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쥐를 잡듯이… |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하되, 마치 닭이 알을 품듯 하며, 고양이가 쥐 잡듯이, 배고픈 이 밥 찾듯이, 목마른 이 물 찾듯이, 어린아이 엄마 생각하듯이 하면 반드시 꿰뚫을 시기가 있으리라. ‘개가 불성이 없다’든지, ‘뜰 앞에 잣나무’라든지 ‘삼 서근’과 ‘마른 똥 막대기’ 같은 것들이다. 닭이 알을 품을 때는 더운 기운이 서로 이어지도록 하며, 고양이가 쥐를 잡으려면 마음과 눈이 움직이지 아니한다. 주릴 때에 밥 생각하는 것과, 목마를 때 물 생각하는 것, 어린애가 엄마 생각하는 것 등은 모두 진심에서 나온 것이며, 일부러 짓는 마음이 아니다. 그러므로 간절하다고 하는 것이니, 참선에 이렇게 간절한 마음가짐이 없다면 꿰뚫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낙타를 타고 사막을 천천히 걸어가면서 사방에 보이는 것은 오직 모래사막 뿐 이었다. 다만 길을 가면서 여기 저기 커다란 동물의 시체들이 눈에 뜨였다. 이제 막 죽은 동물은 물론, 반쯤 썩은 것, 뼈만 남은 것 등 다양한 시신을 볼 수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혀 징그럽다던가, 추하다던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냥 자연적 현상의 하나로서 담담하게 받아들여질 뿐!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는 말이 맞는가보다. 이것저것 눈에 보일 때는 갖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더니, 사방에 오직 모래사막만 펼쳐져있으니 의외로 마음은 담담해지는 것이었다. 특별히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서일까, 그냥 아무런 욕심도 잡념도 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평화로움이 밀려왔다. 낮으로는 종일 낙타를 타고, 밤에는 모래사막위에 침낭을 펴고 들어가 잤다. 지붕이 따로 없으니 당연 밤하늘의 별이 초롱초롱 눈앞에 펼쳐졌다. 밤하늘에 별이 그렇게 많은 줄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사막의 열기로 인해 온통 뜨뜻미지근하기만 했다. 마시고 또 마셔도 시원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문득 성가시도록 호객행위 하던 아이들이 그리워졌다. 시원하다 못해 아예 얼어버린 물병을 들이대며 사라고 권하던 눈이 초롱초롱한 아이들을 왜 뿌리쳤던가? 아, 시원한 물 한 모금 마셔봤으면, 물, 물, 물…
월호스님 / 쌍계사 승가대학 교수
|
'성철스님의 주례사 [금고옥조]입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월호스님] 성품은 오염되지 않은 ‘본마음’ (0) | 2011.03.31 |
---|---|
[스크랩] [월호스님]성품은 그저 보기만 하라 (0) | 2011.03.29 |
[스크랩] ‘나’이므로 ‘나’아닌 게 없다 (월호스님의 선어록의 향기) (0) | 2011.03.29 |
[스크랩] 목 말라야 우물을 파겠는가 (월호스님의 선어록의 향기) (0) | 2011.03.29 |
[스크랩] 닦을 것이 없으니 물들지 말라(월호스님의 선어록의 향기) (0) | 2011.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