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늘 한결같아라
{임제록}을 통한 선 공부 /김태완
도 닦는 이들이여! 대장부가 또 무엇을 의심하느냐?
눈 앞에서 작용하는 이것은 누구냐? 이것을 붙잡았으면 곧 그대로 작용할 뿐 문자에 집착하지는 말아야 하니, 이것을 일컬어 현묘한 뜻이라 한다. 이와 같이 볼 수 있다면 꺼릴 법이 없다. 옛 사람이 말하기를, "마음은 온갖 경계를 따라 흘러가는데, 흐르는 그곳이 참으로 아득하구나. 흐름을 따라 본성을 확인한다면, 기쁨도 없고 근심도 없다."라고 하였다.
바로 지금 여기에 살아 있어라. 시간은 늘 바로 지금일 뿐이고, 장소는 늘 여기일 뿐이며, 행동은 늘 지금 이 행동이고, 항상 지금 눈 앞을 바라보고 있고, 항상 지금 이 소리를 듣고 있으며, 항상 지금 이 생각을 하고 있으며, 항상 지금 이 말을 하고 있을 뿐이다. 언제나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지금 이렇게 말하고 지금 이렇게 행동하고 있을 뿐이다. 바로 지금 <이-것>에서 떠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지금 이-것에서 벗어나지 말라.
지금 이-것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곧 생각에 휩싸여서 과거·현재·미래와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니는 것이요, 지금 이-렇게 보는 것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곧 보이는 색깔과 모양에 속박되어서 색깔과 모양을 따라다니는 것이요, 지금 이-렇게 듣고 있는 것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곧 들리는 소리와 말에 구속되어서 소리와 말에 끌려다니는 것이요, 지금 이-렇게 움직이고 있는 것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곧 몸의 모양과 느낌에 매달려서 몸에 끌려다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과 색깔과 모양과 소리와 말과 몸에 속박되어 끌려다닌다고 하여도 실제로는 지금 이-것에서 전혀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벗어남이란 허망한 환상에 도취되어 있는 것이다. 마치 몸은 여기 있으나 생각은 전혀 엉뚱한 곳에 가 있는 것과 같으며, 몸은 여기 누워 있으면서 과거의 온갖 장소를 돌아다니는 꿈 속에 있는 것과 같다. 이처럼 허망한 환상에 쌓여 있으므로 매 순간 순간이 진실하지 못하고 무슨 일을 하여도 늘 아쉬움과 부족함을 느끼고 무언가 다른 참된 것을 찾아서 늘 헤매고 다니는 것이다. 이러한 생활이 보통 사람들의 일상의 삶이다.
망상에 쌓여서 망상을 따르는 삶이 바로 허망한 삶이요, 진실을 알아서 매 순간 순간 진실에서 벗어남이 없는 삶이 바로 참된 삶이다. 진실한 삶을 살려면 진실에 머물러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 진실은 바로 지금 여기 이-렇게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활발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보고 있으며, 듣고 있으며, 붙잡고 있으며, 걷고 있으며, 생각하고 있으며, 느끼고 있으며, 욕망하고 있으며, 말하고 있으며, 읽고 있다.
보고·듣고·생각하고·말하고·행동하는 가운데 변함 없이 이-렇게 있는, 끊임 없는 변화의 흐름 위에 항상 나타나서 변함이 없는 이-것을 확인하라. 마치 형형색색의 사물이 나타나 변화할 때에 변함 없이 빛이 그 위에 있듯이, 온갖 모양의 물결이 나타났다 사라질 때 변함 없이 물이 그 자리에 있듯이, 온갖 경험의 세계가 나타나 사라지는 변화 속에서 이-것은 변함 없이 그대로 있다. 바로 이-것이 진실이며, 참된 나 자신이다. 이 진실한 나 자신이 분명하여 흔들림이 없다면, 세상의 온갖 풍파가 모두 닥쳐 오더라도 나는 늘 그대로 변함 없을 뿐이다.
자, 바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변함 없는 자신이 분명 지금 여기에서 확인되어 의심이 없습니까? 늘 한결같은 자리에 흔들림 없이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