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 진공불공(眞空不空)
-참된 공은 공이 아니다
《반야심경(般若心經)》에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는 유명한 가르침이 있습니다. "색(色), 즉 물질적인 현상은 모두 실체가 없는 공(공허)이며, 실체가 없는 공허라는 것이 물질적인 현상이다."라는 것입니다.
우리 눈에 비치는 만물은, 모두 실체는 공허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물질은 여러 가지 요소가 각각 작용하면서 모여 물체를 형성하고 그렇게 보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많은 요소가 어떤 이류로 분산하면 ―모인 것은 반드시 분산합니다―공허해집니다. 그래서 "존재한다는 것은 공허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이 공(空)이나 색(色)이 어느 한 쪽에 기울어집니다. 공에 기울어지면 허무주의자가 되기 쉽고, 색에 기울어지면 현실주의자가 되기 쉽습니다. 그 어느 쪽에도 기울어지지 않는 것이 진공(眞空)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진공은 세상에서 말하는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 아니라 "참된 공"을 가리킵니다.
색즉시공(色卽是空)의 공에 기울어지면 참된 공이 아닙니다. 공즉시색(空卽是色)의 공에 기울어지면 참된 공이 아닙니다. 약사사(藥師寺) 한 스님께서 언제나 "기울어지지 않은 마음·기울어지지 않은 마음·기울어지지 않은 마음"하고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우리가 본래 실체가 없는 물질적인 현상에 집착하는 것은 자진해서 고통을 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세상의 무상한 점에만 구애되고 욕심을 버리는 것도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중도(中道)"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도란 단지 "중간쯤"이나 "적당히"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진리 그대로가 중도입니다.
선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불을 가까이 해도 데이지 않고, 불을 멀리 해도 얼지 않고, 불을 잘 이용하는 것처럼 인간의 욕망을 수도(修道)하는 쪽으로 돌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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