. 쿠데타 세력은 성공을 확신했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세계적으로 45번의 친위 쿠데타가 발생했는데, 이중 42번이 성공했다.

 

친위 쿠데타를 연구해온 카네기멜론대학 존 조셉 친 교수와 펜실베니아주립대 조 라이트 교수는 지난 5일 호주매체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친위 쿠데타란 무엇인가? 한국 대통령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란 기사에서 "1946년 이후 전세계 친위 쿠데타가 46번 발생했고, 이 중 42번이 성공했다"고 밝혔다. 두 교수는 12·3 서울 친위 쿠데타를 이미 통계에 포함시켰다. 윤석열 세력이 실패하면서 전세계 친위 쿠데타 성공률이 93.3%에서 91.3%로 줄어든 셈이다.

 

전세계 주요 언론들은 12·3 사태 초기부터 내란과 반란의 차이를 인지했고, 표현을 정정해 보도하고 있다. 외신들은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초기에는 이를 계엄(martial law)으로 불렀지만, 곧 친위 쿠데타로 정정했다.

[자료 | 카네기멜론대학 존 조셉 친 교수, 펜실베니아주립대 조 라이트 교수, 사진 | 뉴시스]

 

뉴요커는 지난 4일 '한국의 (거의·almost) 쿠데타'라는 기사에서 "바이든은 지난해 윤석열이 백악관 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것에는 매료됐었지만, 과거 한국의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미국이 이 괴상한 노력(계엄 선포)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꼬집었다.

 

보도 초점도 계엄, 쿠데타, 윤석열의 퇴진, 탄핵 불참한 여당 국민의힘 비판 등으로 이동했다. 표피에서 한국이라는 나라의 시스템으로 의심의 눈초리가 이동했다는 뜻이다. 프랑스 르몽드는 지난 4일 12·3 사태를 쿠데타로 정의하는 '한국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의 쿠데타 시도를 저지했다'는 기사에서 "이번 친위 쿠데타는 한국을 몇시간 동안이나마 40여 년 전 독재시대의 악몽 속으로 되돌려버렸다"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은 윤석열의 즉각 퇴진 거부를 '두번째 쿠데타'로 규정한 야당의 주장을 중요하게 다뤘다. 가디언은 9일 '한국 대통령은 여당이 '2차 쿠데타'로 비난받으면서 출국금지됐다'는 기사에서 "국방부가 윤석열이 여전히 국군통수권자라고 규정하면서 혼란이 더 커졌다"며 "우원식 국회의장은 윤석열을 탄핵하지 않고, 대통령 권한을 총리와 여당에 위임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아시아타임스는 '엉성한 쿠데타'로, 재팬타임스는 '일관성 없고 무능한 쿠데타'로 규정했다.

외신들은 군사독재 시절을 복기하면서 한국의 권위주의 문화와 민관 관계가 과연 제대로 청산됐는지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포린폴리시는 지난 6일 "윤석열의 계엄령은 한국의 군사독재에 뿌리를 두고있고, 민관 관계라는 시스템 자체에 결함(systemic flaws)이 있다"며 이렇게 보도했다.

 

"한국군은 보수적인 파벌과 강한 친밀감을 유지해왔고, 진보적 민간 지도부와 자주 충돌했다. 군사독재 시절 군은 진보주의자들이 이끄는 민주화운동을 진압하기 위해서 보수 집권당의 민간인들과 협력했다. 군은 2017년에도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하는 동안 계엄령을 선포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기도 했다."

 

그런데 세계가 한 나라의 민주주의 시스템과 같은 근본적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면, 이는 반드시 경제체제에도 충격을 준다. 신용평가회사들이 가장 최근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나라는 아프리카 가봉이다.

 

피치는 "2023년 8월 군사 쿠데타가 발생한 가봉은 과도정부를 구성해 대통령 선거를 추진했지만, 결국 선거 계획을 2025년 8월로 미루면서 정치적 불안정이 이어지고 있다"고 신용등급 하락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쿠데타가 발생한 아프리카 가봉의 수도 리브르빌에서 쿠데타 지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6년 쿠데타로 국가신용등급이 몇년에 걸쳐 계속 하락한 터키도 마찬가지다. 무디스는 당시 "쿠데타는 실패했지만, 이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해 국가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계획을 밝혔다.

 

피치도 "터키 정부가 쿠데타 시도를 수습하면서 정치적 분열을 심화시켰고, 이는 사회 제도의 독립성을 약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사회 불안을 시스템으로 처리하지 못하면, 세계는 해당 국가를 더 이상 신뢰하기 힘들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는 실제로 지난 6일 "한국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27년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체제를 겪은 데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지만, 윤석열의 정신나간 계엄령 때문에 수포로 돌아갔다"며 "한국 국민 5100만명이 이에 대한 대가를 오랜 기간 할부로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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