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봄날, 꽃이 지다

장백산-1 2016. 3. 22. 18:20

봄날, 꽃이 지다


작년 초여름이었을 것입니다. 매주 오전에 한번 열리는 공부모임에 어느 참한 아가씨가 참석했습니다.

부산은 처음 방문해본다고 했습니다. 몇주 전부터 마음을 먹고 내려온 참이었습니다. 간밤에는 해운대

에서 하루를 보냈다고 했습니다. 모처럼 만의 휴가라고 즐거워했습니다. 특히나 밤낮으로 바다를 볼 수

있는 것이 신기했답니다. 여린 마음씨를 드러내는 듯 몸은 가냘펐습니다. 얼굴이 전체적으로 하얬습니다.

특이하게도 눈 밑으로 반달모양의 붉으스름한 색조가 감돌았습니다. 마치 눈 아래로 연붉은 아이샤도우

발라놓은 듯했습니다. 그녀는 두 시간 내내 미소를 띠며 제 말을 들었습니다. 가끔 피식하고 웃기도

해서 무언가를 아는가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공부모임이 끝나고 간단히 인사를 나눴습니다. 직접 만나

보니 신기하다고 했습니다. 연일 블로그 댓글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직접 목소리를 들으니 연예인

을 만난 듯한  기분이 든답니다.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우리 공부모임 밴드에도 초대하고 카페도 소개해줬습니다.꾸준히 공부할 마음을 먹고 돌아간 것 같았

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엊그제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동생이라는 사람이 메시지

를 전해왔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일이었다는 말에 안타까움은 참으로 더했습니다. 삶이 얼마나 짐스

웠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그녀 스스로 선택한 죽음은 분명 환희, 즐거움, 만족, 행복, 기꺼움과

는 전혀 거리가 먼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그 일을 계기로 지난 1년여간 그녀와 주고받았던 메시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기독교를 신앙하는 집안

이라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녔나 봅니다. 그런데 가정은 몹시도 불행했던 것 같았습니다. 자세히는 밝

히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폭력으로 온 가족이 두려움에 떠는 날이 많았습니다. 어머니가 폭행에 시달

리는 모습을 어릴 때부터 보아 와서 그런지 사람에 대한, 특히 남자에 대한 적개심이 깊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불안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니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이었습니다. 몇 번이고 죽고

싶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녀에게는 삶의 희망보다 죽음이 가까이에 있는 듯한 어두운 면이

있었습니다.

 

20대 중후반인 그 여린 아가씨는 삶의 짐을 내려놓고 싶어 교회를 다녔습니다. 그런데 평범한 교회는

아닌 듯 했습니다. 맹목적인 믿음과 봉사와 헌신을 강요하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삶의 불안과 짐

해결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교회와도 점점 멀어졌습니다. 그녀는 생계를 위

해 病院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內面에 解決하지 못한 문제들이 많은 상태에서 患者들을 대하는 것이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었나봅니다. 그리고 직장 동료들과도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나날이 무료하고

암울한 삶을 살며 여기저기 자신의 不安한 삶을 해결해 줄 길을 모색하고 있다가 제 블로그를 알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 모든 삶의 면면들이 꿈같은 일이고 이 육체가 진정한 나가 아니라는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성경의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자신의 어려운 상태를 조심스럽게 드러내며 조언

을 구했습니다. 그때마다 모든 문제들을 그저 해오던 대로 처리하고 오로지 自身의 참모습이 무엇인

지에 關心을 갖고 꾸준히 공부해보라고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마치 안식처를 만난 듯 안도했고 그렇

게 블로그에 부지런히 드나들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무겁고 가벼운 얘기, 지나가는 인사를 나눴

습니다. 그런 봄을 보내고 점점 자신의 삶이 가벼워짐을 느꼈습니다.


