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걸하는 사람을 보고
얼굴을 찡그리면
동시에 지옥의 문이 열린다.
[보살본행경]
나에게로 와서 구걸하는 사람,
그 사람에게서 내 안의 업을 본다.
나에게로 와서 찬탄하고 축원해주는 사람,
그 사람에게서 내 안의 업을 본다.
법계는 언제나 나의 업을
내 곁에 다가오는 인연으로
거울처럼 비추어 주곤 한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야말로
나의 숨겨진 모습들이요, 내 업의 나툼이다.
그들이 곧 나고, 나의 또 다른 숨겨진 모습이다.
구걸하는 사람을 보고 얼굴을 찡그리고
뒤늦게 문을 열어 보니 문수보살이 떠나가더란 이야기.
때때로 지혜의 문수보살은
바보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자비의 관음보살은
무자비한 폭꾼으로 나타나며,
대행 보현보살은
게으른 수행자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지혜와 어리석음,
자비와 무자비,
성실함과 게으름은
언제나 나의 서로 다른 모습의 나툼이다.
내 안에 그 두 가지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구걸하는 사람을 보고 얼굴을 찡그리면
내 안의 거지를 향해 찡그리는 것이고,
미워하는 사람을 보고 화를 내면
내 안의 화를 향해 화를 내는 것이다.
그 순간, 내 안에서는 지옥의 문이 열린다.
그가 바로 나이고, 내가 바로 그이다.
법상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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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목탁소리 지대방
글쓴이 : 담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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