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1년, 대한민국은?
1. 삽질만 남은 경제
이명박정부는 경제살리기를 한다는 명분으로 민주주의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부정하며 경제만능주의를 주창하고 있다. 물론, 먹고 사는 문제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기본권에 관한 문제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다른 모든 가치를 부정하고 비단 경제만을 강조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님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민주주의와 인권, 환경, 신뢰와 연대의 사회적 자본이 균형있게 조화될 때 그 성장은 지속가능하고 경제적 혜택이 공유된다는 것은 다른 많은 선진 사회에서 보여 주고 있다.
더욱이, 이명박정부의 경제논리는 SOC, 녹색, 뉴딜 등과 같은 다양한 미사여구로 포장하고 있지만 그 본질은 땅파기를 중심으로 한 삽질경제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경제를 제외한 모든 사회적 가치는 실종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이후 경제를 제외한 모든 사회적 의제가 실종되었다. 인권, 시민권, 안보, 안전, 환경 등 다양한 가치가 경제의 종속가치로 재편되고 있다. 이 가치의 실종이 우리사회의 균형과 조화를 깨트려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경제적 비상시기에 한가하게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고려할 수 없다고 강변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전세계가 경제위기를 겪고 있지만 민주주의를 희생하고, 인권을 제한하며, 국가안보를 포기하는 것은 물론, 국민의 안전을 희생하면서 오로지 경제만을 이야기 하는 나라가 있는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대규모의 경기부양을 하면서 미국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려 하는가?
일본의 아소 다로 총리가 일고족(日雇族)의 생활을 더 악화시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가?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정부정책을 반대하는 시위대의 집회와 시위를 제한하는가?
상황은 거꾸로다. 그 어떤 나라에서도 민주주의와 인권, 안보와 안전을 희생하며 경제를 말하지 않는다. 이를 희생한 경제는 국민을 위한 경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의 안보마저도 재벌의 이익과 바꾼 제2 롯데월드 허가
15년간 끌어온 제2 롯데월드의 허가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어온 해묵은 논쟁거리였다. 역대 대통령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경제와 안보를 균형 있게 사고해 허가를 할 수 없었다.
지금 검토되고 있는 대안들이 역대 정부에서는 없었는가? 그렇지 않다.
“3°를 틀어서 활주로를 다시 낸다”, “김포공항을 이용한다.”, “전술비행대대를 옮긴다.” 등등
지난 참여정부까지 다 검토가 되었던 것이고, 그때 검토되었던 대안들이 근본적인 대안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15년간 국방부와 공군, 안보 담당기관에서 일관되게 주장한 내용이고 그것들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러면 그때와 무엇이 달라졌나? 대통령이 달라진 것뿐이다. 결국 대통령의 철학이 문제인 것이다. 말로는 국가경제를 위해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었다고 자화자찬하겠지만, 그 본질은 재벌의 이익에 철저하게 복무한 것에 다름 아니다.
이 사건은 나중에 재벌의 사익(私益)과 국가안보라는 공익(公益)을 바꾼 가장 나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오죽하면 원조보수를 자처하는 김용갑전의원이 한탄을 했겠는가?
민주주의가 후퇴해도 경제가 살아난다는 착각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진전했나 후퇴했나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이다. 국민의 2/3 정도가 지난 1년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답했다. 지난 1년간 촛불집회에 대한 대응,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한 공안적 탄압, 토론과 합의가 없는 정책 추진, 국민 반대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추진하는 대운하 사업 등 정부에 대한 불신을 넘어 우리 사회가 만들어 온 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면 70~80년대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인데,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의 민주주의와 민주화운동가들에 대한 생각이 여과 없이 드러난 말이다. 민주주의를 경제에 기생하는 정도의 의미로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먹고 사는 문제만 해결하면 민주주의는 희생해도 관계없다는 역대 독재자들의 생각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유례없이 속도전을 강조하면서 참여와 토론 등 민주주의적 절차가 속도를 지연시키는 장애물 정도로 취급받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민주주의가 후퇴할 때 경제적 번영도 후퇴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남미의 일부 국가들, 태국, 이탈리아이다. 민주주의의 튼튼한 기반 위에 경제적 번영도 훨씬 더 성취할 수 있다. 작년 8월에 개최된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이런 이유로 해서 ‘민주주의가 가져다 주는 실제 이익’에 대해서 세계 각국의 전현직 정부 수반들이 진지한 토론을 벌였던 것이다.
경제 살리기라는 미명 아래 모든 알리바이를 맞추는 것은 독재자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독일의 히틀러가 그랬고, 이탈리아의 무솔리니가 그랬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혹할 뿐이었다. 반대로 대공황을 극복한 미국의 루즈벨트는 시민권의 신장과 사회안전망의 확충, 사회적 연대 등의 민주주의적 가치를 확산하는 것에서 그 해결책을 찾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길은 히틀러의 길인가, 루즈벨트의 길인가? 지금 까지는 히틀러의 길과 닮아 있다.
그나마 내세우는 경제대책도 삽질경제뿐이고!
전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이명박정부의 초기대응 문제로 인해 경제의 침체 속도가 빨라지게 되자 정부는 연일 대책을 발표했다. 11. 3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 발표 이후 제2단계 지역발전 정책, 한국형 녹색뉴딜정책,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녹색 뉴딜사업 추진방안, 신성장동력 비전과 발전전략 등 금융부문의 대책을 제외하고도 2개월 사이에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발표만 해도 5차례가 넘는다.
한번은 녹색을 강조하고, 또 한번은 일자리를 강조하지만 계속되는 대책의 흐름을 쫓아가 보면 그 일관성에 놀라게 된다. 그 흐름을 관통하는 것은 건설업에 대한 집착이다. 물론,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녹색산업, 신성장동력 등을 연일 발표하고 있지만 사실 새로운 것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재탕, 3탕에 급조된 것들 뿐이다.
1월 13일 발표된 ‘신성장동력 비전과 발전전략’을 보면 얼마나 그 계획이 급조되었는지 잘 알 수 있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4년간 6조 3000억원의 재정을 투자하여 700조원의 부가가치와 3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게 가능한가? 삽질경제에 대한 비난이 거세자 지난 9.22 대책을 재탕하면서 그 경제적 효과를 부풀리기 한 것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와서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대운하 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 말고는 없다.
나라의 경우 현재의 경제위기를 미래의 시점에서 해결하고자 한다. 이게 이명박 정부와 다른나라와의 결정적인 차이이다. 미래의 잠재력과 체질을 강화하는 것과 대증요법 및 땜빵 처방과의 차이이다. 경제운용에 대한 철학과 비전의 빈곤이 원인이다. 이명박 정부는 낡은 경제운영 패러다임에 빠져 현재와 미래의 산업구조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다.
이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정부의 대책에 대해서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경제와 관련된 신년 여론조사를 보면 경제위기에 대해서 국민의 79.5%가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정부의 대처 방안에 대해서는 68%가, 핵심적 과제인 일자리 정책에 대해서는 78.3%가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정부의 발표에 대해서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기 때문인가? 그렇지 않다. 국민들은 정부의 대책이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고 냉정하게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연일 경제 살리기를 외치지만 결국 남은 것은 삽질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끝난 후 저문 강에서 삽 한 자루를 씻으며 회한에 잠기는 우리 경제가 될까 두렵기까지 하다.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 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 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詩 정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