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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지만, 집착 때문에

장백산-1 2016. 1. 9. 19:17

 

아무 일도 없지만, 집착 때문에

 


이 세상에는 어떤 일도 일어난 적이 없다. 이런 저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일 저런 일이

일어난다고 내 마음이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괴로운 일이 진짜로 實體的으로 일어나서, 그로 인해

내 마음이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 마음이 어떤 것을 스스로 붙잡아 괴로운 일을 만들어

내서, 내 마음이 거기 괴로운 일에 얽매여 있는 것일 뿐이다.

 


커피, 술, 마약, 담배에 중독이 되어 있는 사람이 이것을 끊으려고 하면 너무나도 힘이 들고 도저히

이겨낼 수 없을 것처럼 느끼곤 한다. 그런데 거기에 전혀 중독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 보기에는 정말

아무 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혼자서 좋아하면서 중독되고 그것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

이 좀 어리석고 우습게 보이기도 한다.

 


사실 모든 중독자는 애초부처 중독자가 아니었다. 갓난 어린아이들은 커피, 술, 마약, 담배 그런 것에

중독이 되어있지 않다. 어느 순간 내 스스로 그런 것에 집착해서 붙잡아 놓고는 그것 없으면 못 살겠

다고 아우성치면서 다시 또 얽매이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담배를 피울 수도 있고 피우지 않을 수도 있다. 담배를 안 피우면서도 전혀 아무렇지 않게 잘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담배는 단순한 기호나 선택이지 필수품은 아니다. 다만 내 스스로 담배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그 독특한 담배에 매료되어 헤어나오지 못했을 뿐인 것이다.

 


정말 담배나 이런 것들은 아무 것도 아니지 않은가. 커피나 술, 담배 같은 것은 그것 자체에는 아무런

힘도 없다. 우리를 꼼짝 못하게 옭아맬 그 어떤 힘이나 기술도 없다. 그런데도 한번 중독되어 버리면

그것을 떨쳐 버리기가 그렇게 힘이 들 수가 없다. 그것들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를 지배하는 강력한

힘을 지니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힘은 단지 내가 그것들에 집착하는 힘뿐이지, 그것 자체가 가지고

있는 실질적인 힘은 아니다.

 


세상 모든 일이 전부 이와 비슷하다. 우리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모든 대상들이 사실은 이와 비슷하다.

내 마음이 스스로 어떤 한 가지 대상을 좋아하기 시작하고 나아가 애착, 집착을 하게 되면서부터 그것

없으면 못 살 것이라고 스스로의 마음을 그 대상에 구속시키는 것이다.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그 없으면 죽을 것 같고, 그 사람 없으면 삶의 의미가 없다고 여기기도 하지 않는가.

 


어떤 한 사람은 그저 단순한 대상의 한 사람일 뿐이다. 그저 中立的인 한 존재일 뿐이지만, 내가 그

사람과 因緣을 맺으음으로써 그 사람을 사랑하고 애착하고 집착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는 나에게

意味있는 존재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구속이 시작된 것이다. 괴로움이 시작된 것이다.

 


이처럼 分別하는 마음으로 어떤 대상을 좋아하고 싫어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세상에는 심각하고

복잡한 일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일수록 집착과 구속, 고통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싫어하는 대상이 많은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사실 이 세상은, 根源에서 바라본다면 텅~비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좋아하고 싫어하기

以前의 자리, 텅~빈 根源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면 이 세상에는 이런 저런 일이 本來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없는 것이다. 좋은 것도 없고 나쁜 일도 없다. 이 세상 이 모든 것들이 하나같이

如如하고 텅~비어 있을 뿐이다.

 


우리 마음이 어떤 것에 집착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어떤 한 가지 대상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내 마음으로 스스로 수없이 많은 문제들을 만들어낸 것일 뿐이다. 집착하기 以前,

좋아하거나 싫어하기 以前의 자리, 텅~빈 根源, 無分別心으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 세상엔

아무 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