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法床)에 올라 한참 계시다가
"세존께서 二천 五백 二十년 전 납월(臘月) 八일,
즉 오늘 새벽에 밝은 별을 보시고 도(道)를 깨치셨다 하니,
그 별을 보실 때 실지로 어느 곳에서 별을 보셨는지,
그 별 보신 곳을 대중은 각기 한 마디씩 말해 보라."
하셨다. 대중이 말이 없자
"만일 내게 묻는다면 나는 물은 파도를 여의지 못하고[水不離波],
파도는 물을 여의지 못한[波不離水] 곳에서 보았다고 말하리라."
하시고, 다음 게송(偈頌)을 외우셨다.
這靈星極靈瓏 한데 이 신령스런 별은 지극히 영롱한데,
體遍河沙內外空이라 그 체는 항하사 세계에 두루하였으되 안과 밖이 공 하였느니라.
人人袋裏堂堂有하여 사람 사람의 가죽 부대 속에 당당히 있으되,
弄去弄來弄莫窮이라 희롱해 가고 희롱해 옴에 희롱함이 다함이 없느니라.
或魔尼或靈星 하여 혹은 구슬이라, 혹은 신령스런 별이라 하여,
名相雖多體不殊라 명상은 많지마는 그 체는 다르지 않다.
刹刹塵塵明了了하여 온 세계 티끌마다 요요히 밝아,
還如朗星滿江秋라 마치 가을 강물에 가득한 밝은 별과 같아라.
飢也他渴也他 이니 배 고픔도 저요 목 마름도 저이니,
知渴知飢不較多라 목 마르고 배 고픔 아는 것 대단한 것 아니라.
晨朝喫粥齋時飯하며 아침에는 죽을 먹고 낮에는 밥 먹으며,
困則打眠也不差라 곤하면 잠자는 것, 어긋나지 않도다.
差也他正也他 이니 어긋남도 저요 바름도 저이거니,
不勞감口念彌陀라 큰 소리 내어 소리치지 아니하여도 미타를 염함이라.
若能着着無能着하면 집착하고 또 집착해도 집착함이 없으면,
在世縱橫卽薩 이라 이 세상에서 자유롭나니 그는 곧 보살이네.
此心星難把捉 하고 이 마음의 별은 붙잡기 어렵고,
宛轉靈星難可得이라 완연히 구르는 저 영성, 붙잡기 어렵구나.
無相無形現相形하여 형상이 없으면서 형상을 나타내며,
往返無종非可測이라 가고 옴에 자취 없어 헤아릴 수 없도다.
追不及忽自來 하고 쫓아가도 미치지 못했는데 갑자기 스스로 오고,
暫到西天瞬目廻라 잠깐 사이 서천에 갔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돌아오나니
放則虛空爲袍內요 놓으면 저 허공도 그 옷 안에 있고,
收則微塵難析開라 거두면 작은 티끌만큼도 쪼개기 어려워라.
不思議體堅剛 이니 사의할 수 없는 그 체는 견고하나니,
牟尼喚作自心王이라 서가모니도 그것을 내 마음의 왕이라 했다.
運用無窮又無盡한데 움직여 씀이 무궁하고 또 무진하건만,
時人妄作本自妄일세 사람들은 망념되어 그 근본을 잊고 있네.
正令行孰當頭 오 바른 영이 행해질 때 누가 감히 당하랴.
斬盡佛魔不小留라 부처, 악마 다 베어 조금도 머무르지 못한다.
從玆遍界無餘物하고 이로부터 온 경계에 남는 것 하나 없고,
血滿江河急急流라 피가 가득한 강물이 세차게 흐르도다.
眼不見耳不聞 하니 눈으로 보지 않고 귀로 듣지 않나니,
不見不聞眞見聞이라 보지 않고 듣지 않음이 참 보고 들음이다.
個中一個明星在하여 그 가운데 하나의 별 있어,
吐去呑來新又新이라 토하고 삼켜 오매 새롭고 또 새롭네.
或名心或名星 이나 혹은 마음이라 혹은 별이라 하나,
心性元來是緣影이라 심성은 원래 이 반연의 그림자라.
若人於此卽無疑하면 만일 누구나 이에 대해 의심이 없으면,
自己靈星常경경이리라 신령스런 자기 별은 언제나 빛나리라.
或爲道或爲禪이리라 혹은 도라 하고 혹은 선이라 하나,
禪道由來是强宣이라 선과 도, 그것 원래 억지의 이름이네.
實知師姑女人做하면 실로 신령히 시어미가 여인을 지어씀을 알면,
不勞擡步到那邊이리 수고로이 걸어가지 않아도 저 언덕에 이르리.
也無佛也無魔 이니 부처도 없고 악마 또한 없나니,
魔佛無根眼裏花라 악마라 부처라 그것은 뿌리 없는 눈 속의 꽃이네.
常常日用了無事이거니 언제나 나날이 쓰되 마침내 일이 없거니,
喚作靈星也被訶하리라 신령스런 별이라 해도 꾸지람 못 면하리.
