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마음 씀과 뇌 활동의 연결

장백산-1 2015. 9. 5. 21:13

인지신경과학, ‘마음 씀’과 ‘뇌 활동’의 연결  이상훈 서울대 교수/ 뇌인지과학과 학과장

 

마음 씀과 뇌 활동의 연결

 

개체의 생존와 인지능력
 

정글 숲 속. 나무 아래 떨어진 과일들로 주린 배를 채우고 있는 원숭이 한 무리. 이들과 약간 비껴난

숲의 그늘 깊은 곳, 조심스레 빛나는 표범의 허기진 눈. 표범의 몸은 멈추어 있으나 그 머리 속 두개

골이 단단히 감싸고 있는 腦에는 엄청난 量의 情報處理가 일어난다.


표범의 눈, 귀, 코, 혀, 피부 등 온갖 感覺器管은 숲의 環境과 원숭이로부터 시시각각 도착하는 物理的

入力 情報를 腦가 수용할 수 있는 형태의 부호(신경흥분)로 번역하여 온라인으로 腦로 전송한다. 전송

된 神經活動을 바탕으로 腦는 온갖 決定을 내려야 한다. 자신의 냄새가 원숭이 무리에 미치지 않게 바

람과 마주하도록 位置를 잡는 일. 원숭이는 몇 마리이며 어떤 원숭이가 가장 약하고 느려서 먼저 공격

대상으로 삼을지 選擇하는 일. 그리고 원숭이 무리에 얼마나 더 가까이 접근해서 언제 공격할 것인

判斷하는 일 등등....

 

드디어 표범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 원숭이의 腦도 엄청난 量의 情報를 表象, 處理, 分釋한다.

바스락, 점점 커져오는 발자욱 소리. 불길한 포식자의 냄새. 바람에 일렁이고 부산스런 동료 원숭이

들의 달음질에 흔들리는 나무 가지와 잎들 사이로 파편으로 흩어지며 움직이는 표범의 애매한 윤곽

들. 불과 몇 秒의 時間에 주어진 파편적 윤곽들의 움직임에서 표범이 어디로 움직일지 짐작하여 그

것과 어긋난 공간상의 좌표로 원숭이는 자신의 몸을 이동시켜야 한다.

 

이 긴박한 생존게임의 승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요인은 바로 원숭이와 표범의 腦에서 벌어지는 情報

處理 能力이다. 이 게임의 승자는 자신이 보존해온 또 하나의 情報인 遺傳子를 다음 세대로 전승할

확률게임의 승자이기도 하다. 다음 세대로 전송된 遺傳子 情報에 각인된 情報處理 能力은 다시 한 번

개체의 생존게임에 개입할 것이다.

 

腦는 어떻게 認知能力을 구현하는가?
 

여기서 등장한 표범과 원숭이의 마음과 行動에 비춰진 情報의 표상, 처리능력 등의 사건들을 현대 과학

자들은 ‘認知(cognition)’라 부른다. 個體의 環境에서 수집된 물리적 사건들을 情報處理가 可能한 형태

로 번역, 표상하는 감각정보처리 能力. 그러한 情報의 表象을 저장하고 필요할 때 적절히 불러내어 현재

정보처리사용하는 기억과 학습의 능력. 現在 入力되는 感覺情報와 記憶에 貯藏된 情報에 기초하여

外部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抽論하는 지각적 의사결정 能力. 그리고 그러한 지각적 의사결정에 기초하여

가장 개체의 생존과 이익에 긍정적인, 즉 보상을 최대화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는 행동을 결정하는 경제적

의사결정의 能力. 다른 개체와 情報를 교환하고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사회인지 能力. 이렇듯 認知能力의

외연은 매우 넓다.

 

‘뇌인지과학(Brain and Cognitive Sciences)’, 혹은 ‘인지신경과학 (Cognitive Neuroscience)’은

바로 腦가 生命體의 다양한 認知能力들을 어떻게 구현(implementation)하는지를 밝히려는 시도이다.

그 동안 人文學(哲學, 宗敎學, 言語學, 文學, 藝術)이나 社會科學(인류학,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의

틀에서만 制限的으로 탐구되거나 추론되던 認知能力들은 이제 腦에서 벌어지는 神經的 事件이란

틀에서 다시 定義되고 있는 것이다.

 

認知神經科學, 선배과학들이 구축한 토대 위에 선 젊은 融合科學
 

<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에서 토머스 쿤이 정의한 ‘정상과학

(normal science)’의 지위에 인지신경과학이 도달했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하나의 과

학적 패러다임으로서 인지신경과학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키워드는 ‘連結 (linking)’이다.

 

마음, 行動이란 心理的 空間(psychological or behavioral domain)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事件들을

腦라는 物理的, 生物學的 空間 (physical or biological domain)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水準에서의

腦의 事件들에 連結하는 것. 마음과 腦를 連結하는 이 새로운 과학적 엔터프라이즈는 선배 자연과학

들이 고단하게 이루어 놓은 지식, 발견의 축적과 관찰 및 분석 도구들의 발달 없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손으로 만질수 없고 눈으로 볼 수 없는 마음을 定量化하며 마음을 科學的 탐구의 對相으로 실험실에

끌어들인 認知心理學, 신경계의 해부적, 기능적 특성을 탐구하는 分子神經生物學, 개별 뉴런들의 신

경적 활동을 측정하는 電氣生理學, 집단으로서 뉴런들의 거시적 활동을 측정하는 腦影像學, 마음과

신경적 사건의 두 도메인에서 벌어지는 情報處理를 수리적 모델로 시뮬레이트하고 연결해주는 수학.

