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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엔 경향과 한겨레만 있다?

장백산-1 2009. 5. 28. 14:19

봉하 마을엔 경향·한겨레만 있다?
[현장] 매일 아침 조문객들 경향·한겨레 구독…조중동엔 "토끼몰이식 조작" 항의
2009년 05월 28일 (목) 11:27:14 최훈길 기자 ( chamnamu@mediatoday.co.kr)

전국에서 온 추모객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봉하마을을 조문하는 가운데, 봉하마을에선 인기 신문과 비인기 신문이 극명히 드러났다. 전국 신문 시장의 대다수를 점유한 이른바 '메이저 신문'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이 봉하마을에선 '마이너'로 전락한 것이다.

현재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는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만이 무료로 배달이 되는 상황이다. 김명규(50) 경향신문 서김해 지국장은 전화통화에서 "지난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토요일부터 부산 지사의 담당 과장들이 하루에 4천 부씩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 본사 관계자는 통화에서 "하루 5천 부 정도" 배포 중이라고 밝혔다.   

   
  ▲ 시민들이 28일 오전 7시께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나서고 있다. 일부 시민들이 경향 신문을 읽는 모습도 보인다. 최훈길 기자 chamnamu@  
 

28일 경향신문은 봉하마을 입구, 분향소 주변 등 곳곳에 배치돼 조문을 마친 시민들은 여기저기서 신문을 읽었고, 몇 시간만에 신문이 동이 나기도 했다. 봉하마을 뿐만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신문 구독도 증가하는 추세다.

경향신문 본사 구독 담당자는 통화에서 "전화, 인터넷, 해당 지국에서 신청을 받고 있는데 전보다 많이 늘었다"며 "구독 처리가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같이 일하는 7명 중 한 명당 보통 하루에 (전화로)2~3건을 받는데 지금은 하루 10건 정도"이고 "인터넷 신청만 보면 오후 2시까지 하루 총 180건 정도"라고 설명했다. 한겨레 본사 관계자도 "(구독 신청이)평균보다 5배 정도" 늘었다며 "반응이 좋다. 아무래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밝혔다.

   
  ▲ 봉하마을 거리에 경향신문이 비치된 모습. 최훈길 기자  
 

주목할 점은 신문 구독 증가에 조중동에 대한 반감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담당자는 "구독신청을 하며 제일 많은 사례가 조중동 중 하나 보다가 조중동 싫어서 끊고 신청하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봉하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은 일부 신문에 대한 반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한 인터넷 신문 기자는 "여기서 경향, 한겨레 말고 어떻게 다른 신문을 볼 수 있겠나"라고 말할 정도다.

조중동에 대한 반감은 봉하마을 곳곳에서 드러난다. 조문을 한 추모객들은 분향소를 나가면서 부경 아고라(http://cafe.daum.net/bkagora)에서 설치전시물을 보게 된다. 게시물엔 '언론악법, 진실과 거짓'이란 주제로 조중동의 보도가 전시돼 있다.

   
  ▲ 봉하마을 자원봉사 사무실 앞에 걸린 안내문. 최훈길 기자 chamnamu@  
 

한 피켓에는 2008년 7월5일자 중앙일보가 국민적 반발을 불러온 미국산 쇠고기 수입  당시 기자들을 손님으로 가장해 미국산 쇠고기를 식당에서 먹고 있는 조작한 사진을 내고 사과를 한 기사가 옮겨져 있다. 또 다른 피켓에는 조선일보 1939년 4월29일자에 나온 '천황폐하와 황실 가족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충과 의를 다 바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특히 대기업과 신문의 방송 진출을 우려하는 한겨레 장봉군 화백의 만평이 주요하게 보이기도 한다.

서울에서 온 민장식(44)씨는 보도의 문제를 지적하자 "검찰에서 흘린 것을 이용해 조중동이 악의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때렸다. 그때 그때 시류에 따라 변하고, 확실치 않은 루머가 나왔는데 그걸 부풀리거나 자기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왜곡한다"며 "토끼몰이식 조작", "나라 말아 먹는 것"이라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민씨는 대다수 언론에 대해서도 "앞으로도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써달라.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언론도 반성해야 한다"며 "사주나 집단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자 본분을 어기지 않고 기자 정신을 발휘해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향신문 김 지국장도 "볼 신문이 없다. 언론이 없다는 말을 구독자로부터 듣는다"며 "오늘자 신문을 보니 왜 이렇게 사람이 모였는지 보여줬는데 그런 식으로 콕 집어달라. 300만 명 정도 추모 왔다고 단순하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왜 이렇게 노 전 대통령이 자살하게 됐는지 심도있게 파헤쳐달라"고 전체 언론에 주문했다.

   
  ▲ 봉하마을에 마련된 간이 천막 아래에서 기자 작성 중인 취재진 모습. 최훈길 기자 chamnamu@  
 

   
  ▲ 간이 천막 내 공간이 부족해 일부 취재진들이 천막 근처에서 기자 송고를 하는 모습. 햇볕을 피하려고 신문을 접어 고깔을 만들어 쓰기도 했다. 최훈길 기자 chamnamu@  
 

한편, 현재 봉하마을에선 언론인들에 대한 반감이 예전보다는 줄어든 분위기다. 분향소 앞에서 KBS를 포함해 MBC SBS YTN CBS KNN 등 상당수 방송 기자들이 보도를 하고 있고,일부 일간지 기자들을 상대로 한 항의도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김해 봉하=최훈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