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때론 뒷걸음질로 걸어야 하는 이유

장백산-1 2016. 1. 30. 12:49

 

[사유와 성찰] 때론 뒷걸음질로 걸어야 하는 이유

경향신문 | 이문재 | 시인·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 입력2016.01.29. 21:14

 

 
도시는 자주 사막에 비유된다. 도시의 이미지가 삭막한 탓이다. 도시가 사막이라면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모래알이다. 도시라는 사막에는 모래와 모래를 이어주는 접착제가 없다. 모래와 모래 사이가 늘

비어 있다. 서구 인문학자의 표현을 빌리면, 도시는 공동체를 경험하지 못한 자들의 공동체다. 그래서일

까. 사막을 주제로 한 시는 비교적 쉽게 다가온다. 우리 자신, 즉 모래알들의 자화상인 경우가 많다.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프랑스 파리 지하철공사가 시민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에서 1등으로 당선된 오르텅스 블루의 詩 ‘사막’

전문이다. 매우 짧은 詩인데도 우리의 想像力을 자극한다. 읽는 이로 하여금 이야기를 빚어내도록 한다.

독자에게 詩를 이어 쓰도록 권유한다.

 

 

 

 

위 시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그 사막”의 “그”다. 다른 지면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그 사막”은

일반적 사막이 아니고 特定 사막이라는 표시다. 도시로 치면 도시 一般이 아니고 서울이나 부산처럼

實在하는 도시다. 물론 도시가 아닐 수도 있다. 어떤 狀況일 수도 있고, 누구와의 만남이나 여럿이 추

진하는 프로젝트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시 속의 그는 혼자 사막을 걷고 있다. 외롭기 그지없다. 그런

데도 손을 내밀 타인이 없다. 기댈 데라곤 오직 自己뿐이다.

 

시 속의 그는 멀리 地平線을 向하지도 않고, 밤하늘의 北極星을 올려다보지도 않는다. 오아시스나 낙타

를 찾지도 않는다. 대신 뒷걸음질로 걸으면서 自己 앞에 찍히는 自身의 발자국을 본다. 뒤를 돌아보면서,

過去를 돌이켜보면서 실제로는 앞으로, 未來로 나아간다. 블루의 詩는 우리에게 ‘뒤돌아보며 앞으로 나

아가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인지 채근한다. 앞만 보고 질주하는 삶이 얼마나 삭막한지, 또 그런 사회가

얼마나 危險한지 살펴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도시에서 우리는 수시로 외로워진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내가 어디에서 왔고,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멈춰

서야 한다. 스스로 멈춰 서서 뒤뿐만 아니라 좌우, 위와 아래를 살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앞을 주시해야

한다. 그렇게 다시 보는 앞은 以前과는 다른 앞일 것이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오직 自己 自身만을 떠올렸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러고 싶어도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끊임없이 누군가가 생각났을 것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

과도 다시 만났을 것이다. 가족, 친지, 친구들, 사랑하는 사람, 선후배, 선생님들. 생각지도 못한 도움을 준

이름 모를 사람도 떠올랐을 것이다. 상처를 준 사람의 얼굴도 보였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로 連結된 關係의 産物이자 關係의 過程이다. 그런데도 眞理에 가까운 이 嚴然한 事實을

우리는 좀체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위 詩의 그는 사막을 무사히, 그리고 힘차게 건넜을 것이다. 自身을 뒤돌아보면서 수많은 關係의 意味를

再發見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都市에서 새로운 삶의 主人公으로 거듭났을 것이다. 결코 혼자가 아

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깨달음의 순간을 제2의 탄생, 혹은 ‘두 번째 생일’이

라고 부르곤 한다. 이 세상에서 ‘나는 혼자’라며 괴로워하는 사람은 설령 中年이 넘었다고 해도 아직 온

한 어른이 아니다. 온전한 삶은 自身의 오늘을 있게 한 他人의 存在를 認定한다. 그런 삶이 自己 앞의

生을 다시 본다.

 

社會心理學은 우리의 精神的, 身體的 健康이 社會的 結束의 크기와 質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아내와

잘 지내는 남편은 동갑내기 홀아비보다 다섯 살이나 젊어 보인다. 하지만 離婚이나 別居 중에는 교통사

고를 당할 危險이 네 배나 높다고 한다. 半經 2㎞ 이내에 사는 친구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나에게도 좋은

일이 생길 確率이 25% 늘어난다는 연구도 있다. 로랑 베그의 저서 <道德的 人間은 왜 나쁜 社會를 만드

는가>에 나오는 내용이다. 로랑 베그는 “他者야말로 人間 道德性의 根源이자 目的”이라고 단언한다.

 

‘檢索에서 思索으로’라는 슬로건이 있다. 이를 사회적 맥락에서 번역하면 ‘접속에서 결속으로’가 될 것이다.

사색과 결속은, 검색과 접속으로 이뤄지는 디지털 문명 속에서도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개인적, 사회

적 能力이다. 때로 뒷걸음질로 걷거나 멈춰 서는 것이 自發的 思索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思索과 더불어

他人의 處地에 共感할 때 社會的 結束이 생겨난다. 共同體를 경험하지 못한 者들의 共同體, 모래알 共同體는

그때서야 첫걸음을 뗄 것이다.

 

<이문재 | 시인·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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