블로그와 인연이 되기 직전 자신에게 몹시도 큰 경제적 손해를 입히고 달아난 사람에 대한 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에 대해 분노어린 욕설을 퍼붓다가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러다가도 어떤 날은 자신의 가족은 모두 우울한 삶을 보내고 있는데 나 혼자 아무 일 없이 살아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가벼워진 마음상태에 오히려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자신은 불행

하게 살아야 정상이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어느 덧 지나온 삶의 불행이

자신의 숙명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어떤 날은 행복한 어조로 말하다가 다른 날은 갑자기 암울해져서 직장에 나가기 싫다는 얘기, 자신은

직장에서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라는 얘기, 예전에 다니던 교회에서 자신을 회유하는 메시지가 온다

는 얘기 등등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점점 공부에 맛을 들이는 것 같아 부산 공부모임에 한번

참석해보라고 권했습니다. 직접 만나 자신의 상태를 털어놓고 공부에 제대로 된 안목을 갖고 들어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그녀가 부산에 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부산에 와서는 아무 것도 묻지 않았습니다. 공부시간 내내 여린 미소만 띠다가 제 얼굴을

보며 희죽희죽 웃었습니다. 공부시간동안 대화를 나누어 보려고 했는데 그런 마음이 없는 듯 하여 따

로 말을 걸지도 않았습니다. 여리디 여린 아가씨의 얼굴을 보니 그동안 나눴던 이야기 속에서 느껴졌던

어두운 면이 상상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모든 것이 움트는 봄날, 꽃이 지듯 사그라졌습니다. 지난 늦가을에 그녀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직장에서 성적인 모멸감을 느끼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녀의 메시지에 毒氣가

서려 있었습니다. 그동안 감추어졌던 세상에 대한 적개심이 욕설로 튀어나왔습니다. 내면에 가려져 있

던 깊은 상처와 그로 인해 깨져버린 認識의 均衡感覺, 과민한 감수성과 불안정한 정서가 해일처럼 일어

났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存在에 대한 공부의 즐거움이 사라져버렸다고 했습니다. 제 말이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밀려온 파고가 그녀를 덮쳐버린 것 같았습니다. 온갖 생각과 분노, 상처

입은 몸과 마음이 妄想이니 그것이 일어나는 자리를 보라고 일러주었습니다. 그러나 답신은 없었습니다.

 

이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소식을 전할 때는 대부분 문제가 있을 때입니다. 아무런 일이 없다면 달리 연락

필요를 못 느낍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아무 소식이 없기에 오히려 고비를 잘 넘긴 줄 알았습니다.

그저 일시적으로 덮친 망상경계라고 여겼습니다. 망상은 정신을 차리면 사라지니 큰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소식을 끝으로 그녀와의 대화는 끝나고 말았습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 그녀가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지난 1년 그녀는 삶의 새로운 길을 모색

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습니다. 지나온 삶의 상처가 그녀의 내면을 깊이 잠식해버렸습니다.

세상에 대해 그리고 사람과 사람과의 關係에 대해 否定的으로 條件化되어버린 그녀의 마음, 그 分別意識이

그녀를 끝내 점령해버렸습니다.

 

불교에서 이 分別沈, 分別意識을 마군(魔軍)이라고 말합니다. 흔히 마구니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分別意識

이것은 악마의 군대라는 뜻입니다. 악마의 떼 즉, 분별심이 한꺼번에 덮치면 精神을 잃어버립니다. 특히나

강력하게 붙잡힌 分別意識에 사로잡히면 웬만한 공부의 힘과 안목이 없고서는 分別心에 지배당하기 일쑤

입니다. 이 世上 모든 것들이 둘이 아니라는 自覺, 이 事實에 대한 불퇴전의 確信. 이것만이 마군 즉, 분별

심의 침범을 막을 수 있습니다. 모든 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이 따로 있지 않다는 實相에 대한 철두철미한

깨달음, 경계에 휘둘리지 않는 不動의 힘이 있어야 시시때때로 거사를 일으키는 악마의 군대를 항복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나 어렸을 때부터 부정적 강화를 많이 겪은 사람이나 그와 정반대로 부정적 경험을 전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이 마군에 취약합니다. 독감바이러스에 지나치게 노출되어도 독감에 잘 걸리지만, 독감 바

이러스에 전혀 노출되어보지 않은 사람도 독감에 취약합니다. 그래서 면역력을 기르는 차원에서 일부러

소량의 바이러스를 접종하기도 합니다. 또한 마음공부란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루아침에 이해가 되고

깨달음의 체험이 있다고 해서 일시에 마군을 굴복시킬 수 있는 힘이 길러지는 것이 아닙니다.

