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의 MBC특강 중에서
2007/01/0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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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의 MBC특강 '우리는 누구인가? - 제19강 기와 과학' 전문 (2004/05/10 )
열렬히 환영해 주어서 고맙다. 여러분 ‘활동운화지기(活動運化之氣)’ 덕분에 날마다 좋은 강의가 되고 있다. 오늘은 과학 이야기라 골치 아픈이야기는 아니다. 친구의 이야기에 의하면, “지난주의 밤 12시경 서울의 한 병동에서 싸움이 나고, 난리가 났더라고.... 도올의 강의를 듣고 환자들 끼리 반으로 나눠가지고 열렬한 토론과 논쟁이 일어났다.
” 이런 것은 좋은 것이다. 내 강의로 인해서 논란이 되고 찬반이 오가고, 그런 것이 좋은 현상이다. 우리 사회가 상당히 민주화되었고, 우리 사회는 밝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본다.
나는 절대로 내면적인 종교 신앙에 대한비판은 하지 않는다. 우리 어머니는 평생 기독교 신자였다. 돌아가실 때까지 새벽기도를 다니셨다. 기독교의 철저한 신앙 속에 살았다. 어머니는기독교를 생각할 적에 ”나 혼자 새벽에 교회에 가서 새벽기도를 할 때, 하나님께 기도할 때가 가장 좋았다. 기독교를 말할 때 새벽기도 밖에 말할것이 없다.“
것은 아니다. 종교의 주제는 신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유한성이다. 인간이 왜 이렇게 유한하냐? 인간은 왜 유한하냐? 그리고 인간의 한계상황, 즉 인간의 죽음이다. 죽음이 종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주제이다. 이런 문제에 있어 인간은 항상 겸손해야 한다. 신을 믿느냐 안 믿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넘어서는 신에 대해서 경복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지닌 자는 모두 종교인(Religious Man)이다.
나는 기독교를 비판하고 유교를 편들고 불교를 비판하고 다른 어떤 종교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종교적 현상에 있어서 인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광신이라는 것이 우리 사회의 종교적 광신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현상에 대한 광신, 맹목적으로 남을 탄압하는 이러한 종교적 광신은 위험하다.
※어느 사회에 있어서든지 정치형태의 독선과 배타는 종교적 광신과 구조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정치적 지도자는 종교의 마스크를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 자기 개인으로 얼마든지 신앙 종교를 가지는 것은 괜찮으나, 자기가 공인으로서 지도자적 모습을 나타낼 때는 종교를 내세우면 안 된다.
: 유교 가운데서 삼강오륜, 인의는 취하되, 귀신이나 재앙과 상서로움은 좇아버려야 한다.
서양의 문화 중에서 계산하는 능력과 과학적인 이론인 기설(氣說)은 취할 만하다. 그러나 괴이하고 허탄한 화복(천당에 가네, 지옥에 가네)을 논하는 이론은 버려야 한다. 불교 가운데, 소승불교의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대승의 실유 사상을 취한다면, 유교, 기독교, 불교등 세 개의 종교가 합쳐져서 하나로 돌아갈 수 있다.
※허탄(虛誕):허망한其餘服食器用(기여복식기용), 出自土宜(출자토의), 言語禮節(언어예절), 乃制度文飾(내제도문식), 不可歸一(불가귀일): 그 밖의 음식과 용기들은 자기 풍토에서 알맞게 나온 것이고, 언어와 예절 및 제도와 문화 등은 절대로 하나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 위선적인 도를 가지고 사람들을 교화하는 자는 일시적으로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받을지 모르나 머지않아 소멸해버린다. 매사에 그 연유나 곡절을 모르고 단지 겉으로 나타난 단서만 볼 적에, 그런 것을 보고 신통하다고, 신기하다고, 신묘하다고 말한다. 만약 그 곡절을 알고, 그 내면의 의혹을 알게 되면 신통, 신묘 따위의 말은 없어지게 된다.
