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뿌리 역사를 찾아서!!!

[스크랩] 色의 역사

장백산-1 2010. 4. 16. 10:15

1. 색(色)의 기원

세계 곳곳에는 구석기시대의 대표적인 동굴 벽화인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 벽화나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를 비롯하여 원시 예술 형태의 많은 자료가 산재해 있다. 이 벽화나 조각품들은 대체로 감상적 기능보다는 생활과 연결된 주술적인 기능을 지닌 경우가 많다. 이는 이러한 벽화가 대개는 깊은 동굴이나 바닷가, 강가 등 원시 시대 사람들이 모여 살았으리라고 추정되는 지역에서 발견되며, 벽화의 주요 소재인 동물들이 목이 잘리거나 창이 꽂힌 모습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아 잘 알 수 있다.

최초의 인류는 생존을 위해 주변의 색에 순화 되고, 보호색으로 활용하며 생명을 이어 왔을 것이다. 그러면서 점차 인류가 번영하고, 의식주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으며, 사냥에 의존하던 주식은 조그마한 동, 식물에게로까지 손이 미치게 되었으며, 동, 식물들은 방어의 수단으로 강렬한 색상을 띄게 되고, 인류는 이것을 구분하면서 인류는 조금씩 색에 대한 눈을 뜨게 되었을 것이다.

초기 인류가 그들의 생활 속에 아름다운 것이 필요하여 건축, 회화, 장식, 조각, 직조, 도자기 등 모든 예술 형태에 매혹적인 색채로 치장할 수는 없었다. 추상적인 장식조차도 신, 삶과 죽음, 비, 수확, 전쟁의 승리와 관련된 의미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분명하고 주목할 만한 것은 고대인이 사용한 팔레트는 단순하며 직접적이고, 고대 세계 어디에서건 색상의 선택이 거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즉 빨강, 황금색, 노랑, 녹색, 파랑, 자주, 흰색, 검정 같은 것이다.

다윈(1809-1882)은 그의 저서『인류의 유래』에서 우리는 모든 인종의 사람들이 그들의 아름다움에 있어서 피부색을 아주 중요한 요소로 여겨 왔음을 알고 있다고 기술했다. 아마 어떤 분명한 이유는 이집트인들은 자신들이 홍인종의 일원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빨간색을, 아시아인은 노란색을, 북방계는 흰색으로, 흑인은 검은색으로 묘사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또 회교도는 흰색, 마기교도는 빨간색, 기독교도는 파란색, 유대교도는 노란색으로 표현했을 것이다.원시적이건 아니건 간에 모든 종교들은 그들의 신을 찬란한 색채와 결부시켜 생각해 왔다.이집트에서는 태양신 라(Ra)와 오시리스(Osiris) - 황금색, 노란색 혹은 붉은색이었다.고대그리스에서는 노란색이나 황금색은 아테나여신을 가리켰다. 이리스는 무지개의 여신이었다.

인도에서는 부처의 색이 노란색이나 황금색이었다. 구약, 신약성서 등에도 색채에 대하여 언급되어 있다. 출애굽기에 따르면 하느님 아버지의 색은 청색, 기독교에서 파란색은 거의 동정녀 마리아와 관계가 있다. 이처럼 인류의 모든 영역과 모든 국가에 이르기까지 색채는 인간이 최초로 받는 축복 중의 하나였으며, 인간의 사체를 감싸는 경건한 마지막 축도였다.생명은 값진 것이며, 피와 죽음은 비참하고 두려운 것이었다. 인간은 자연의 재해, 신의 의지, 악마의 저주에 맞서 끝없이 투쟁하여 왔다. 생과 사, 성장과 결혼 등 모든 것이 색채의 마술적인 힘에 보호 받을 것임을 믿어 왔다.

2. 색(色)의 유래

[1] 서양의 색

1) 서양의 색 역사

검정(Black)

검정 색은 인간이 인식을 한 최초의 색이라 할 수 있다. 사실상 검정은 빛이 전혀 없거나 빛을 모두 흡수하므로 색이 없다. 고대 그리스문명의 시민국가시대(BC.1000~322경)에는 하루가 어둠으로부터 탄생했기 때문에 검정이 생명을 상징하였다. 16C경에는 영국의 앤 왕비가 애도를 위해 검정 색을 사용하였고, 이런 연관성은 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존재하고 있다. 검정은 또한 악, 늙음, 침묵의 상징이며 강하고 세련된 색이다. 현대 인테리어 장식에서 주로 쓰이는 것은 강조를 위한 약간의 사용이 필요할 뿐인데, 이것은 검정의 무시무시한 함축성이 실제로 다른 색들을 더 유쾌한 색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빨강(Red)