 

깨달음의 체험은 모든 것이 실제 둘이 아니라는 순간적인 경험을 통해 이 길에 대한 견고한 믿음을 갖게

합니다. 이 체험적 확신을 바탕으로 습관적으로 생각과 감정, 이미지 등 드러나는 모습에 同一視되곤하는

마음의 패턴을 바꾸는 기나긴 공부가 이어져야 합니다. 하루아침에 번쩍하고 깨달아 완전히 힘을 얻는 일

은 없습니다. 분별심으로 조건화된 마음을 분별에 사로잡히지 않는 마음으로 변화시키는 체현의 긴 시간

을 보내야 합니다. 물론 實相을 체험하고 나면 이러한 힘을 순간적으로 많이 얻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스스로가 강력하게 묶여있던 경계에서 완전히 풀려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特히나 이 몸을 나로

여기는 强力한 分別意識, 그로 인한 부정적인 감정상태에 사로잡히는 마음의 습관은 쉽게 항복되지 않습

니다.

 

한 생각에 스스로의 목숨을 저버리게 하고 한 번의 감정에 스스로가 地獄으로 떨어집니다. 아무리 체험을

여러번 했더라도 生覺이나 感情에 떨어지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스스로는 그렇게 사로잡히면서도 이 일

조차 다른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스스로가 스스로를 속이는 짓입니다. 스스로는 늘 구속을 당하면서 구

속도 다른 일이 아닌 평등한 일이라고 한다면 마군의 점령을 당하고도 스스로가 당하는 줄을 모르는 일입

니다.

 

마음공부란 반드시 效驗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런 게 아니라면 진실로 마음공부에 들어선 것이 아니라

마음공부라는 知識공부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식은 마군에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합니다. 머리로

하는 공부가 바로 깨달음공부의 탈을 쓴 마군의 공부이기 때문입니다. 진실로 마음공부에 임하고 싶다면

지나온 삶의 모든 것들을 돌아보지 마십시오. 지나온 삶에서 남겨진 온갖 흔적들을 돌아보지 마십시오.

남겨진 것들은 결코 자신이 아닙니다. 아픈 것들, 좋은 것들, 고통스러운 것들, 이 모든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흔적이 있는 것들은 우리에게 걸쳐진 누더기일 뿐입니다. 이 生覺이라는 누더기들을 벗어버리

십시오. 고요하고 평화로우며 어떠한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길이 있음을 믿고 진심으로 임하십시오.

수많은 聖賢들이 토해낸 말들이 虛言이 아닙니다.

 

生覺이나 記憶이나 感情을 믿지 마십시오. 그것들은 다 실체가 없는 것들입니다. 진정 變함없는 자신만을

깨달으시고 나머지는 다 놓아버리십시오. 때가 되면 잊혀지고 기억 속에 왔다 갔다하는 것,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감정의 질곡들을 내버리십시오. 살아오면서 잘못 조건화되어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지만 이게

일어난 것이기에 사라질 것이고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은 眞實이 아니기에 당장 미칠 지경에 닥치더라도

절대로 그것들에게 마음을 두지 마십시오.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것들입니다. 냄새나는 생각이라는 누더기

들입니다. 생각 기억 감정은 진짜 내가 아닙니다.

 

진짜 나, 참된 나, 본래의 나는 아무 일도 없습니다. 참된 本性은 결코 상처받은 적이 없습니다. 眞實로

實在하는 것이 참된 나이지 드러나는 現象의 온갖 면면들, 질곡들, 상처들, 아픔들, 사람들, 사건들, 사물들,

악마와 같은 것들, 살인마와 같은 것들, 나를 두려움에 빠뜨리는 것들, 두려움에 떠는 나조차 허깨비와 같

습니다. 分別意識 分別心인 魔軍은 고정된 실체가 없는 波動하는 에너지 입니다. 분별심에 사로잡히면

마군처럼 위력을 드러내지만 그것의 실체는 허수아비와 같은 이미지와 감정과 생각의 엉킴입니다. 모든

드러나는 것들에 단 한 점의 마음도 두지 마시고 이미 존재하는 대로 존재하십시오. 어느 누구도 이 존재

를 흔들 수 없습니다.

 

세존이 열반을 앞두고 안타까움에 떠는 제자들에게 말합니다. "涅槃이란 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法의

性稟이다. 내가 비록 너희들을 깨닫게 하기 위해 일부러 열반의 모습을 보이지만 진정한 열반은 如來의

몸이 變함없어 고요하고 고요한 것이다.’

 

그녀는 갔지만 가지 않았습니다. 간 적이 없습니다 결코 온 적도 없습니다.

지금 당장 그녀의 미소를 보십시오. 이 봄날, 그녀가 꽃으로 피어 희죽희죽 웃고 있습니다.

 


 - 릴라 임순희님

 

가져온 곳 :  카페 >무진장 - 행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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