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의 주례사 [금고옥조]입니

[스크랩] [월호스님] 고양이가 쥐를 잡듯이

장백산-1 2011. 3. 29. 01:47

고양이가 쥐를 잡듯이…


무릇 본래 참구하는 공안에 대하여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하되,

마치 닭이 알을 품듯 하며,

양이가 쥐 잡듯이,

배고픈 이 밥 찾듯이,

목마른 이 물 찾듯이,

어린아이 엄마 생각하듯이 하면

반드시 꿰뚫을 시기가 있으리라. 
                                                                   - <선가귀감 13>-

주해(註解): 조사들의 공안이 천 칠백 가지나 있는데,

‘개가 불성이 없다’든지, ‘뜰 앞에 잣나무’라든지 ‘삼 서근’과 ‘마른 똥 막대기’ 같은 것들이다.

닭이 알을 품을 때는 더운 기운이 서로 이어지도록 하며, 고양이가 쥐를 잡으려면 마음과 눈이 움직이지 아니한다.

주릴 때에 밥 생각하는 것과, 목마를 때 물 생각하는 것,

어린애가 엄마 생각하는 것 등은 모두 진심에서 나온 것이며, 일부러 짓는 마음이 아니다.

그러므로 간절하다고 하는 것이니, 참선에 이렇게 간절한 마음가짐이 없다면 꿰뚫을 수가 없는 것이다.

공안참구는 닭이 알 품듯

간절하면 꿰뚫는 시기 와


사족(蛇足): 몇 년 전, 인도 배낭여행을 하면서 사막사파리를 체험한 적이 있었다.

낙타를 타고 사막을 천천히 걸어가면서 사방에 보이는 것은 오직 모래사막 뿐 이었다.

다만 길을 가면서 여기 저기 커다란 동물의 시체들이 눈에 뜨였다.

이제 막 죽은 동물은 물론, 반쯤 썩은 것, 뼈만 남은 것 등 다양한 시신을 볼 수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혀 징그럽다던가, 추하다던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냥 자연적 현상의 하나로서 담담하게 받아들여질 뿐!

아울러 사방에 오직 모래사막만 보이는 곳에 있으니, 생각이 저절로 쉬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는 말이 맞는가보다. 이것저것 눈에 보일 때는 갖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더니,

사방에 오직 모래사막만 펼쳐져있으니 의외로 마음은 담담해지는 것이었다.

특별히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서일까, 그냥 아무런 욕심도 잡념도 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평화로움이 밀려왔다.

낮으로는 종일 낙타를 타고, 밤에는 모래사막위에 침낭을 펴고 들어가 잤다.

지붕이 따로 없으니 당연 밤하늘의 별이 초롱초롱 눈앞에 펼쳐졌다. 밤하늘에 별이 그렇게 많은 줄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생각나는 것은 오직 시원한 물 뿐이었다. 물론 식수로 준비해간 물은 있었지만,

사막의 열기로 인해 온통 뜨뜻미지근하기만 했다. 마시고 또 마셔도 시원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문득 성가시도록 호객행위 하던 아이들이 그리워졌다.

시원하다 못해 아예 얼어버린 물병을 들이대며 사라고 권하던 눈이 초롱초롱한 아이들을 왜 뿌리쳤던가?

아, 시원한 물 한 모금 마셔봤으면, 물, 물, 물…

화두참구는 왜 이렇게 간절히 안 되는 것일까?

부처님께서 한 사문에게 물으셨다.

“사람의 목숨이 얼마간에 달렸느냐?”

“며칠 사이에 달렸습니다.”

“너는 도를 모르는구나.”

다른 사문에게 물으니 답했다.

“밥 먹는 동안에 달려 있습니다.” “너도 도를 모르는구나.”

또 다른 사문에게 물으니 답했다.

“한 호흡 간에 달려 있습니다.” “그렇다. 네가 도를 아는구나.”

 

 

월호스님 / 쌍계사 승가대학 교수

 

출처 : 석가모니불
글쓴이 : 동다송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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