원시의 인간들이 인식할 수 있는 두 번째 색이다. 원탁의 기사시대에는 빨강 색이 피를 나타내는 색이었고, 자연히 생명을 상징하였다. 그 후에는 불을 상징하였으며, 따라서 위험성과 관련지으며, 사랑, 원기, 활동력의 상징이다. 선명한 빨강 색은 매우 강력한 색이기 때문에 검정 색처럼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작은 부분을 강조하는 용도만으로 사용이 제한된다. 빨강의 밝은 명도는 따뜻한 배경으로 쓰기에 좋다. 또한 고대중국, 인도, 일본과 같은 국가 가장 많이 사용했던 색이다.

 

노랑(Yellow)

노랑 색은 역사상 무수히 많은 개념들과 관련된 색이다. 중국인들에게는 신성하게 여겨졌으며, 이집트인과 그리스인들에게는 중요한 색으로 노랑은 점차 힘(권력)의 상징이 되었다. 노랑은 예수의 사제들 주위에 모여든 초기의 기독교인들이 사용을 기피하는 색 이였다. 중국의 황제들은 노랑 색 옷을 입을 수 있는 '독점권'을 소유했다. 노랑은 그들과 그 왕족들이 입을 수 있는 유일한 색이었기 때문에 일반백성들이 노랑 색 옷을 입는 것은 결코 허용되지 않았다. 노랑은 지혜 쾌활함, 따스함뿐만 아니라 속임수 겁쟁이 질투와도 관련된 색이다. 다양한 색조, 음영, 명암의 노랑은 집안(특히 부엌)과 병원의 병실을 밝게 하기 위해 가장 좋은 색이다.

 

흰색(White)

과거에는 수의의 색으로 쓰였으며, 고대로마와 중세프랑스에서는 죽음을 애도하는 색 이였다. 흰색은 순결, 순수, 믿음, 평화, 항복을 상징한다. 순백이 아닌 흰색은 깨끗한 느낌을 더 해주기 때문에 집안의 장식에 폭넓게 사용된다.

 

파랑(Blue)

인류학자들은 파랑 색이 현생인류이후 수 천년동안 단독으로 분류되어 인식되지 못했다고 추정한다. 기원전 5000년경까지 파랑은 검정의 일종으로 여겨졌다. 한편, 헤브라인 들은 파랑과 보라의 차이를 구별하지 않았다. 파랑은 자연에서 가장 드문 색이다. '진짜 파랑 색(True blue)' 과 '파란 피(blue blood)'란 말이 생긴 기원이다. 파랑은 행복, 희망, 진실, 명예, 거리 등의 상징이다. 색조로 파랑은 의상 인테리어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초록(Green)

초록색은 자연에서 풍부한 색이지만 항상 인기 있는 색이 아니었다. 초록은 이교도들의 종교 의식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초기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는 사용이 금지되었다. 이후 로빈훗과 그 부하들에 의해 차용되어, 그들의 생명과 힘을 대표하는 색이 되기도 하였다. 초록은 생명, 봄, 희망, 시기심을 상징한다. 이는 평안함을 느끼기에 충분할 만큼 시원하면서도, 친근감을 느끼기에 충분할 만치 따스함을 전달하는 색이다. 초록은 집안의 장식에 폭 넓게 사용되지만 의상에서 양복과 외투의 색으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보라(Violet)

보라는 고대의 색이다. 과거에는 퇴색하지 않도록 하는 염색기술이 무척 어려웠기 때문에, 보라색을 만드는데 비용이 많이 들었다. 따라서 귀족의 상징이었고, 초창기 기독교인들이 회피 하였다. 보라는 영혼, 신비, 겸허함, 회한, 지혜와 연관되는 품위 있는 색이다. 연보라, 진한자주색, 가지색과 그 외의 다른 음영의 보라색은 품위 있고 우아한 실내 장식에 자주 이용된다.

 

갈색(Brown)

갈색은 중세시대동안 농부들에게 배정된 색이였다. 따라서 검소함과 연관된다. 사람들은 갈색을 통해 가을과 수확, 자연, 부패 등을 연상하게 된다. 갈색계열은 노랑과 빨강 사이에 배열되어있다. 비록 갈색이 어둡고 중간색이기는 하지만, 대단히 풍부하고 심오한 색이다. 대부분 전통가구에 쓰는 목재는 갈색이다. 8C 프랑크 왕이었고 신성로마제국의 최초의 황제였던 샤를마뉴시대에 평민들이 입던 옷 색깔이다. 갈색 옷은 또한 퀘이커교도들이 주로 많이 입었다.

