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의 무의식화, 고정관념이라는 병
선입견의 무의식화, 고정관념이란 병
1. 이는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다. 일상적 인간관계 하나만 놓고 이야기해도 그렇다.
예컨대 사람을 만난다고 하자. 어제 만난 그 사람을 오늘도 또 만난다. 분명 어제는 오늘이 아니고 오늘은 어제가 아니다.
그 사람의 몸도 마음 상태도 객관적인 조건들도 어제와 오늘은 다르다. 같을 수가 없다. 인상과 氣分을 갖고 그 사람을 만난다. 오늘의 그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그 사람을 만나고 있다.
어제 보았던 그 사람에 대한 선입견(先入見)으로 만난다. 달리 말하면 우리들의 오늘이란 것은 어제로써 도배가 되어 있다. 그러니 오늘이란 게 없다. 또 내일도 없다. 반성의 여지조차 없어지면 無意識으로 되는데 이것을 固定觀念이라고 한다. 이는 참으로 깊은 病이다. 어제로써 오늘을 사는 깊은 病이다.
흔히 열림을 말하지만 선입견과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열림의 의미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그 연장선상에서 타인을 용서하고 수용하는 것은 열림이 아니다. 착각일 뿐이다.
열려있다는 것은 지금 있는 그대로 지금 있는 상태로 마주하는 것, 지금이 어제의 선입견과 고정관념으로 얼룩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늘 보는 사람을 어제 보았던 사람으로 자꾸 보고 있으니까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 눈이 제구실을 못하고 귀가 제 구실을 못한다. 그래서 눈이 어두워지고 귀가 닫힌다.
執着이 强하고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환자들의 경우, 過去에 좋았던 기억이나 슬펐던 기억, 상처에서 떠나려 하지 않는다.
그 사람한테는 그 다음이 없다. 오늘도 없고 내일도 없다. 오로지 한때의 그 記憶에 執着해서 머물고자 한다. 先入見에서 固定觀念으로 그리고 固定觀念에서 精神疾患으로 간다. 이를테면 사람마다 그 나름의 상처를 갖고 있고 상처 없는 사람이 없다. 또 상처를 쉽게 떠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 초조, 당황, 공포, 불신이 계속 싸여간다.
그러면 B라는 사람을 만나면서도 B는 분명히 다른 사람임에도 ‘너도 그렇겠지’라는 선입견을 갖는다. 그런 선입견을 갖게 되면 결국 B와의 관계도 A와의 관계처럼 되어 버리고 서로를 갉아 먹는다.
그래서 한 번의 상처가 자꾸 이어지고 평생을 가게 된다. 선입견이 고정관념으로 굳어지고 이것이 평생의 병이 된다. 지독한 병이. 작은 허물이나 서로가 좀 맞지 않는 오착 때문에 다음을 크게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어제의 모습, 어제 저질렀던 因果를 갖고 오늘을 도배하면서 오늘이 어제에 의해서 染習이 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선입견과 고정관념의 장벽에 스스로 갇혀 버리기 때문에 어제와 달라진 오늘, 어제 보다 나아진 오늘이 없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살아있는 生命體로의 彈力性을 잃어버리고 삶의 新鮮度를 상실해 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삶을 넉넉하게 하고 풍요롭게 하는 중요한 관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는 어쩌면 평생의 숙제일지도 모른다.
선입견과 고정관념의 굴레로부터 탈출하는 데서 가능한 것이다.
그로부터 탈출할 수 없기 때문에 惡循環을 거듭한다. 악순환, 그것이 輪廻의 의미다. 그 굴레를 벗어날 때, 비로소 나도 해탈(=자유)을 얻고 너도 또한 자유를 얻는다. 그리고 나와 너, 우리는 새로운 關係의 地平으로 들어선다. by 배영순(영남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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