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스크랩] 6 작용에 맡겨 두어라

장백산-1 2011. 10. 11. 15:02

 

 

6 작용에 맡겨 두어라

 

 

{임제록}을 통한 선 공부 / 김태완

대덕들이여!

지·수·화·풍 4대로 이루어진 육체는 무상하며, 지라·위장·간·쓸개·털·손톱·이빨에서는 오직 모든 것이 헛된 모양임을 볼 뿐이다. 그대들 한 생각 마음이 쉴 수 있는 것을 깨달음의 나무라 부르고, 그대들 한 생각 마음이 쉴 수 없는 것을 무명(無明)의 나무라 부른다.

무명에는 머물 곳이 없고 그 시작과 끝이 없다. 그대들이 만약 생각 생각에 마음이 쉴 수 없다면 곧 저 무명의 나무에 오르고 6도 4생에 들어가 털 나고 뿔 달린 짐승이 될 것이지만, 그대들이 만약 쉴 수 있다면 곧 바로 깨끗한 법신(法身)의 세계이다.

그러므로 그대들에게 한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곧 바로 깨달음의 나무에 올라서 삼계에 신통변화하며 뜻대로 화신(化身)을 나투고, 법(法)의 즐거움과 선(禪)의 기쁨을 맛보며, 몸에서는 저절로 빛이 날 것이다. 옷을 생각하면 비단 옷이 천겹으로 걸쳐지고, 밥을 생각하면 백가지 맛의 음식이 고루 갖추어 질 것이고, 다시는 뜻하지 않은 병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깨달음에는 머물 곳이 없으므로 얻는 것도 없다.

무엇을 가지고 손이라 하는가? 손톱·손가락·손등·손바닥·손목으로 이루어진 살갗과 뼈가 손인가? 아니다. 손 구실하는 것이 바로 손이다. 손 구실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손 모양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손이라고 할 수 없다. 쥐고 펴고 가리키고 들고 내리고 하는 손 구실하는 것이 바로 참된 손이다. 그러므로 눈에 보이는 모양이 손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구실이 바로 손이다. 보통 우리는 손이라고 하면 다섯 손가락을 가진 한 덩이 뼈와 살을 손이라고 여길 뿐, 손 구실은 무시하고 있다. 손 모양을 따라가서 진실한 손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눈인가? 눈꺼풀·눈썹·각막·수정체·망막·시신경으로 이루어진 살덩이가 눈인가? 아니다. 보는 것이 바로 눈이다. 본다는 구실을 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눈 모양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눈이 아니다. 눈꺼풀을 깜짝이고 눈알을 움직이며 온갖 색깔과 온갖 모양을 이리 저리 순간 순간 보고 있는 것이 바로 진짜 눈이다. 그러므로 모양으로 드러나는 눈이 진짜 눈이 아니라, 본다고 하는 모양 아닌 눈 구실이 바로 참된 눈이다. 보통 우리가 모양을 눈이라 여기고 본다는 구실을 무시하는 것은 역시 모양을 따라서 진실을 놓치고 있는 어리석음이다.

무엇이 마음인가? 생각하고 느끼고 욕망하고 슬퍼하고 기쁘하고 분노하고 즐거워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애착하고 싫어하는 것이 마음인가? 아니다. 생각하되 생각은 아니며, 느끼되 느낌은 아니며, 욕망하되 욕망은 아니며, 슬퍼하되 슬픔은 아니며, 기쁘하되 기쁨은 아니며, 분노하되 분노는 아니며, 즐거워하되 즐거움은 아니며, 사랑하되 사랑은 아니며, 미워하되 미움은 아니며, 애착하되 애착은 아니며, 싫어하되 싫증은 아닌, 구실하고 행동하고 움직이는 것이 바로 참된 마음이다.

마음은 생각·느낌·욕망·슬픔·기쁨·분노·즐거움·사랑·미움·애착·싫증 등의 모양은 아니지만, 이러한 모든 모양과 더불어 모양과 둘이 아니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바르게 보면 모양 아닌 마음이 보이고, 삿되게 보면 마음은 없고 모양만 있을 뿐이다.

모양을 따라 가는 것은 피곤한 일이고, 모양이 없는 작용인 마음에 맡겨 두면 편안히 쉬는 것이다. 따라서 쉬고 싶으면 모양에 머물지 말고 모양을 가지거나 버리려 하지 말고, 다만 작용에만 가만히 맡겨 두어라.

 

 

 
출처 : 무진장 - 행운의 집
글쓴이 : 유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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