인지능력 탄생의 비밀을 쥐고 있는 遺傳學. 마음과 뇌의 連結은 다학문적 협력활동 그 자체이고 이러

한 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뇌인지과학자 자신은 축구나 배구경기의 리베로처럼 멀티플

레이어가 되거나 적어도 여러 학문들 사이에서 언어장벽을 느껴선 안 된다. 참고로 필자 자신도, 철학

과 심리학으로 학부전공을 한 후, 수학, 공학, 생물학 등을 주로 배우며 신경과학 분야의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수리적 신경과학 및 뉴로이미징의 연구소에서 박사후 과정을 연수하였다. 현재 필자 실험실

도, 생물학, 심리학, 전기공학, 전산학, 수학, 물리학, 생명공학 등을 전공한 대학원생들 및 박사후 과정

연구원들이 모여서 스스로의 연구 문제를 선택하고 풀어가는 그야 말로 멜팅 팟이다.

 

아래에서 마음과 腦 活動을 連結하려는 認知神經科學의 대표적인 질문들 두가지를 중심으로

현재 인지신경과학자들의 연구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퍼즐 하나: 마음의 實在(reality)는 어떻게 구축되는가?

오랫동안 철학자들이 ‘형이상학’이나 ‘인식론’의 이름으로 答을 쫒던 거대한 물음들.

실재(reality)란 무엇인가?  실재(exist)하는 것은 무엇인가?

또한 인간은 실재를 알아차릴 능력이 있는가?

 

선배 철학자들의 말에 기대지 않고 대뜸 답해보자.

아마 實在란 우리 눈에 보여지는 것 그 自體라 하지 않을까. 실재를 알아차릴 能力, 당연히 있다.

눈꺼풀을 들어올리기만 하면 실재는 내 앞에 펼쳐지고 그 變化는 시시각각 온라인으로 내 마음에

接受된다. 현란한 전광판에서 추락하는 내 주식가격. 생일을 놓친 나를 노려보는 화난 여자 친구의

표정. 이런 것들이 ‘실재함’을 철학수업시간이 아닌 다음에야 일상에서 누가 의심할까.

이 단단한 실재를 믿는 확고한 믿음, 확신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인지신경과학자들에 따르면, 腦는 外部環境에서 오는 物理的 入力 情報를 材料로 ‘실재’를 만드는

生産工場이며, 그렇게 ‘腦가 만들어 낸 실재’를 ‘客觀的 실재’로 믿게 하는 역할도 腦의 작용일 뿐이다.

몹시 어려운 얘기다. ‘마음의 實在’와 ‘客觀的 實在’의 連結에 대한 確信을 背反하는 인지신경과학적

장난감을 하나 소개하겠다.

 

그림3

 

 

MIT 뇌인지과학과의 테드 에이들슨 교수가 만든 위 그림을 보자.

‘마음의 실재’는 얘기한다, “A와 B로 표시된 격자들 중 하나는 검고 다른 하나는 하얗다” 라고.

그러나 ‘객관적 실재’, 즉 두 격자의 물리적 밝기는 동일하다 (의심스러우면 백지에 격자 크기의

구멍을 내어 주변을 가린 채 A와 B를 보라).
 

최근 인지신경과학자들은 이른바 ‘의식된 실재(conscious awareness)’가 腦에서 만들어지는 過程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Haynes et al., 2005). 아래 그림의 수직과 수평 패턴을 왼쪽과 오른쪽 눈에 나누

보여주면 신기하게도 두 패턴이 2-3초 씩 번갈아 보이며 끊임없이 반복된다. 아래는 눈의 망막에서

출발한 視神經이 도착하는 腦의 일차시각 피질(V1) 한 부위의 반응을 시간에 걸쳐 보여주고 있다.

마음의 출렁임을 따라 두 패턴에 連結된 腦의 活動도 부침을 거듭함을 알 수 있다.

實在는 停止해 있으나 마음은 출렁이고 마음의 출렁임은 腦 活動의 출렁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림2

 

意識, 卽 ‘마음의 實在’를 生産하는 腦 作用을 理解하려는 것은 인지신경과학자들의 호기심만을 만족시키

는 건 아니다. 이 분야의 과학적 도전이 이룰 성취는 장애로 인해 눈을 떠도, 귀 기울여도, 손으로 만져도

실재와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동료들의 실재를 찾아주고 또한 우리의 실재 또한 확장해 줄 것이다. 물론

마음의 실재를 構成하는 腦 활동의 까다로운 퍼즐을 푸는 것도 흥미진진한 일이며 재능 있고 패기 찬 과학

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퍼즐 둘: 결정(decision)은 어떻게 내려지는가?
 