 

회색(Gray)

회색은 어둡고 칙칙한 색이다. 회색은 은퇴, 슬픔, 겸손, 무관심과 관련된 색이다. 회색은 따뜻함과 차가운 느낌을 모두 주지만, 주로 차가운 느낌을 준다. 극단적인 색, 즉 흰색과 검정 색 중간에 위치한 회색은 사회적으로 가장 많이 수용되는 중간색인 듯하다. 회색은 예술적 연출, 의상의 조화(앙상블), 건물, 기계, 실내 장식 등의 배경으로 사용하면 좋다.

 

 


[2] 한국의 색

1)한국의 색 역사

우리나라는 고대로부터 음양오행 사상에 근거한 색채 문화를 지녀왔습니다.우리나라의 전통 색채는 생활 속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요소로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음양오행 사상을 표현하는 상징적 의미의 표현 수단으로서 이용되어 왔습니다.한국인의 색채관은 이익의 <성호사설 designtimesp=21353>에 중국 <고공기 designtimesp=21354>의 오행에 따른 색상과 중간색의 생성을 해석한 것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곧 오행에는 오색이 따르고 방위와 절계가 따릅니다. 그것은 색과 방위와 절계를 오행에 맞추어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중앙과 사방을 기본으로 삼아서 오방이 설정되고 거기에서 팔방과 십육 방이 생성한다고 생각합니다.색상 또한 방위에 따라 오색을 배정하고 오행의 상관관계로 하여 중간색이 나오며 중간색에서 무한한 색조가 생성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오행에 상응하는 오색은 청, 적, 황, 백, 흑입니다.이러한 오행에 따른 색상과 방위와 절계를 그림으로 나타내 보았습니다.

(1) 파랑의 이미지

▶쪽

<쪽빛 하늘 designtimesp=21361>, <쪽빛 바다 designtimesp=21362>라는 말을 할 만큼 쪽빛은 한국에서 푸른빛을 대표하는 색입니다. 쪽을 재배하여 받아낸 쪽물에 석회를 넣어 옷감에 염색하여 푸른빛을 내는 쪽 염색법은 이미 백제 시대부터 거의 2천년 가까이 우리 민족과 함께 해왔습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 단절되었던 쪽 염법은 얼마 전에야 어렵게 재현에 성공하여 그 명맥을 다시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아주 옅은 옥색 혹은 하늘색에서부터 짙고 검푸른 군청색에 이르기까지 쪽은 그 염색횟수에 따라 푸름의 정도가 매우 다양합니다. 부단한 노력과 정성이 아니면 결코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이 쪽빛은, 우리를 감싸는 맑고 푸른 하늘이 되고, 깊고 고요한 바다가 되고, 시원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되는 꿈결 같은 한국의 색입니다.

 

▶쑥

한국의 건국신화인 단군신화에서 곰을 사람으로 변화시킨 신령스러운 풀로 등장하듯, 쑥은 오래 전부터 우리 생활에 깊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명절 중 하나인 단옷날에는 잡귀를 막는다고 하여 쑥으로 호랑이를 만들거나 뜯어서 문에 걸어두었으며, 말린 쑥을 약재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한 장마와 가뭄으로 식량이 부족한 시절에는 쑥을 넣은 죽이나 떡을 만들어 주린 배를 채우기도 하였습니다. 생 쑥은 앞면이 녹색이고 뒷면은 흰털이 나서 전체적으로 희뿌연 빛깔이고, 물쑥이나 뺑 쑥, 다북쑥은 더 짙은 푸른색을 띄는 등 쑥은 그 종류에 따라 녹색 빛의 정도가 다릅니다. 우리의 토양과 기후에 알맞아 전국의 어디에서나 풍부하게 자라고 있는 쑥. 그 푸른 빛깔에는 한국인의 신령스러움과 청정한 기운, 그리고 어려운 시절과 환경을 꿋꿋이 이겨내는 끈질긴 생명력의 향기가 물씬 배어 있습니다.