: 또 혹은 그렇게 되는 까닭을 모르고, 한번 경험을 하면 그렇다는 것 을 알게 된다. 재차 경험을 하여 그 것을 알게 되고, 경험이 누적되면 ‘그렇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역시 신통하다니, 신기하다니하는 칭호는 없어지고 만다.
蓋神通神奇之神(개신통신기지신), 指其不可測(지기불가측). 不可知而言也(불가지이언야), 苟使人之經驗(인지경험), 至於可測可知(지어가측가지), 則推前測後(칙추전측후), 自由其方(자유기방), 承天化人(승천화인), 亦有其術(역유기술), 在於斯民(재어사민), 無所謂神通神奇也(무소위신통신기야)
: 대저 신통 신기하다에서 신(神)은 헤아릴 수 없음을 가리키고, 알 수 없음을 일컫는 말이다. 비록 사람을 시켜 이것을 경험케 하여, 헤아릴 수 있고, 알 수 있는 데에 이르면 앞일을 뒷일을 미루어 알 수 있게 된다. 그러한 방법이 생겨 나며는, 하늘을 잇고 인간을 교화하는 어떤 구체적인 방법이 생겨나서 이런 사람에게는 소위 신통, 신기라는 말이 없어지게 된다.
活動運化氣之靈(활동운화기지령), 强名曰神(강명왈신), 天有大氣之神(천유대기지신), 人有人氣之神(인유인기지신), 物有物氣之神(물유물기지신), 神之能事(신지능사), 己諸於活動運化之氣(기제어활동운화지기), 知氣(지기), 則知神(즉지신), 見氣(견기). 則見神(즉견신), 不知氣(부지기), 則不知神氣(즉부지신기)
: 활동운화 하는 영험서린 기를 억지로 하느님이라 한다. 하늘, 즉 대기(大氣)에도 신이 있고, 사람에게는 인기(人氣)의 신이 있다. 만물에는 물기(物氣)의 신이 있고, 이미 신의 능함이 활동운화지기에 들어나 있으니, 기를 알게 되면 곧 신을 알게 되고, 기를 보게되면 곧 신을 보게 된다. 그러나 기를 알지 못하면 곧 하느님을 알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서양의 근대(Modernity)에서 우리 동양이 배운 것이 있다. 서양이 우월하다는 것을 보였고, 우리는 서양에 밀렸다. 우리는 서양을 부러워하고 본받고 배우려 했다. 19세기 말과 20세기에 서양을 통해 배우려 했던 것은 모든 사람의 일치된 견해이다. 그래서 나도 서양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가서 어렵게 공부를 했던 것이다. ※근대성(Modernity)이라는 말은 서양의 근대를 특징지으려는 우월한 생각을 말한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서양 문명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세 가지 밖에 없다.
첫째는 의회민주주의(Constitutional Democracy)라는 정치제도이다. 이것은 서양문명이 우리에게 대단히 우월했던 것이다.
두 번째는 서양의 자본주의(Capitalism)였다.
이것이 문명의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엄청나게 효율적이었다. 옛날 우리가 財貨를 만들어내던 것에 비하면 자본주의라는 것은 대단했다. 우리는 못 당했다.
또 하나 강력한 것은 서양의 科學文明(Science)이었다. 우리가 배우지 않을 수 없는 문명이었다.
이 세 가지를 빼놓고 서양이 우리보다 나은 것은 없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우리 문명은 의회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있어서는 불과 50년 만에 서양수준 이상으로 높아졌다. 이제 우리는 의회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있어서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남은 것은 과학문명인데, 우리는이것이 뒤지고 있다. 과학문명에 있어서 뒤지는 문명이 되면 우리는 망한다.
