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수희(隨喜)가 그립다

장백산-1 2014. 11. 20. 14:12

 

 

 

 

 

      

 

[종교칼럼] 수희(隨喜)가 그립다 

    

지거 스님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은 흔히 쓰는 우리네 속담 중의 하나이다. 사촌이 논을 사면 내가 배고플 때 양식이라도 얻을 수 있을 텐데, 이런 속담이 전해 내려오는 것은 인간의

이중적 내면을 잘 나타내주는 예라고 하겠다.

 

남의 슬픔에는 공감하기가 쉽지만 남의 경사를

마음속 깊이 축하해 주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악의가 있는 것은 분명 아니지만 이런 심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다.

 

겉으로는 아닌 것 같지만 인간 내면에서는 우월 지향적 차등의 욕구가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타나는 것이 평등 거부의 현상이다.

 

예쁜 여자들끼리는 친하게 지내려고 하지 않는다. 예쁘다는 것으로 평등해지는 까닭이다. 이러한 평등 거부의 심리는 질투와 반발을 수반하게 된다. 실력이든 권력이든 힘이 비슷한 사람끼리, 비슷하게 공부 잘하는 학생들끼리 애써 친해지려고 하지 않는 것은

모두 평등에 대한 반발 심리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반발 심리는 경우에 따라 시기, 질투, 모함으로 변질되어 정정당당하지 못하게 뒤에서 험담하게 되는 것이 일쑤다. ‘술안주치고 남을 헐뜯는 뒷담화처럼 맛있는 것이 없고,

남 헐뜯는 험담에 맞장구쳐주는 친구가 제일이다’라는 말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형제간이나 부모와 자식 간에도 시기, 질투가 있는 것을 보면

시기 질투는 참 몹쓸 중생의 병임에 틀림이 없다.

 

불교의 보현보살 열 가지 행원(普賢菩薩十大行願) 가운데 다섯 번째가

‘수희공덕'(隨喜功德)이다. 수희공덕은 ‘남이 잘되는 일, 잘한 점, 좋은 점을 내 것처럼

함께 기뻐한다’는 뜻이다. 법화경(法華經)에는 상대방의 공덕을 끌어내리려는 좋지 못한 마음을 고치게 하는 ‘수희공덕품'(隨喜功德品)이 따로 있을 정도이다.

시기, 질투하지 않고 남의 공덕을 함께 기뻐해 주는 것만으로도

결국 자신의 공덕이 되고 복이 된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나는 잘났다, 나는 너보다 낫다’라는

아상 (我相), 곧 너에 대한 나의 상대적인 우월감에서 기인한 자만심과 이기심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我相을 버리고 하심(下心)하며 상대를 사랑하는 자비심을 갖추는 것인데, 智慧가 부족한 사람은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니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솔로몬 왕에게 무엇을 가장 원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지혜’를 구하지 않았던가!

 

어리석은 개미는 자신의 몸이 작아서 사슴처럼 빨리 달릴 수 없음을 한탄하고,

지혜로운 개미는 사슴의 몸에 붙어 달릴 수 있음을 생각한다.

우리 모두 미혹(迷惑)에서 벗어나

혜안(慧眼)으로 수희공덕을 바라볼 일이다.

복은 받는 것이 아니라 짓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을 모함하고 헐뜯는 잘못된 인터넷 문화가 상생 원칙의 평등을 위협하고 있는 오늘날이다. 그래서 마른 바람이 인생의 사막을 스칠 때면 추억처럼 수희(隨喜)가 그리워진다.

 

 

지거 스님/동화사 부주지·청도 용천사 주지

 mahamoon99@hanmail.net

기사 작성일 : 2013년 08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