 

▶청자

한국의 문화유산 중에서 고유의 아름다움과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도자기입니다. 이러한 도자기 중에서도 고려청자는 기형에 나타난 곡선의 아름다움, 자연과 조화된 서정적인 문양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비취빛의 푸른색으로 그 이름이 높습니다. 고려청자의 푸른빛은, 철분이 조금 섞인 백토로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역시 약간의 철분이 있는 유약을 입혀 1250℃ 이상의 고온에서 굽는 등 까다로운 조건에서 나타나는 색입니다. 고려인들은 비취빛이 나는 고려청자를 <비색(翡色)청자 >라 하여 중국의 <비색(秘色)청자 >와는 구별하였다. 중국의 청자가 엄중한 녹색의 청자유로 짙게 화장한 화려한 미인이라면, 우리의 고려청자는 태토와 유약이 어우러진 비취빛의 은은하고 청아한 미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고려청자의 푸른빛은, 자연을 닮은 친근하고 서정적인 문양과 유려한 형태를 부드럽게 어우르며 보는 이를 아득한 꿈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색입니다.

(2) 빨강의 이미지

▶감색

가을날, 한국의 마을을 운치 있게 수놓는 풍경 중의 하나가 쪽빛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열린 붉은 감의 모습일 것입니다. 가을이 깊어 가면 파랗던 청시(靑枾)는 소리 없이 익어가 어느새 붉은 홍시(紅枾)가 되는데, 같은 홍시라도 등황색, 담홍색, 심홍색 등 익은 정도에 따라 그 붉은 정도가 다릅니다. 거두어들인 감은 곶감을 만들기 위해 실에 꿰어 밖에 내다 말리기도 하는데, 시골집 담장 사이로 보이는 줄줄이 매달린 감들은 가을날의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정경입니다. 또한 까치밥이라고 해서 나뭇가지 맨 위에 달린 감은 오가는 까치들의 밥이 되도록 따지 않고 그냥 두는데, 그 위에 늦가을 찬 서리라도 내리면 붉은 감의 빛깔은 가슴이 시릴 정도로 선연합니다. 이렇게 나뭇가지마다 열린 탐스러운 붉은 감은 우리의 입맛과 눈 맛을 돋우는 것은 물론, 주변의 작은 동물까지도 배려하는 그 넉넉한 정까지 담아 우리의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해줍니다.

 

▶진달래색

봄이 오면 산과 들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는 우리나라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꽃 중의 하나입니다. 진달래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밤새 울던 두견새의 피를 받아 피어났다 하여 그 꽃잎이 붉다고 전하며 '두견화'라고 불려지기도 합니다. 독성이 강한 철쭉은 개꽃이라 하여 먹지 못하는데 비해, 진달래는 참꽃이라 하여 약용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그 꽃을 따다가 화전이나 화채, 진달래술을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진달래를 연분홍빛, 보랏빛, 자줏빛 등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 붉은 빛은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처럼 이별의 애틋함과 절절함, 오연한 의지의 빛깔인가 하면, 봄바람에 가슴이 설레는 수줍은 새색시의 얼굴빛과도 같습니다. 소리 없이 봄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죽은 이의 넋이라도 스며있는 듯 그 붉은 빛은 더욱 선연하게 가슴으로 파고들지요. 봄이 오면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오는 진달래의 붉은 빛에는 이렇듯 한국인의 정과 한이 깊이 서려있습니다.

 

▶팥죽색

팥죽은 동지 날의 시식(時食)으로 잘 알려진 음식으로, 팥을 삶아 으깨거나 체에 거른 뒤 그 물에 찹쌀가루로 새알 모양의 떡을 만들어 넣은 죽입니다. 동지 날이 팥죽을 문이나 벽 여기저기 뿌려두는데 이것은 팥죽의 붉은 빛이 나쁜 악귀를 쫓아낸다고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이 팥죽으로 조상에게 제사도 드리고, 팥죽 한 그릇을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이라고 여겼지요. 이 팥죽의 빛깔에도 농담이 있어서 금방 만들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팥죽은 진하게 가라앉은 붉은 색이고, 동지가 며칠 지난 겨울밤에 동치미와 함께 먹는 팥죽은 약간 흰빛이 도는 붉은 색입니다. 이렇듯 우리나라 팥죽의 붉은 색은 나쁜 기운을 쫓는 벽사의 색이자, 추운 겨울 언 가슴을 덥히는 따뜻한 색입니다.