서양의 문명은 기독교라는 배경이 있어서 과학문명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기독교와 과학을 동시에 흡수 한다는 것과 무관하게 돌아가고 있다. 사유와 정보의 창조적 세계일뿐이다. 19세기 중엽의 최한기는 벌써 이것을 말했던 것이다. “19세기 중엽의 진짜 강점은 과학에 있는데, 종교까지 흡수해 버리면 우리는 망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최한기 思想의 가장 核心的인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宗敎까지도 기학(氣學)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종교도 과학의 일부가 되어야만 참다운 과학이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서양문명에서 과학에 대해 배울 것이 너무 많다. 科學的 思惟란 것은 우리儒敎가 갖고 있는 많은 問題들를 해결해 줄 수 있다. 최한기는 聖經을 읽지 말라 했다. 여기서 聖經은 기독교의 성경이 아니고 우리의 四書三經을 말한다. 그 성경 대신에 천경(天經)을 읽으라고 했다.
천경(天經)이란 “自然에 적혀져 있는 말씀”이라 했다. 農夫善讀天經爲上農(농부선독천경위상농), 工匠能職天經爲良工(공장능직천경위양공),是儒也(시유야): 농부가 천경 읽기를 좋아하면 상농(일류 농부)이 되고, 장인(匠人)은 天經을 能히 알 때 양공(良工)이 된다. 이는 유학자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위대하냐? 19세기 중반에 우리나라 사상가가 사농공상(士農工商)제도를 이런 식으로 거부해 버린 것이다. 서양이 의회민주주의, 자본주의, 과학문명 등에서 앞서 있기는 하나, 최근 미군의 이라크 포로학대사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근본적인 원인에는‘우리문명이 인권이라는 문제에 있어서 너희들 문명보다 훌륭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인권을 보호한다는 윤리적인 명분을 갖고 쳐들 어간 미군들이 포로들을 그렇게 학대 했다니. 그것은 서구민주주의 몰락을 의미한다.
최한기는 서양의 지동설을 듣고 있으면서, 자기가 방안에 가만히 앉아 있는 줄 알았는데, 굉장히 빠르게 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人乘地而運轉(인승지이운전), 則一日內(즉일일내), 坐行七萬二千里矣(좌행칠만이천리의): 사람이 지구를 타고 회전하고 있다. 하루 안에 가만히 앉아서 칠만 2천리를 간다. 이 世上에 停止하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것을 하나의법칙으로 통일하려는 것이 나의 기학이다.
최한기의 <기학>이라는 책을 잘 들여다보면 엄청난 세계관과 우주관에 대한 구상이 담겨있다. 大氣透徹人身之中(대기투철인신지중), 漬洽皮膚之間(지흡피부지간), 寒暑燥濕(한서조습), 內外交感以爲生(내외교감이위생), 雖須臾間隔絶(수수유간격절), 不得生(부득생), 以氣爲命(이기위명), 以氣爲生(이기위생):
내 일신에 일어나고 있는 運化라는 것이 내 멋대로, 내 生覺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지만, 땀구멍 등 모든 구멍을 통해서 大氣運化와 계속 交接이 되고 있다. 비록 잠시 동안이라 할지라도 대기운화를 떠나 살 수가 없다. 나는 오로지 대기운화의 활동운화와의 교접을 통해서, 나는 내 命을 얻고, 나는 내 生命을 유지하는 것이다.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인문과학적인 세계라는 것도 천지운화의 법칙과 일치되는 그 무엇이 있다고 생각했다.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공통분모는 과학이다. 오늘날 이러한 모든 이야기가 사실, 최한기가 19세기 중엽, 기학이라는 체계로 구상을 해놓은 것이다. 우리 인간의 살아있는 세계의 법칙을 세운 것이다. 사회 법칙도 통치자가 사회를 다스릴 때 이 사회는 내 꺼니, 내 마음대로 한다는 식의 것이라면 웃기는 이야기다. 이 사회의 통민운화도 천지운화 의 법칙과 잘 적응해서 과학적으로 다스려야 한다. 과학적인 마인드(Mind)를 가진 자만을 사회의 통치자와 지배자로 써야 한다. 최한기는 “기학지사(氣學之士)가 아니면 政治를 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최한기는 <기학>을 쓴 다음 <인정:人政>이라는 책을 썼다. <기학>을 저술한 지 3년 후 사회 정치 철학의 대작인 <인정>을 저술했다. 미국대통령 링컨이 말한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에 버금가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사람을 다스릴 때: ①측인(測人): 사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②교인(敎人): 사람을 가르칠 줄 알아야 한다.
