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저는 결혼 10년차 주부인데요 시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오는 괴로움 때문에 질문드립니다. 시아버님은 가정을 돌보지 않으셨고, 어머님은 그 결핍감을 자식에 대한 헌신으로 채우셨고 남편은 어려서부터 그런 어머니의 기분을 살피면서 어머니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애써왔습니다. 결혼 후에도 어머니에 대한 자상한 아들 역할을 해왔고 저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식에 대한 어머님의 사랑이 저에겐 지나친 간섭으로 여겨졌고 어머님에 대한 불만을 더 이상 누를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갈등이 표면화 되었는데 이때 남편이 극도의 불안증세를 보이면서 불면증과 우울증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치료과정에서 어머니도, 당신의 사랑이 아들에게 상처가 되었다는 걸 아시고 너무 마음 아파하시면서 한동안 거리를 두고 연락을 안 하셨습니다. 남편은 많이 좋아졌고, 저는 결혼하고 지금처럼 행복하고 만족감을 느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좀 좋아지자 어머님께서 다시 연락하고 자주 찾아오시는데 그런 어머님을 바라보는 제 마음이 너무 불편합니다. (울먹이면서 질문) 어머니의 마음을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마음으로는 그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습니다. 어머니에 대해서 참회기도를 하려고 해도 잘 되지가 않습니다. 제가 어떻게 기도를 해야 하겠습니까?
▒ 답
이혼을 하세요! (아니요.. 아직 그 정도 상황은 아닙니다)
왜? 앞으로 더 힘들텐데.. 엄마는 남편 때문에 힘든 걸 아들에 정을 쏟으면서 한 평생을 살아서 집착을 버리기가 어렵고 아들도 그런 엄마를 바라보면서 자라서 엄마한테 효도하고 싶은,
불편하게 해주고 싶지 않은 애틋한 그런 마음인데
그런데 여기에 내가 끼어가지고, 남자 하나 두고 양쪽에서 사랑싸움을 하는데.. 그냥 보통의 경우에도 남자 하나에 여자 둘이 사랑싸움을 해도 남자가 견디기가 어렵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하나는 사랑하는 엄마고 하나는 사랑하는 아내니까,
어느 한 쪽도 버릴 수가 없는데 엄마가 생각하기엔, 며느리는 뭐 바꿔도 아무 문제 없는
존재이고 아내가 보기엔, 이젠 결혼했으니까 엄마는 떨어져줘야 되는 존재다.. 이런데 본인은 정작 둘 다 버릴 수가 없는 상태이고.. 이렇게 되면 이제 정신분열증이 생깁니다.
이건 부모가 서로 갈등이 있으면 아이들이 정신분열이 일어나고.. 이쪽을 포기하자니 아빠고, 저쪽을 포기하자니 엄마고.. 고부간에 갈등이 있으면 중간에 남편(아들) 명을 단축을 시킵니다. 이미 저렇게 발병을 할 정도니까, 정말 남편을 사랑한다면 남편이 제 명대로 살도록 해주려면.. 이혼을 해줘야 해요! 내가 보기에 지금 엄마가 아들 포기하긴 더 어려운 거 같으니까..
그건 뭐 내가 자식을 키워보면 알 거예요. 그래서 내가 자꾸 여러분 보고 자식 스무살 넘으면 정을 떼라고 그러잖아. 왜 그럴까? 그게 아들을 위하는 거고.. 새로운 결혼생활을 잘 꾸려나가게 하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 안 생기게 하려고 스님이 자꾸 강조하는 겁니다. 그렇지 못하면 엄마가 자식을 해치는 거예요.
그러니까 남편을 사랑한다면 내가 떨어져줘서 남편이 건강하게 살게 해줘야 합니다. 이혼하는 게 뭐가 어려워요? (아뇨.. 요즘 어머님도 많이 좋아지셨거든요) 좋아져도 안 된다니까.. 남편이 나빠지면 좀 떨어지고, 좀 좋아지면 가까이 올 거고.. 그러면 남편 병이 또 나빠질 것이고.. 이렇게 왔다갔다 하면서 죽을 때까지
갈등을 겪으면서 살 거예요.
그런데 뭣 때문에 젊은 여자가 그렇게 갈등 겪으면서 살아야 해? 이혼하라는 건, 나 살려고 이혼하라는 게 아녜요. 남편이 제 명대로 살게 해주는 게 낫지 않느냐..
