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인듯 온갖 연기를 다 소화해 내고 있는 나는 누구냐? 매일 산책하는 길이 요즘들어 낯설게 느껴진다. 문득 이 존재 하나가 지구라는 낯선 행성에 안착해서, 이런 모습으로, 이런 입장으로, 이 곳에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낯설게 느껴진다. 여기 이 자리 이 곳이 내 공간이 맞는가? 여기 이 자리 이 곳이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맞는가? 이 존재 이게 내가 맞는가? 이 생각이 나인가? 아, 모르고 또 모를 뿐! 그렇다면 나는 과연 누구인가!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이 몸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진짜인듯 온갖 연기를 다 소화해 내고 있는 나는 누구냐? 오직 내가 누군지 모르고 또 모를 뿐이니, 그저 모를 뿐인 중에 다시 또 낯선 연기를 익숙한 척 이어갈 수밖에. 밖에서 누가 나를 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