也無死也無生 이나 죽지도 않고 나지도 않으면서
常星毗盧頂上行이라 별은 항상 비로자나의 정수리 위를 다니나니,
收來放去隨時節하고 거두어 오고 놓아 감에 시절 따르고,
倒用橫拈骨格淸이라 거꾸로 쓰고 가로 잡으매 골격이 청정하다.
也無頭也無尾 인데 머리도 없고 꼬리 또한 없는데,
坐起明星常不難이라 앉거나 일어나나 밝은 별이 항상 떠나지 않네.
盡力 他他不去하고 힘을 다해 저를 쫓으나 저는 안 가고,
要尋知處不能知라 있는 곳 찾으려 해도 알 길이 없네.
阿呵呵是何星 고 아하하하, 이 무슨 별인고?
一二三四五六七이라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非一何處一二三고 하나도 아닌 어디에 무슨 一二三인고?
數去飜來無有窮이라 세어 가고 뒤쳐 옴에 그 끝이 없네.
這明星納衣最當然하여 이 밝은 별의 누더기는 가장 알맞아,
冬夏長被任自便이라 겨울, 여름 늘 입어도 마음대로 편리하다.
祖祖縫來千萬結인데 조사마다 기웠으매 맺음이 천만인데,
重重補處不後先이라 겹겹의 보처에도 먼저와 뒤가 없네.
或爲席或爲衣 니 혹은 자리도 되고 혹은 옷도 되나니,
隨節隨時用不違라 시절 따라 그 쓰임에 어긋남이 없구나.
從此上行知己足이니 이로부터 상행 보살 만족함을 알았거니,
飮光遺跡在今時라 음광의 남긴 자취 지금에 있다.
一椀茶七斤衫 을 한 잔의 차와 일곱 근의 적삼을
趙老從勞擧再三이라 조로(趙州 스님)는 부질없이 두세 번을 들었네.
縱有千般玄妙說이라도 비록 천 가지의 현묘한 말 있다 한들,
爭似吾家自納衫이랴 어찌 우리 집의 흰 누더기만 하랴.
此納衣甚多宜 니 이 누더기옷 매우 편리하나니,
披去披來事事宜라 가나 오나 입어 보면 온갖 일에 알맞다.
醉眼看花誰敢着고 취한 눈으로 꽃을 보듯 하면 누가 감히 입으랴.
深居道者自能持라 깊숙이 사는 도인이라야 지닐 수 있느니라.
知此納幾春秋 오 이 누더기 입은지 얼마나 되었는고?
一半風飛一半留라 반은 바람에 날아가고 반만이 남았구나.
獨坐茅庵霜月夜에 홀로 앉은 띠집 암자 서리찬 달밤에는
莫分內外混蒙頭라 안팎 가리지 않고 온통 뒤집어 섞어 쓰네.
卽身貧道不窮 하여 몸은 비록 가난하나 도는 궁하지 않아
妙用千般也不窮이라 갖가지의 묘한 작용 그 끝이 없다.
莫笑檻삼痴태漢하라 헌 누더기 입은 이 멍청이를 비웃지 말라.
繩參知識續眞風이라 선지식에 나아가 배워 진풍을 이으리라.
一순衣一瘦공 으로 헤어진 옷 한 벌과 야윈 지팡이 하나,
天下橫行無不通이라 천하 어디고 마음대로 다녀도 걸림 없나니.
歷遍江湖何所得하고 강호를 두루 돌아다니며 무엇을 얻었는가?
元來只是學貧窮이랴 원래 배운 것이란 다만 빈궁뿐인 것을
不求利不求各 이니 이익도 명예도 다 구하지 않나니,
百衲懷空豈有情가 누더기의 빈 마음에 무슨 정이 있으랴.
一鉢生涯隨處足하니 한 바루의 생애가 어디 가나 족하거니,
只將一味過殘生이라 다만 한 맛 가지고 남은 평생 지내리라.
生涯足更何求 오 이 생애가 족하거니 다시 무엇 구하랴.
可笑痴人分外求라 우스워라, 미련한 이들, 분수 밖에 구하는 것.
不會福從前世作하고 전생에 지은 복을 알지 못하고,
怨天怨地妄區區라 하늘과 땅을 원망하며 부질없이 허덕이네.
不記月不記年 하고 달도 기억 못하고 해도 기억 못하며,
不誦經文不坐禪이라 경문도 읽지 않고 좌선도 하지 않네.
土面灰頭痴태태가 얼굴에는 흙칠, 머리에는 재칠 어리석은 멍청이
唯將一衲度殘年이라 오직 한 벌 누더기로 남은 생을 지내네.
雪滿空庭人不到인데 눈이 가득한 빈 뜰에 오는 사람 없는데
時聞衆鳥啼남남이라 온갖 새들 우는 소리 때로 듣는다.
枝枝梅花明星裏에 가지가지 매화꽃 밝은 별 속에
臘月春風物外玄이라 섣달 봄바람이 세상 밖에 아득하네.
하시고, 법상(法床)에서 내려오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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