누가 더 사랑하는지 모르겠네.. 옛날에.. 뭐 서로 자기 애라고 하니까 솔로몬이 심판할 때 뭐랬어요? '그럼 애를 반 쪼개라' 그러니까 생모가 어땠어요? 포기하잖아. 그렇죠? 그러니까 더 사랑하는 사람이 포기해야지. 내가 보기엔 엄마가 포기하긴 쉽지가 않아.
기도를 해서 하려면, 이혼을 한 정도의 수준으로 마음에 포기를 해야 해. 같이 살아도 마음에서는 '이혼했다' 이 정도로 포기를 해야 해.. 그러니까 '내 남편이다' 이런 생각 말고, '엄마 아들이다' 이렇게 생각하란 말예요. 내가 내 아들 소중히 생각하듯, 시어머니도 그렇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엄마가 언제든지 찾아오고, 언제든지 아들하고 있도록 하고 아들도 돈이 들어오면 내한테 주지 말고 무조건 엄마한테 먼저 가도록 하고 시어머니가 딱 집에 들어오면 나는 보따리 싸가지고 나간 정도의 마음을 내야 돼요. 이혼을 해서 안 나갈 거면, 마음으로 '이혼을 해서 나간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이 말입니다.
그러니까 어머니가 딱 오시면, 주인이 왔어.. 주인 없을 때 내가 좀 빌려 살다가 주인이 왔으니까 얼른 돌려주고 남편한테도 '어머니 잘 모시세요..' 이렇게 하세요. '내꺼' 라는 생각 하면 절대로 안 돼. 이렇게 무조건 '어머니 우선!'이라는 원칙을 세워서 살면 내가 거기 붙어서 살아도
큰 지장이 없어요. 남편이 이거 갖고 갈등을 안 느끼거든요.
남편이 눈치를 보면 더 적극적으로.. '당신이 효도를 해야 우리 아들도 나한테 효도를 합니다. 그러니 효도를 마음껏 하십시오.' 이렇게 해주고.. 잘 때도 두 분이 주무시라고 그러고.. 난 없을 때 얼마든지 잘 수 있으니까..
어머니가 이것 저것 간섭해도.. 나도 내 아들은 내가 잘 알잖아? 내가 키웠으니까.. 뭘 좋아하는지 부인이 잘 알까, 엄마가 잘 알까? 엄마가 잘 알겠지? 그러니까 말씀해주시는 걸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아이고 제가 몰랐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뭐든지 어머니를 주인으로 생각하고.. 나는 없을 때 잠깐잠깐 빌려 쓴다.. 이렇게 생각하는 자세로 살면 돼. 그렇게 살려면 같이 살고, 아니면 이혼하는 게 나아.
그렇게 살겠어요? (힘들 거 같지만 노력하겠습니다) 그런 소리하면 안 되고.. 힘들긴 뭐가 힘들어? 남의 아들 키워 놓은 거 뺏어가지고.. 주인 나타나 달라는데 줘버림 되지. (대중들 폭소) 왜 공짜로 먹으려고 그래? 남이 낳아가지고 평생 키워논 것을.. 심뽀도 더럽다, 진짜.. 아니, 주인이 '니 가져라' 주면 몰라도.. 주인이 줬다가도 다시 달라면 퍼뜩 줘버림 되지
뭐가 어려워? 경쟁할 걸 경쟁해야지, 누가 엄마하고 경쟁하는 사람이 어딨어? 엄마하고 자식의 정을 끊는 것은 천륜을 끊는 건데 그런 못된 짓 하면 지옥 가.. 안돼. 그러니까 지옥 안 가려면 빨리 이혼을 하든지, 아니면.. 누가 주인이고.. 누가 대주주고 소액주주인지 분명히 알고 처신하면 된다 이 말예요.
이것만 딱 바로 하면 사는데 지장 없어. 이거 교통정리만 딱 되면..
그래도 누가 많이 데리고 살까? 그래도 내가 더 많이 데리고 살지.. 그런데 교통정리가 안 되고 자꾸 '내꺼'라고 생각하니까 힘든 거예요. 이렇게 살면 내가 불편해. 어머니 올 때마다 불편해서 어떻게 살아? 괴로워서.. 지 엄마가 아들 보러 오고, 아들이 엄마 보러 가는데 그걸 불편해 하면 내가 죄인이지. 지금 스님 있는데서 '원래 주인한테 돌려주겠습니다' 라고 딱 정해. 살려면.. (네)
그럼 이제 매일 108배 기도하면서 이렇게 해요. '이 분은 당신 아들입니다. 당신이 주인입니다. 저한테도 이렇게 헤택을 줘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하세요. 알았어요? (예) 그렇게 기도하면서 살아봐. 아무 문제 없지. 남편도 건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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