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20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격앙된 표정으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폭로 내용을 반박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민간인 사찰 의혹 확산]
이영호 회견 뒤 의혹 시선 더 쏠리자
청와대 관계자들 “비서관 수준이…”
이영호(48)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적반하장 기자회견’ 뒤 청와대 분위기가 더 얼어붙고 있다. 이 전 비서관이 모순에 가득 찬 얘기를 늘어놓으면서 오히려 의혹의 불씨를 지피는 바람에 그렇지 않아도 궁색한 청와대가 더욱 구석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21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비서관 문제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따로 할 말이 없다”며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고 말했다. 그는 애초 오는 26~27일 진행되는 핵안보정상회의 관련 내용을 설명하려 했지만, 언론의 질문은 민간인 사찰 사건에 집중됐다. 하지만 최 수석의 입에서 모른다는 말 이외의 다른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2010년 이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자체 조사 결과 ‘이 전 비서관은 무관하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장진수 전 주무관의 잇단 폭로와 이영호 전 비서관의 자인으로 당시 청와대의 자체 조사에 결정적인 하자가 있었음이 확인된 상황이다. 이 전 비서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본인이 민간인 사찰 관련 자료의 삭제를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장 전 주무관의 입에선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무슨 말이든 해명을 해야 할 상황이지만 청와대는 함구하고 있다.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지난 20일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다가 카메라와 부딪쳐 바닥에 쓰러져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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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을 지켜본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 “낮술을 먹고 기자회견 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 인물이 비서관으로 일하며 청와대를 활개치고 다녔느냐는 말이 나올까 겁난다”며 “이 전 비서관은 어차피 검찰에 소환될 게 뻔한데 괜히 기자회견을 해서 총선 분위기까지 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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