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빈이 따로
있나
"좀 늦으셨네요.
지금 공연 중이니까 끝나면 들어가시겠어요?" 공연장 입구에 서 있는 분이 친절하게 안내해주었습니다. 동네에서 여는 작은
음악회라고, 꼭 참석해달라는 말에 갔지만 공연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연주가 끝났는지 박수소리에 들어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중간쯤 진행된 후, 다음 출연자가 자리를 잡고
앉아 막 연주를 시작하려고 할 때 누군가 사회자에게 신호를 보냈고, 진행자는 잠시 진행을 끊었습니다.
그가 소개한 이는
지역구 정치인. 관객의 반응은 달갑지 않다는 표정이었지만 사회자의 부탁으로 박수를 보냈습니다.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며 그 정치인에게 건넨 진행자의 말은 좀 언짢았습니다. 그에게 귀한 시간을 할애해준 건 뒤에
기다리고 있는 공연자와 관객이 아닌가요.
요즘, 어디를 가나 늦게 나타나는 내빈이 너무 많습니다. 자신의 말만 하고 금세
자리를 뜨는 내빈도 많습니다.
- 최선옥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