(3) 노랑의 이미지

▶메주빛색

메주를 빚는 일은 으레 가을걷이와 김장 끝나고 대설(大雪)의 전후에 접어들기 전후에 이루어집니다. 물에 잘 일어낸 콩을 큰 가마솥에 넣고 푹신 삶아서 찧어, 목침만한 메줏덩이를 짓는다. 이것을 깨끗한 짚으로 엮어 아랫목에 놓거나 대청의 시렁에 매어 달아 띄우면, 숙성/발효가 되면서 한국인 식탁의 기본양념인 간장, 된장, 고추장을 만드는 재료인 메주가 됩니다. 처음 달아맨 메주는 메주콩의 빛깔보다 약간 짙은 누런빛입니다. 그런 메주가 시간이 지나면서 황동색, 적동색으로 변하면 잘 띄워지고 있다는 표시가 됩니다. 청동색, 오동색으로 변하면 메주가 썩거나 곪고 있는 상태임을 우리의 어머니들은 메주의 색깔을 보고 구별해 냈습니다. 처마에 주렁주렁 매달린 누런 메주빛색은 시골에서 자란 이의 향수를 자극하는 빛깔이지만 점점 우리 주변에서 보기 힘들어지고 있는 모습이지요.

 

▶치자색

치자를 염색 물감으로 사용해 온 역사는 오래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치자나무가 수입된 것도 이미 1500년 전의 일이지요. 탐스러운 잎에 꽃이 희고 향기가 좋지만 염색에 쓰이는 것은 노란 열매입니다. 치자열매를 깨뜨려 물에 담가 둔 것을 달여서 체에 걸러내어 염색을 합니다. 치자의 농도가 짙을수록 노란빛에 붉은 기운이 성한 주황색이 됩니다. 하지만 삼베나 모시, 무명, 명주 등 바탕이 다르면 색도 달리 나오기 때문에 직접 봐야 색 맛을 볼 수 있습니다. 삼베나 모시 베에 농도 옅은 치자빛색을 들여서 지은 옷은 고풍스럽고 고운 빛깔이 납니다. 치자는 옷감이나 종이만이 아니라, 빈대떡이나 전 등 음식물을 노랗게 물들이거나 약용으로도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개나리

언제부턴가 서울 사람들은 개나리가 북상한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봄이 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로등을 켜 놓은 듯 환한 개나리꽃길을 걸으면서 마음이 밝아 옴을 느끼는 것도 시골 사람들만의 특권은 아닙니다. 누가 가지를 쳐 주고 가꾸지 않아도 공원이나 길가 가릴 것 없이 아무데서나 잘 자라기 때문이지요. 예전에도 한국의 집 울타리에서 봄에 맨 먼저 피어나는 꽃이 개나리였습니다. 개나리, 민들레, 산수유. 모두 때만 되면 어김없이 산과 들을 지천으로 노랗게 수놓습니다. 그렇게 우리에게 친근하고 반가운 색 노랑은 왕성한 생명력의 표상이자, 풍요한 생산력과 생식력의 표상으로 정착 농경민족의 상징색이라 할 수 있습니다.

(4)흰색의 이미지

▶창호지

창과 문은 집의 눈과 입이며, 안과 밖을 품는 동시에 가르는 경계입니다. 예부터 천 년을 가는 질기고 훌륭한 종이인 한지(韓紙)를 만들어 온 우리나라는, 한옥의 창과 문에 창호지라는 종이를 바르는 독특한 주거 문화를 이루어 왔습니다. 창호지는 닥나무 껍질이 그 재료로, 길고 흰빛이면서 줄진 결이 또렷한 종이입니다. 창호지는 추위와 바람, 눈과 비를 막아주고 방 안에서의 소리의 울림(共鳴)을 줄여주며, 종이의 결 사이로는 신선한 공기를 받아들여 집안의 통풍을 순조롭게 해준다. 이러한 쓰임새 외에도 창호지는 그 흰빛을 통해 따사로운 햇빛, 은은한 달빛, 해질녘의 붉은빛, 새벽의 푸른빛, 방 안의 온화한 등잔빛 등 세상의 온갖 빛을 부드럽게 받아들여 어루만집니다. 그런가 하면 창호지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사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들의 모습을 그림자로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렇듯 창호지의 흰빛이 이루어내는 은은하고 정감어린 분위기는 삶의 공간에 대한 한국인의 또 다른 멋스러움일 것입니다.

