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과 상사뱀 이야기 전설이라는 것이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가상으로 꾸며진 일인지는 사실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전해지는 전설에 우린 고개를 끄떡이게 되지요. 요즘 떠들썩하게 하는 영화 ‘명량’의 주인공인 이순신 장군의 전설이 있기에 옮겨 봅니다. 이순신이 젊은 시절 공부를 할 때였다. 어느 날 한 낯선 사람이 이순신을 찾아와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자기 딸이 물에서 목욕하는 이순신을 우연히 보고 상사병이 들어 죽을 지경이 됐는데 죽기 전에 꼭 한번 만나보기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순신은 마침 그날 집안에 일이 있던 터라 다음날 그 집에 찾아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밤사이에 큰 비가 내려 강물이 크게 불어나고 말았다. 이순신이 그 집에 가려고 길을 나섰으나 아무리 해도 물을 건널 방도가 없었다. 결국 하루를 더 지체하고 그 다음날이 되어서야 처녀의 집에 이르렀는데, 도착하고 보니 이순신을 기다리던 처녀가 설움을 못 이겨 세상을 떠난 뒤였다. 한을 품고 죽은 처녀는 커다란 뱀이 되었다고 했다. 처녀의 부모가 만류했으나 이순신은 처녀의 죽음이 자기 탓이라며 그 곁에서 밤을 지내겠다고 뱀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이순신이 방으로 들어가자 뱀이 그 몸을 칭칭 감았다. 이순신은 뱀의 행동을 말없이 받아주었다. 이순신의 몸을 꼭꼭 감고 있던 뱀은 다음날 날이 밝자 스스로 몸을 풀더니 전날 이순신이 목욕하던 물속으로 스며들어가 용이 되었다. 이후로 용은 이순신을 따라다니며 그를 지켜주고 도와주어서 이순신이 임진왜란 때 큰 공을 세울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처녀가 이순신을 만나기를 소망한 것은 명분이 없는, 범람한 욕망에 해당하는 일이었다. 이순신으로서는 무시해도 그만인 일이었다. 그 뜻을 받아주기로 하면 오히려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터였다. 그렇지만 그것은 명분을 따지기에 앞서 한 인간의 애절한 소망이었다.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었다. 그 마음 받아주고 풀어주는 것, 그것이 인간에 대한 진정한 예의다. 그리하여 이순신은 처녀의 집으로 향하였던 것이다. 거기까지는 누구라도 그리 할 수 있겠다. 놀라운 것은 그 뒤의 일이다. 뱀으로 변한 여인과 밤을 함께 지낸 일 말이다. 그 집을 찾아오기 위해 최선을 다한 터이니 할 일 다 했다고 돌아설 수도 있으련만, 이순신은 끝까지 인간에 대한 예의를 버리지 않았다. 징그러운 뱀이 도사린 방문을 열고 들어가 자신의 몸을 감는 뱀의 행동을 묵묵히 받아주는 그의 행동은 얼마나 경이로운지. 그 선택을 통해 원한은 거꾸로 은혜가 되었으니, 이것이 바로 전설이 전하는 인간사의 섭리다. 이순신에 관한 전설과 역사적 진실의 연관이 어떤가 하면, 그 연결논리 또한 자명하다. 저 이름 없는 한 여인을 진정으로 품어주고 지켜주는 존재였으니, 이 땅 백성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군사들의 안위를 책임지기 위해 오죽이나 마음을 쓰고 노력했까 말이다. 처녀가 용이 되어서 이순신을 도왔다지만, 그것은 하나의 서사적 상징일 뿐이다. 이순신은 스스로 그 자신을 도운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사실! < 상사화 / 이해인 수녀 아직 한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아픈 일인가를 기다려 보지 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좋아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 어긋나보지 않은 이들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 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 침묵 속에서 나는 당신께 말하는 법을 배웠고 어둠 속에서 위로 없이도 신뢰하는 법을 익혀 왔습니다 죽어서라도 당신을 만나야지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 오늘은 어제보다 더욱 믿으니까요 (오늘의 꽃) 제주상사화 상사화는 수선화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이랍니다. 상사화라는 이름은 잎이 돋아날 때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져버려 서로를 그리워한다하여 붙여졌다고 합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상사화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잎이 난초처럼 생겼다하여 개난초라 부르기도 하고 남녀 간의 이별을 상징한다하여 이별초라 하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꽃에서 느껴지는 이미지가 깊은 산속의 절에서 혼자 살아가는 스님들과 비슷하다 하여 중무릇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절 주변에 상사화가 많이 심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주상사화의 학명은 Lycoris chejuensis입니다. 여기서 속명 라이코리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여신 라이코리스에서 유래했고 종소명 chejuensis는 제주에서만 자라는 식물이라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학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주상사화는 제주특산식물입니다.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꽃으로 햇볕이 잘 드는 풀밭에서 볼 수 있습니다. 3월이 되면 30cm 정도 되는 길쭉하고 날씬한 여러 장의 잎이 돋아납니다. 그리고 잎은 광합성을 통해 몇 달 동안 열심히 양분을 모아 뿌리에 저장하고 6월쯤이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집니다. 한 달쯤 지난 8월이 되면 그 자리에서 60cm 높이의 갈색 꽃대가 올라오고 얼마 없어 꽃대 끝에는 5~10 송이의 꽃송이가 우산모양으로 화려하게 달립니다. 꽃잎처럼 보이는 화피편은 6장으로 가운데에는 붉은 선을 그려놓은 것 같은 주맥이 있고 가장자리는 약간 물결모양을 이루고 있습니다. *저희집에 상사화를 여러종류 키우고 있는데 이번에는 제주상사화를 데리고 왔습니다. 백양상사화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답니다. 분홍상사화가 제일 먼저 개화를 하고 그 다움에 위도 상사화. 그리고 세번째 제주상사화가 개화를 했었는데.. 아직 개화를 하지 않고 순서를 기다리는 녀석들이 있답니다. 그 녀석들이 기다려지는 요즘입니다.
Evening Bell [ 저녁종 ] / Sheila Ryan[일명:상사화/相思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