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노래로 세상과 어깨동무했던 '마왕' 신해철

장백산-1 2014. 11. 1. 18:21

 

 

 

 

 

[사설] 노래로 세상과 어깨동무했던 '마왕' 신해철

      입력2014.10.31 18:40

 

[한겨레]


'마왕' 신해철씨의 장례식이 31일 치러졌다. 사인을 알아야겠다는 유족과 친구들의 뜻으로 마지막 순간에 화장을 미뤘지만, 고인을 그냥 떠나보낼 수는 없다는 애절하고도 안타까운 마음이 큰 것도 이유일 것이다. 그의 갑작스런 죽음이 알려진 뒤 1만5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빈소를 찾아 슬퍼한 것이 그 안타까움의 크기를 보여준다. 가수 서태지씨는 "순수한 영혼과 진실된 의지로 우리를 일깨워준 진짜 음악인이었다"고 고인을 추도했다.

고인은 우리 대중음악사에 개성 넘치는, 빛나는 이름을 남긴 음악인이었다. 대학 시절에 친구들과 결성한 밴드의 보컬로 혜성처럼 나타나 1990년대 록그룹 넥스트와 함께 록음악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그는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자신이 직접 만든 노래를 불렀다. 사람들이 그를 진정한 음악인으로 기억하는 것은 끊임없는 실험으로 새로운 음악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개척한 음악의 영토에 사회적·철학적 문제의식을 심었다. "돈, 큰 집, 빠른 차, …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나에게 쓰는 편지')라고 물었다.

고인은 그런 問題意識을 음악 안에만 가둬두지 않았다.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그는 정치적 쟁점에 대해 발언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미군 장갑차에 죽은 미선이·효순이를 추모하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이명박 정부가 "유모차 엄마들을 체포하고, 공무원들을 물갈이하고, 방송을 장악한다"고 일갈했다.(2008년 문화방송 '100분 토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두고는 "물에 빠진 사람을 우리가 구하지 않았다는 죄의식"을 잊어선 안 된다고 외치기도 했다. 그는 얼마 전 신문 인터뷰에서는 "정치와 사회와 음악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음악이 이상해진다"고도 했다. 팬들은 촌철살인의 말들을 던지는 이 로커를 '마왕'이라고 불렀다.

음악인의 죽음이 낯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신해철씨의 죽음에는 특히 많은 슬픔과 안타까움이 함께한다. 이 현상을 너무나 뜻밖에 온 요절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사람이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고 완력이 민주주의를 제압하는 이 암담한 시절에 고인이 했던 사회적 발언과 행동이 더욱 선명하게 도드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가 그를 집단적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왕은 떠났지만 그의 음악은 그의 뜻과 함께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의 사인이 신속히 밝혀져 유족과 팬들이 고인과 편히 작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이 기사 주소  http://media.daum.net/v/20141031184014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