 

▶막걸리

막걸리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술로, 쌀과 누룩으로 빚어 그대로 막 걸러내어 만들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막걸리는 대체로 쌀뜨물 같은 흰빛을 띠고 있는데, 지금처럼 규격화된 양조법으로 대량생산되기 이전에는 집집마다 그 나름의 술 빚는 방법이 있어 난백, 유백, 황백, 회백 등 그 빛깔도 단순한 흰빛만은 아니었습니다. 막걸리는 찹쌀·보리·밀·감자 등을 섞어 넣어 농주로 마시기도 하였으니, 바쁜 농사철 새참을 들며 함께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은 농부들의 땀과 노고를 시원하게 씻어주며 새로운 힘을 솟게 해줍니다. 또한 막걸리는 농주로서 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편하게 즐기는, 대중적이고 소박한 술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한국인이 오랫동안 즐겨온 막걸리의 흰빛에는 한국인의 건강함과 여유로움, 일상의 소박함과 희로애락이 진하게 배어 있습니다.

 

▶백의

예부터 우리민족은 흰 옷(白衣)을 숭상하여 백의민족이라고 일컬어져 왔습니다. 흰 빛은 모든 빛을 어우르는 빛으로, 태양과 하늘을 숭상한 우리 민족은 이를 상징하는 흰 빛을 일상의 생활 속에 살려내고자 하였습니다. 한민족의 이러한 흰 옷 사랑은 갓 태어난 아기의 배내옷과 기저귀, 푸른 하늘과 논밭 사이에서 땀 흘려 일하는 농부들이 입던 일상복, 검박한 선비나 학자의 평상복, 특별한 제사나 의식에서 차려입던 제복,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는 자들이 입던 상복(喪服) 등으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렇듯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몸을 감싸온 가장 대표적인 빛깔인 흰 옷에는 하늘을 사랑하고 그 뜻을 받들고자 한 자연사랑과 공경, 순수, 고결, 신성, 평화, 죽음과 불멸 등 우리 한민족의 꿈과 세계관, 아름다운 성정(性情)이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5) 검정이미지

▶갓

한국의 갓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머리에 썼던 검은 빛의 갓, 즉 흑립(黑笠)일 것입니다. 갓의 둥근 챙부분을 머리카락의 3분의 1 정도 굵기의 대나무 올로 엮고, 높게 솟은 원통형의 총모자 부분은 말총으로 만드는데, 이처럼 51개의 제작과정 모두가 손으로 이루어지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정밀한 죽세공품입니다. 갓은 섬세한 올 사이로 햇빛과 바람, 눈과 비를 받아내 는 동시에 상투와 망건을 은은히 밖으로 드러내는 투명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직선과 곡선이 절묘하게 조화된 간결한 형태와 이를 감싸는 고결하고 엄격한 검은 빛은 한국 남자의, 양반의, 선비의 기품이자 멋의 상징입니다.

 

▶먹

먹은 벼루에 물을 붓고 갈아서 찍어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쓰는 선비들의 물감입니다. 붓, 벼루, 종이 와 함께 선비들의 글방에서 사랑받는 네 벗(문방사우) 중의 하나입니다. 먹은 원래 검은 먹과 붉은 먹이 있지 만, 붉은 먹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사용되고 대개 "먹빛"이라 하면 새까만 색을 떠올립니다. 검은 먹은 기름을 태워서 나오는 그을음을 모아 아교와 섞어서 만듭니다. 이 중 소나무 그을음으로 만든 먹을 최상품으로 쳤습니다. 옛 문헌에 보면 "먹은 무릇 광채와 색은 오래되어도 없어지지 않으며 변하지 않는 것이 귀한 것이다"고 했답니다. 화려하지는 않으나 오래되어 도 변치 않는 빛이 먹빛입니다. 흰 종이 위에 단정히 내려쓴 글씨의 먹빛이야말로 선비의 지조를 가장 잘 나타내 주는 색이 아닐까요?

 

▶간장

간장은 음식의 간을 맞추는 가장 기본적인 양념의 하나 로, 요즘은 공장에서 만든 '왜간장'을 많이 사 먹지만 옛 날에 간장 안 담그는 집은 없었습니다. 장을 담 글 때는 몸을 정갈히 하고 부정한 것은 보지도 듣지도 않았으며 , 침이 튀지 않도록 입에는 창호지를 바르고 담갔답니다. 오래 묵은 간장일수록 거무스름하고, 햇볕을 쬔 시 간이 길어 조청처럼 끈적끈적하게 졸아듭니다. 예전에 창덕궁 낙선재에서 가장 묵은 장은 10년 이상 된, 조청 같이 까만 장이었는데, 그 간장은 약식 같이 검은 빛을 내는 데만 아꼈었다고 합니다. 간장의 검은 빛은 아직도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빛깔이자 정성이 가득 배인 빛입니다.

출처 : 마인드스테이
글쓴이 : 행변(行變)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