앞선 문제가 外部 環境에서 주어진 感覺情報를 腦의 言語로 부호화(encoding)하는 과정에 관한 퍼즐이라면,

그렇게 腦 활동으로 부호화된 感覺情報를 이미 記憶으로 貯藏되거나 學習된 맥락 情報 (contextual inform

ation)에 바탕하여 評價하고 有機體의 生存을 위한 最適의 決定을 내리는 역할의 주체 또한 인경신경과학자

들이 반드시 풀어야 할 커다란 숙제이다. 즉, 최근까지만 해도 인지신경과학 활동의 대부분은 腦에 주어지는

입력 정보와 가까운 쪽이나 腦의 출력 정보와 가까운 쪽의 뉴런 活動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최근에는 그 사

이에서 일어나는 매우 복잡한 문제해결이나 의사결정 과정의 神經的 基礎를 이해하는데서 획기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다.

 

腦科學者들은 경제적 의사결정의 문제를 건드리기 시작하며 해묵은 경제학의 딜레마에 새로운 이해의 틀을

제공하고 있다. 뉴욕 대학의 글림셔(Paul Glicher)는 원숭이들의 腦에서 특정 뉴런들이 경제적 투자행동과

관련된 意思判斷과 相關된 活動을 보인다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보고하였다. 그의 실험에서 목마른 원숭

이들은 매 번 도박-이것의 점잖은 혹은 합법적 표현은 주식투자이다-을 하도록 강요받았다.

 

예컨대 A란 선택지는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쥬스 1000cc를 마실 수 있고, 뒷면이 나오면 쥬스를

아예 마시지 못하는 반면, B란 선택지는 동전 던지기 결과와 상관없이 500cc의 쥬스를 보장받는다.

경제학의 용어를 빌리자면 이 두 선택지는 ‘기대값’의 측면에서는 동일하지만 ‘기대효용’은 B가 더 높다

고 할 수 있다. 놀랍게도 글림셔가 관찰한 뉴런의 活動水準은 도박에 열중한 원숭이들의 선택을 매우 정

확하게 예언하며 기대효용의 수준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화하였다. 복잡한 수학으로 유도된 하나의 추상

적 경제학 방정식의 解가 원숭이 腦의 한 細胞의 活動으로 번역된 것이다.

 

최근에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이라 불리는 腦影像

技術을 통해 人間들의 腦活動을 직접 측정하기에 이르렀다. 비록 fMRI는 뉴런의 活動을 간접적으로 측정

하며 時空間의 해상도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腦의 여러 곳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뉴런들의 活動을 모니터

링 할 수 있으며, 원숭이와 인간의 腦 活動을 직접 비교함으로써 過去 동물모델을 통해 축적된 단세포

측정법의 결과들을 인간의 腦에 적용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나아가, 人間에게 特徵的인 여러 高位 認知機能 및 情緖, 사회적 적응기능의 神經的 基礎를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腦科學 연구에 획을 긋는 연구결과들이 최근 폭발하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주된

흐름은 傳統的으로 腦科學 領域의 바깥이라 여겨져 왔던 分野들이 하나 둘씩 腦科學의 손길을 받기 시작

했다는 것이다.

 

 뇌김영훈 » 그림 / 한겨레 김영훈

 

소비활동에서 ‘상표 가치’의 神經的 基礎를 밝히는 작업들을 중심으로 뉴로마케팅 (Neuromarketing),

혹은 넓은 의미로 뉴로이코노믹스 (Neuroeconomics)란 분야가 생겼는가 하면, 두 사람 이상이 fMRI

스캐너에 同時에 들어가 인터넷으로 相互作用을 할 때의 腦 活動을 測定함으로써 사회적 능력의 신경적

기반을 탐구하는 소셜 뉴로사이언스 (Social Neuroscience)등의 분야도 생겼다. 아직 소수이긴 하지만

인문학자 또는 사회과학자들이 認知神經科學 학회장 근처를 어슬렁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이 인지

신경과학자들의 發見에 關心을 보이며 다가와서 자신들이 축적해온 槪念들의 외연도 넓히고 또한 미래

인지신경과학 연구에 적절한 지침을 주기도 하여 매우 생산적인 학제간 상호작용이 무시할 수 없는 흐름

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맺음말
 

인지신경과학은 젊은 학문이다. 그리고 인지신경과학이 마주한 엄청난 난이도와 방대한 양을 지닌

제들은 많은 과학자들의 노동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도 다양한 종류의 과학자들을. 필자는 각 분야의

젊은 과학자들이 자신들이 하는 연구활동이 腦科學의 質問들과 그리 멀리 있지 않다고 여기길 바란다.

우리 인지신경과학자들에겐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고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들이 산적해있지만,

참 재미있는 숙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 월간 <과학과 기술>, <동아일보> 및 서울대에서 발간되는 <자연대 이야기> 등에 기고하였던 글들을

함께 묶고 새로운 생각을 첨가하고 다듬어 인지신경과학을 중심으로 조합한 글임을 밝혀둡니다.)

 

가져온 곳 :  카페 >마인드스테이|글쓴이 : 행변(行變)| 원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