③선인(選人): 사람을 가려 뽑을 줄 알아야 한다 . ④용인(用人): 사람을 제대로 쓸 줄 알아야 한다. 위의 네 가지에 대해서 글을 쓴 것이 <인정>이다.
기(氣)에 順하는 일로 사람을 부리면 사람이 쉽게 따른다. 그러나 기(氣)에 거슬리는 일로 사람을 부리면 사람이 따르지를 않는다. 氣에 順하는 일로 사람을 가르치면, 말을 쉽게 듣지만, 氣에 어긋나는 일로사람을 가르치면, 듣지도 믿지도 않는다.
나, 도올도 1982년도 이 땅에 와서 글을 썼다가 辱을 먹었다. 硏究하고 論文은 쓰지 않고 ‘이야기’를 쓰느냐고. “여자란 무엇인가”라는 주제 로 논문을 썼다. 학문이 아니라고 난리가 났다. 사실, 그 책은 쉬운 책이 아니었다. 어떤 사람은 최한기를 정다산에 비교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하지만, 혜강은 완전히 글 쓰는 방법과 패러다임이 달랐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자기 글쓰기를 시도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시간에, 전두환 시대 때 우리나라 헌법은 “大韓民國은 獨宰共和國이.”라고 써야 한다고 했다. 그때 그것이 맞는 헌법이다. 그렇게 했더라 면 모든 사람이 그 헌법을 고쳐야겠다고 투쟁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학문에 있어서 아무리 좋은 외국 논문도 베껴서 아무리 많이 써보아도 아무 소용이 없다. 틀려도 좋고 엉성해도 좋으니까 오늘 이 時間의 우리 現實을 學門的 言語로 적어내야 한다.
내가 최한기로부터 勇氣를 얻은 것은 “아! 내가 맞았다.”는 것이다. 내가 80년대 귀국해서 썼던 책의 이름은 <여자란 무엇인가?>이었다. 감히그때 <여자란 무엇인가> 하는 제목의 글을 쓸 사람이 없었다. 내가 그런 글을 썼더니 난리가 난 것이다. <여자가 무엇인가>라는 책은 쉬운 책 이 아니다. 굉장히 어려운 책이다. 내 식으로 글쓰기를 해야 한다. 최한기가 최초로 자기 식으로 글쓰기를 한 사람이다.
지난 주, 중앙대학 대강당에서 전인권씨 하고 ‘Rock Concert’를 가졌다. 학생들이 매우 좋아했다. 전인권의 행진곡에 감동을 받았다. 나는 그 때 그 노래에 대해서 몰랐다. 1985년 암울한 시기에 위대한 노래를 언더그라운드(Under Ground:지하)가수들이 부르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정말로 감동했다. 락(Rock‘n’ Roll)이라는 것은 청춘의 항거요, 저항이었다. 마음대로 내키는 대로 고함지르며 노래했다. 나는 그때 이런 말을 했다. “전인권씨가 락음악을 하듯 나도 죽을 때까지 학문을 하겠다.”
5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民主主義와 資本主義를 배워서 企業들이 이렇게 活躍하기까지놀라운 속도로 진보를 이룩했다. 이것은 프랑스혁명의 덕분이 아니라, 19세기 중엽부터 東學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19세기 중엽에, 최한기 같은 思想家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人類 全切의 思想家들을 통 털어도 최한기 만큼 科學的인 마인드를 포괄적으로 가진 사람은 없다.
이제는 이런 분들이 밑거름이 되어 오늘 이후의 자랑서린 우리들의 모습이 있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고 우리가 더 분발하고, 비과학적인 생각을 버리고, 그야말로 기학적인 삶의 자세를 취해서Rock'n'roll처럼 행진, 행진 또 행진하자. 감사하다. [출처] 도올 김용옥의 MBC특강 중에서|작성자 강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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