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없는 법문으로 ‘선어록의 왕’으로 일컬어지는 <임제록>은 당나라 때 임제의현(臨濟義玄:?~867)선사가 임제원에 주석하면서 제자들을 가르칠 때의 독특한 가풍(고함 지르는 할(喝)이 대표적)을 보여주는 어록으로, 실천적 선(禪)의 진수를 설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제스님은 우리나라 조계종의 선맥(禪脈)이기도 하며 일본 임제종의 연원이기도 하다.
조계종 종정을 지내고 일본에서도 ‘생불, 미소불’로 알려진 서옹스님은 평생 이 어록을 宗旨로 삼아 ‘참사람(無位眞人) 운동’을 펼쳤고, 후학들에 의해 참사람 운동이 계승되고 있다.
생명 있고 없는 모든 存在가 가진 불성(佛性)을 象徵하는 ‘無位眞人’이란 말은 위 아래가 따로 없는 大平等한 眞理 次元에서 마음을 쓰는 참사람으로, 부처님 차원의 삶을 사는 사람을 말한다.
<임제록>에 나타난 임제선의 特徵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지금 여기 이 瞬間, 있는 그대로의 自己’가 부처(佛性, 自性) 그 自體임을 철저하게 自覺하는 것이다.
이 確信에 根據하여 ‘무사시귀인(無事是貴人)’,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라는 名言을 남겼다.
둘째 ‘지금 여기이 순간에’서 說法을 하는 놈(說法底人), 법문을 듣는 놈(聽法底人)이 바로 그놈이 本來面目(부처/佛性/自性)이라는 確信위에 더 以上 그놈을 밖에서 求하고 찾고자 하는 마음을 쉬라고 강조한 것이다. ‘마음 밖에서 부처를 求하려고 하지 말라(莫向外馳求)’의 가르침은 마치 부처가 부처를 찾고 깨달음을 찾는 것처럼 迷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警戒한 말이다.
셋째 <임제록>에 “만약 한 生覺, 한 生覺마다 밖에서 道를 찾아 헤매는 마음을 없앤다면 부처와 다를 것이
없다”고 한 것처럼, 그는 主體的 自由를 선양한 선사이다. 이러한 깨달음의 自由는 ‘지금 여기’의 現實에서
自己의 本性을 自覺하고 ‘있는 그대로 完全한’ 自由를 實現하는 것이다.
<華嚴經>에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했듯이 物質과 肉身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것을 분석해보면
마음 아닌 것이 없다. 이 道理를 알면 門 안이요, 이 道理를 모르면 門 밖에서 헤매는 것이다. 宇宙 森羅萬象을 움직이고 運行하는 모양 없는 이 ‘하나의 마음[一心]자리’는 이름 붙일 수 없기에 부처님이니, 無位眞人이니, 主人公이니 하며 一心자리에 거짓 이름(假名)을 붙이는 것이다. 임제스님 역시 이 ‘하나의 마음자리’를 깨달아 여기에 마음을 두고 평생 동안 중생을 교화하시며 사셨다. 결국 우리도 임제스님처럼 一心을 깨달아 無位眞人으로 사는 것이 <임제록>을 공부하는 목적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역해자 덕산 스님(청주 혜은사 주지)이 <임제록>을 강의하게 된 목적은 이 어록을 통해 선(禪)의 세계를 바로 알리고 누구나 日常 속에서 自由와 幸福을 구가할 수 있도록 선(禪)을 대중화하기 위해서이다. 저자가 청주 시민과 불자들을 대상으로 강의에 나선 것은 法門의 內容이 너무나 좋아, 여러 불자님들과 보리심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에서 <임제록 강설>(비움과소통)을 출간한 것이다.
두 스님이 서로 相對를 보는 瞬間 ‘할’을 외친 것은, 보는 者와 보여 지는 者, 主와客이 나눠진 상태입니다.
깨닫지 못했거나 중생을 제도하는 立場에서는 손님[賓]과 주인[主]이 따로 있을 수 있지만, ‘할’로써 거량
하는 그 瞬間에는 손님(賓)ㆍ주인(主)이 따로 나뉘어 있을 수 없습니다.
質問에 대한 答은 “스스로 깨달아라” 하는 것입니다. 선방 입제시에 조실스님이 疑問만 제시한 후 석달이
지난 뒤 해제시에 答을 해보라 하는 식입니다. (43P)
임제선사께서 大衆에게 말씀하셨다.
“道를 배우는 벗들이여! 佛法 工夫는 애써 功을 들여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平常時대로 아무 일 없는 것이다. 똥 싸고, 오줌 누며, 옷 입고, 밥 먹으며, 피곤하면 눕는 것이 佛法 工夫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나를 비웃겠지만 智慧로운 사람은 이 뜻을 알 것이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自身 밖을 向해서 工夫하는 사람은 모두가 어리석고 고집스런 놈들이다.’ 라고 하였다. 그대들이 어디를 가나 主人이 된다면 서있는 곳마다 그대로가 모두 참된 것이다(隨處作主 立處皆眞). 어떤 境界/現實가 다가온다 하여도 끄달리지 않을 것이다. 설령 묵은 習氣와 無間地獄에 들어갈 다섯 가지 罪業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들은 저절로 解脫의 큰 바다로 變할 것이다.” (103P)
책을 출간한 비움과소통 김성우 대표는 “이 책의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던 佛敎에 對한 잘못된 固定觀念을 산산이 부셔버리고 괴로움에서 벗어난 大自由人으로서의 참 幸福을 누리며 살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32쪽ㅣ15,000원
*역해자 덕산(德山)스님은?
1982년 출가 득도(得度)한 덕산(德山)스님은 참선 정진 중에 만성 신부전증으로 거동조차 어려워진 후 염불수행을 시작했다. 1992년 염불선을 주창한 고승 淸華(1924~2003) 스님을 뵙고 본격적인 염불선 정진을 시작했다. 1992년 8월부터 3,000일 용맹정진에 들어간 스님은 1999년 10월, 드디어 자나 깨나 한결같은 오매일여(寤寐一如)를 이룬 후 本來의 性稟인 자성아미타(自性阿彌陀)를 확인한다.
염불선으로 공(空)을 증득한 스님은 청화스님 이후 차세대 염불선 지도자로 주목받으면서, 충북 청원 혜은사(043-297-5115) 주지로서 출·재가 수행자들에게 염불과 참선의 장점을 결합한 염불선을 지도하고 있다. 2013년 직지불교대학을 설립한 스님은 학장을 겸임하며 불교포교에도 진력하고 있다.
저서에 <염불하는 이것이 무엇인가>, <자유인의 길 직지심경>, <영원한 행복의 길 직지심경>, <깨달음의 길 직지심경>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