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강 한반도대운하의 대재앙

노무현의 뼈아픈 실책,'대연정 제안'

장백산-1 2011. 6. 23. 00:55

[③ ‘문재인의 운명’으로 되돌아본 오해와 진실] ‘노무현의 뼈아픈 실책’ 대연정 제안
조회수 : 892
등록일 : 2011.06.22 16:06

‘노무현의 뼈아픈 실책’ 대연정 제안
- ③ ‘문재인의 운명’으로 되돌아본 오해와 진실



2005년 7월 28일,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구도 극복을 위한 선거제도 개편을 전제로 총리지명권, 내각구성권 등을 한나라당이 행사하는 대연정을 제안했다.

국민들은 놀랐다. 특히 지지자들의 반응은 매우 차가왔다. “당신 혼자 잡은 정권인가? 당신 혼자 넘겨줄 것인가.” 탄핵반대 촛불을 거쳐 열린우리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준 지지자들을 경악시켰다. 시민사회진영도 허탈해 했다. 호남지역에서는 아예 호남에 대한 배신이라고 했다.

<문재인의 운명>에서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이사장은 “참여정부에서 가장 아팠던 일”이라고 표현했다. 대통령도 나중에 참여정부 기간 중의 가장 큰 실책이었다고 털어놨다. 재임 중 언론과의 마지막 인터뷰에서는 “내 전략이 옳았다고 하는 자만심이 만들어낸 오류”(오마이뉴스)였다고 회고했다.

의도하지 않은 가운데 시작된 ‘전략’

“건곤일척의 카드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흑카드가 됐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시도했을까? 전통적 지지자들을 무장 해제시키는 결과만 초래하고 ‘실패한 전략’은 의도하지 않은 가운데 시작되었다.

당시 국정현안에 관한 당-정-청의 상시 협의를 위해 매주 금요일 저녁 총리공관에서 총리 주재로 당정청 핵심인사 모임이 있었다. 당에서는 당 의장, 원내대표, 정부에서는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 정세균 장관 중 두어 분, 청와대에서는 비서실장, 정책실장, 민정수석 등이 참여했다. 드물게는 대통령도 ‘얼굴들이나 한번 봅시다’며 예고 없이 참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2005년 6월 24일, 당정청 인사 11명이 참여한 모임에 느닷없이 대통령이 참석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을 전제로 대연정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대통령의 그 말 자체는 과거에도 했던 이야기였다. 다들 대통령의 얘기에 뜨악해 했다. 너무 갑작스러워 토론도 없이 듣기만 했다. 대놓고 비판하는 사람도 없었다. 대통령은 ‘당장 하겠다는 거 아니니까 생각을 해보시라’며 자리를 떴다.

국민과 대통령의 다른 시선

대통령이 떠나자 다들 큰일 날 이야기라고 했다. 이해찬 총리가 참석자들에게 이야기가 새나가면 안되니까 없었던 것으로 하고 발설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런데 얼마 뒤 한 언론에 특종으로 보도됐다. 청와대 참모들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해본 이야기일 뿐으로 덮자고 건의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11인모임’에서도 말이 없고, 청와대 참모들도 몇 사람을 빼고는 반대하지 않으니 찬성으로 간주했다.

“내 마음대로 할 수밖에 없었지요. 하라는 말도 안 하고 안 하라는 말도 안 하고 알아서 해라 이거지. 그래서 알아서 했지요(웃음). 듣고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은 ‘난 별 의견이 없다’ 이거거든요. 그래 놓고 몇몇은 나중에야 ‘왜 너 알아서 했냐’ 이렇게 된 거죠.”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중에서)

대통령은 당원들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등의 방식으로 연정을 공식으로 제안하고 나섰다. 2005년 8월 25일 KBS ‘국민과의 대화’에서 다시 한번 제안했다. 지역구도를 해소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를 만드는 데 필요하다면 권력을 반이 아니라 통째로 내놓겠다고 말했다.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나중에 대통령은 당시 열린우리당의 과반수가 무너져 다시 여소야대로 된 데다, 한나라당이 윤광웅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는 등의 정치상황을 너무 예민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대연정을 해서라도 선거제도를 바꾸려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와 권력을 보는 국민의 시선과 의식이 대통령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좀더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

대연정 제안은 예기치 않게 불거져 나오면서 대통령의 진정성부터 의심을 받았다. 정당 반응과 여론도 정상적 논의가 불가능하게 흘러가 버렸다. 설령 연정제안 부분은 무시하더라도, 적어도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만큼은 메시지로 살아남아야 그 제안의 보람이 있게 되는 것인데 그마저 실패하고 말았다.

대통령이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과 연정을 연계시킨 제안은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2002년 12월 26일 대통령 당선 며칠 뒤, 민주당 중앙선대위 당직자 연수회에 참석해 “지역구도 대결을 깨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절반으로 줄이더라도 무엇이든 양보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2003년 1월 18일 TV인터뷰에서는 “어느 지역도 한 정당이 70~80% 이상 석권하지 못하도록 해 지역구도가 극복되면 프랑스식으로 과반수 정치세력이 총리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03년 4월 2일 대통령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선 기존 발언을 더 발전시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리고 그 끝이 대연정 제안이었다.

“지역구도는 반드시 해소되어야 합니다. 지역구도를 이대로 두고는 우리 정치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내년 총선부터는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2/3 이상의 의석을 독차지할 수 없도록 여야가 합의하셔서 선거법을 개정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저의 제안이 내년 17대 총선에서 현실화되면 저는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 또는 정치연합에게 내각의 구성권한을 이양하겠습니다. 이는 대통령이 가진 권한의 절반 아니 그 이상을 내놓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요구하는 분권적 대통령제에 걸맞는 일이기도 합니다. 헌법에 배치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국무총리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국무위원을 임명하는 현행제도 아래서 국무총리의 제청권을 존중하면 가능한 일입니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 충심으로 드리는 저의 간곡한 제안입니다.”

대통령이 일관되게 주장한 것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이었다. ‘연정’‘총리결정 권한’‘내각구성 권한’ 등은 그렇게 될 경우 자신의 권한을 양보할 용의를 밝힌 것으로서,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정치권도, 국민들도 거듭된 선거제도 개혁요구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당시 대연정 제안이 훨씬 더 내용을 가다듬고, 더 정리된 형태로 더 적절한 시기에 내놓을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문재인 이사장은 선거제도 개혁 같은 과제가 ‘실책’이 되지 않기 위해선 개혁진영과 정치권의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의 ‘뼈아픈’ 일침이다.

“서울의 시민사회진영은 지역구도 타파나 지방화, 분권화, 국가균형발전 같은 과제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옳다고 동의는 했지만 절실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게 무슨 우선순위가 있는 문제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양극화 해소가 시급한 마당에 대통령이 지역구도 타파 같은 우선순위가 덜한 문제에 너무 매몰돼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평가하기도 했다. 우리 진보·개혁진영의 현주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