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내 것'에 대한 착각 버려라

장백산-1 2015. 10. 9. 02:42

 

[한의사 강용혁의 멘털 동의보감] '내 것'에 대한 착각 버려라 

경향신문 | 강용혁 | 분당 마음자리한의원장 | 입력 2015.10.08 21:27     

상선약수(上善若水). 가장 선한 것은 물과 같다.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모두가 꺼려하는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물의 미덕을 설명한 것으로,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이다. 물은 어제까지

흘러왔던 계곡을 자신의 소유라 주장하지 않는다. 또한 오늘 흘러가고 있는 강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내일은 또 다른 바다로 묵묵히 흘러갈 뿐이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이 흘러왔던 길을 종종 자신의 소유로 착각한다. 그래서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것을

놓고도 상실감에 눈물을 흘린다. 과학고 1학년 ㄱ군. 수재라는 얘기만 듣던 그가 고교 진학 후 우울증에

빠져 수업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식욕도 뚝 떨어져 매사에 짜증을 내고 자해충동까지 생겼다.

첫 학기 시험에서 예상보다 등수가 낮게 나온 데 충격을 받았다. 영원히 자신의 소유라고만 여겨졌던

1등 타이틀에 대한 상실감, 앞으로도 1등 하기가 힘들 거라는 좌절감이다.

 

 

 

 

하지만 차분히 돌아봐야 한다. ㄱ군의 수학·영어 실력이 갑자기 퇴보한 것일까. 그동안 저장해온

지식을 누군가가 훔쳐간 것인가. 과연 무엇을 잃어버린 것일까. 작은 계곡을 지나올 때 가졌던

1등 타이틀은  앞으로도 영원히 내 것이었던가. 우울증 치료의 해법은 여기서 찾아야 한다.

 

 

우울증으로 내원한 취업준비생 ㄴ씨. 취업 준비를 잘 해오던 중, 과 동기의 합격 소식을 듣고 마음의

동요가 일어났다. 자신보다 스펙이 떨어진다 여겼던 친구가 대학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기업에 먼저

합격한 것이다. ‘내가 더 스펙이 좋으니, 당연히 합격증도 내 것이어야 한다’는 착시에 빠진 것이다.

억울하고 뭔가 큰 것을 잃어버렸다는 좌절감에 공부를 아예 놓아버렸다. ㄴ씨 또한 애초에 자신의

것이었던가를 따져봐야 했다.

 

 

남편만 보면 이상하게 화가 치밀고 무기력증에 빠져버린 여교사 ㄷ씨. 시작은 의사 남편을 둔 동료

여교사가 외제차를 산 뒤부터다. 외모나 출신 대학 어딜 봐도 꿀릴 게 없는데, 왜 자신은 동료보다

못난 삶을 사나 싶었단다.

 

 

내가 좋은 대학을 나왔으니 내 아이도 당연히 공부를 잘해야 한다며 무작정 밀어붙인 뒤 아이에게

학교생활을 못할 정도로 강박증이 와버린 경우도 있다. 평생 자식 뒷바라지를 해줬으니 자식이

장성해서도 내 말만 잘 듣는 게 당연하다 여긴 노인은 뜻대로 안되자 지독한 불면증을 앓게 됐다.

 

 

누구라도 빠져들기 쉬운 함정이자 착시다. 당연히 내 것이라 여겼는데 그러지 않아 무언가 큰 것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을 호소한다. 하지만 어제까지 흘러왔던 그 계곡을 지금도 내 소유라 착각하는

것뿐이다. 앞으로도 다 담보될 것처럼 여겼던 나만의 착각일 뿐이다. 괴테는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새롭게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인생에서 애초부터 내 것으로 확실한

것이 있을까. 다만, 내 것이 확실하다고 나 혼자 착각했던 것이 있을 뿐이다.

 

 

너무 힘들다, 답이 안 보인다 싶고 무언가 크게 잃어버린 것 같아 괴로울 때는 나 자신에게 다시 한 번

따져 물어야 한다. 과연 그게 진짜 내 것이었느냐고 말이다. 그리고 주문처럼 외워보라. ‘애초에 내 것은

없었다’라고.

 

<강용혁 | 분당 마음자리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