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야, 꿈
도원 김영진(道圓 金永鎭)|자민련 중앙당 불자회 지도법사
광덕스님께서 궁전에서 큰 잔치를 베풀면서 나를 찾는단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들 내게 참여할 것을 권유했다. 그래서 대궐 정문 쪽으로 막 향하려는데 동참 준비에 분주하던 법우들이 궁전 담장 밖에서 말했다.
“굳이 돌아서 정문을 찾아가려 하지 말고 바로 이곳에 준비된 가마를 타고 가까운 담을 넘어서 들어가세요.”
瞬間 옆을 보니 케이블카처럼 줄로 연결된 가마가 여러 대 있었는데, 다른 사람은 타면 안 된다고 하면서 나만 태웠다. 공중 높이 올라 황홀한 기분으로 막 담을 넘으려는 순간,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울려서 잠이 깼다.
전화를 건 사람은 송암스님이었다. 광덕스님 생전에 가까이 있었으니 스님과 얽힌 사연이 많지 않느냐며 좋은 이야기가 있으면 찾아서 연락을 달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는 방에 모신 작은 부처님 앞에서 멍하게 앉아서 생각을 했다. 꿈속의 케이블카와 연결된 가마줄이 조금 전에 송암스님과 연결된 전화줄이고, 송암스님과 통화 중에 내가 엉겁결에 “에, 알겠습니다”고 답하는 순간이 바로 가마를 탄 것이고, 송암스님이 계획하고 있는 광덕스님 생전의 이야기 모음집이 결국은 광덕스님이 우리에게 잔치를 베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몇해 전 어느 날, 내가 전법한 불자가 꿈 內容을 스님께 대신 여쭈어 봐 달라고 부탁한 일이 있었다. 평소 스님께서 法門을 통해 우리에게 꿈에 대해 너무 執着하지 말 것, 꿈은 실(實)이 아니라는 것, 나타남으로써 사라져 가는 過程이라는 것, 映像과 같은 것 등이라고 가르쳐 주셨다.
그렇지만 나도 그 불자처럼 평소에 꿈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기에 스님께 한번 조용히 여쭈어 보고 싶었다. 그러나 스님을 찾아뵙는 것이 괜히 무섭고 겁이 나서 엄두를 못냈다.
내가 스님을 그렇게도 두려워했던 데는 이유가 있다. 잠실에 불광사 법회를 개설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해, 일요법회를 마치고 법당 정리를 하는데 한 거사가 디딤판을 옮기다가 그만 실수를 해서 다시 깔아 놓은 법당 마룻바락을 약간 긁었는데 그것을 목격한 스님께서 눈을 부릅뜨면서 호통을 쳤다.
“이 사람, 조심하지 못하고 그게 뭔가?”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은 화장실에도 가지 않는 것으로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처럼, 광덕스님은 절대 화를 내지 않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과정을 지켜본 나는 그 이후에는 스님 생각만 해도 두려웠다.
나는 며칠을 망설이다가 큰마음 먹고 어렵게 스님의 방문을 노크하고 들어갔다. 다른 사람들은 스님 방에 들어가면 스님의 光彩가 환히 비추어서 환희심이 저절로 난다던데, 나는 웬일인지 눈이 캄캄해져서 앞이 보이질 않았다. 입조차 얼어붙어 말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래서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가만히 앉아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쓰는데 스님이 먼저 말씀을 했다.
“뭐야? 道園, 일러 봐.” 스님의 목소리는 잔잔했다. 그러나 나는 제대로 여쭙질 못하고 더듬거리기만 했다.
“네, 스님. 저, 저…….” “일러라, 일러.”
“네, 꾸, 꾸…….” “꿈이야, 꿈.”
스님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듯 내가 하려는 말을 대신했다.
“꿈이 뭐긴 뭐야, 환(幻)이지. 내가 늘 말했듯이 映像과 같아서 나타남으로써 사라져 가는 過程이라고 하는 事實인데, 그러나 다시 더 보태면 꿈은 無視해도 안 된다는 것이야.” 스님은 나직하게 말씀을 계속했다.
“왜 그런가? 豫示하기 때문이야. 豫示는 뭔가?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나오는 日氣豫報처럼 알려 주는 것이야. 어떤 꿈을 꾸어서 그날이 좋은 날이 될 수도 있고, 또 어떤 꿈을 꾸어서 나쁠 수도 있는데, 좋은 것은 좋다지만 나쁜 꿈은 어떻게 할 건가?
나쁜 꿈을 꾸었을 때는 그날은 조심해야 한다고 일러준 것이니까 智慧롭게 받아들여서 祈禱하는 精神을 잊지 말고 더욱 조심해서 그날을 보내려고 애써 精進해야 해. 그렇게 하진 않고 오히려 衆生心에서 벗어나질 못하여 어떤 꿈만 꾸면 재수없고 꼭 무슨 나쁜 일이 생긴다 하는 쪽으로 더욱 강한 執着을 가지니까 結局은 나쁜 일을 스스로 모면할 길이 없게 되는 것이야.”
스님의 말씀을 듣는 동안 스님에 대한 내 두려움은 어느새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상함이 따뜻하게 전해져 왔다.
“다시 말하면, 미리 가르쳐 주는 꿈이 뭐 잘못된 것이 있는가? 自己의 그릇된 判斷으로 꿈을 쫓아가니까 그게 잘못된 것이라는 거지. 나쁜 꿈을 꾸었을 때는 오늘은 조심하라고 일러준 것이다 하는 쪽으로 智慧롭게 돌려놓고 보면 이보다 더 이상 좋은 꿈이 어디 있겠는가?”
말씀이 끝나고 다시 스님을 바라보니 무섭고 겁이 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스님이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스님이 꾸중하시던 모습을 보고 내가 괜스레 스님을 엄격하기만 한 분으로 지레 짐작했다는 生覺이 들었다.
나는 돌아오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이것 또한 꿈이었어. 그래, 그것이었어.”
광덕스님 시봉일기 7권 사부대중의 구세송 중에서- 글 송암지원, 도피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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